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도 난민 신경전…"하루 1000명 보트 타고 영국 넘어와"

중앙일보

입력 2021.11.16 15:29

업데이트 2021.11.16 15:46

프랑스에서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건너오고 있는 중동 이민자들.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건너오고 있는 중동 이민자들. [AFP=연합뉴스]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국경 난민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도 보트를 타고 영불해협(도버해협)을 건너는 난민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폴란드가 벨라루스를 향해 "고의로 난민을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처럼 영국도 프랑스가 영불해협을 건너는 난민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날 선 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끝에 합의문은 도출됐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난민들이 프랑스를 통해 영불해협을 건너지 못하도록 100% 방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프랑스의 해안 경비 강화 비용으로 5400만 파운드(약 712억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같은 날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 장관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민자 위기를 이용해 영국의 '브렉시트'를 처벌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하루 1000명의 이민자가 영불해협을 건널 것으로 예상되자 영국 장관들이 내부적으로 이런 해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프랑스 해변에서 출발해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향하는 중동 난민 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만 이런 식으로 입국한 난민 수는 1185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한해 영불해협을 건넌 이민자 수는 2만3500여명으로 지난해(8417명)의 3배 규모에 이른다.

영국 정부는 입국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다음날인 12일 "영국 국경 수비대가 1185명을 해안에서 구출하거나 이송한 반면 프랑스 당국이 자국 해안에서 바다를 건너지 못하도록 막은 난민 숫자는 99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최근 영불해협을 건너던 이민자 3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프랑스가 이같이 난민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가디언도 영국 정부 안에서 프랑스를 향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총리실은 프랑스에 "난민들이 바다를 건너지 못하도록 더 조처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주 영국 동남부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은 벨라루스 발(發) 난민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 우리는 (유럽이) 프랑스 해변에도 포커스를 맞춰줄 것을 요구한다"며 "프랑스 친구들이, 자국 국경을 잘 막으면 프랑스를 통해 영국으로 들어오는 난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프랑스는 영국이 프랑스에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15일 파리를 방문한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을 만나기에 앞서 "영국은 프랑스를 자국 국내 정치를 위한 '펀치백'(샌드백)으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협을 건너는 이민자 문제와 관련 "영국으로부터의 교훈은 필요 없다"며 "목숨을 걸고 영국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이주자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채용하는 영국의 노동 시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영국이 그들의 법률을 아주 강하게 개정했다면 사람들이 영국으로 가기 위해 (프랑스) 칼레나 덩케르크에 모여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영국에 맞받아쳤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영국은 최근 유럽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난민 갈등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연합(EU)으로 입국하려는 중동 난민들을 차단하려는 폴란드를 엄호하기 위해 폴란드 국경에 공병 부대를 파견하기로 하는 등 군사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도 외교전에 총력을 벌이고 있다. 난민 갈등이 폴란드와 벨라루스를 넘어 서구권과 벨라루스의 '뒷배'로 여겨지는 러시아의 힘 대결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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