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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혐한' 밀어낸다"…日서 'K-북 페스티벌' 김승복 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K-BOOK 페스티벌 2021'이 16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전역 50여개 서점과 온라인 등에서 열린다. 2018년 소설『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시작된 '한국 문학 붐'을 이어가기 위해 2019년부터 한국교류재단과 일본의 K-BOOK 진흥회, 관련 출판사와 서점 등이 참가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첫 회부터 페스티벌 운영위원장으로 이 행사를 이끌어온 이가 일본의 한국 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의 김승복(51) 대표다. 15일 도쿄의 고서점 거리인 진보초(神保町)의 한국 책방 '책거리(チェッコリ)'에서 만난 그는 "최근 3~4년 사이 일본에서 한국 문학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1990년대 한국에서 일본 소설 붐이 일었던 것처럼, 지금 일본에선 '한국 문학을 읽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회를 맞는 'K-BOOK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김승복 '쿠온' 출판사 대표. 이영희 기자

올해 3회를 맞는 'K-BOOK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는 김승복 '쿠온' 출판사 대표. 이영희 기자

페스티벌 규모도 매해 커졌다. 1회에는 일본 출판사 19곳이 참가했지만, 2회 때는 26개 출판사·13개 서점으로 늘었고, 3회째인 올해는 출판사 44곳, 서점 51곳이 참여했다. "참가 업체가 는다는 건 그만큼 한국 책이 팔린다는 이야기"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실제 일본에서『82년생 김지영』(조남주)이 23만부, 『아몬드』(손원평)가 15만부 이상 팔렸고,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는 58만부가 팔리며 대형 베스트셀러가 됐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대형 서점에 한국 문학 관련 코너가 아예 없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서점에 한국 섹션이 있어요. 동시에 서점 매대 앞쪽에 진열돼있던 '혐한(嫌韓)' 관련 책은 많이 사라졌죠. 문학이 '혐한'을 밀어내고 있다고 할까요."

작가 이기호(1회), 한강(2회)을 초대했던 페스티벌은 올해 김연수를 집중 조명한다. 『원더보이』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의 작품으로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김 작가가 일본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와 '소설가의 일'을 주제로 온라인 대담을 한다. 그 밖에도 뮤지션 이랑의 토크 콘서트, 일본 배우 고이즈미 교코(小泉今日子)의 한국 책 낭독, 한국 책 번역 콩쿠르 시상식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한국과 일본 젊은이, 비슷한 고민 한다는 이야기" 

김 대표는 30년 전 일본으로 유학을 와 광고회사 등에서 일하다 10년 전 출판을 시작했다. 박경리의 『토지』,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일본어로 펴냈고, 7년 전엔 한국 책들만 모아 파는 서점 '책거리'를 열었다.

"3~4년 전부터 서점 고객 중 20~30대가 부쩍 늘었어요. 이들이 좋아하는 황정은·정세랑·최은영 등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한국 출간과 동시에 일본에서도 화제가 됩니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같은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거죠."

특히 한국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데스게임이라는 장르에 한국 사회를 담아내 인기를 끈 것처럼 "한국 작가들이 소설 속에서 '사회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 일본인들이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책 전문 서점 '책거리'에 진열돼 있는 한국 소설 일본어판. 이영희 기자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책 전문 서점 '책거리'에 진열돼 있는 한국 소설 일본어판. 이영희 기자

그는 앞으로 일본 시장에서 한국 출판물의 비중은 점점 커질 것으로 봤다. 방탄소년단(BTS) 덕분에 요즘 일본의 초·중학생들 중엔 뜻은 몰라도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칸코쿠뽀(한국스러움)'라는 10대들의 유행어는 '(한국 것처럼) 세련되고 귀엽다'는 의미로 쓰인다. 김 대표는 "이 아이들은 한국을 굉장히 친숙하게 느끼며 성장하는 세대"라며 "현재는 소설이나 에세이가 주로 소개되고 있지만, 차츰 시나 인문 분야, 논픽션 등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K-BOOK 진흥회 차원에서는 19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책의 목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출판을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어떤 책들이 일본에 소개됐는지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다는 데 놀랐다"면서 "일본인들이 한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왔는지를 알 수 있는 아주 흥미롭고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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