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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우리가 언론되자”…커뮤니티엔 “李와 기레기의 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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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의 ‘안티 레거시 미디어’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불리한 언론 환경으로 인해 대선 판세도 불리하니, 1인 미디어와 네티즌들이 직접 언론의 역할을 해달라”는 게 주장의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일 부산시 중구 구덕로 BIFF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2일 부산시 중구 구덕로 BIFF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세의 시작은 지난 12일 부산에서의 이 후보 즉석연설이었다. 부산ㆍ울산ㆍ경남 지방 순회의 첫날이었던 이날 이 후보는 부산 BIFF 광장에서 “언론 환경이 매우 나쁘다”며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우리가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라고 주장했다.

이튿날 경남 거창에서도 그는 “제가 사실 요새 힘들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즉석연설을 했다. 이 후보의 연설 때마다, 현장의 1인 유튜버와 지지자들은 현장 취재 중이던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기레기는 꺼져라”, “우리가 언론이다”라며 환호했다. 이들은 2박 3일 순회 일정 내내 이 후보를 따라 다니며, 취재 기자들에 욕설을 퍼부었고, 일부는 물리적인 위협도 가했다.

與 “커뮤니티에 댓글 써라”…각종 커뮤티서 ‘기레기’ 비판 봇물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15일 “이 후보가 여론조작을 위해 ‘좌표 찍기’를 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김기현 원내대표)고 비판했고, 민주당에선 대대적인 대언론 공세가 본격화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우리가 직접 기성 언론을 대체하자’는 취지로 ‘#나는 대한민국 언론이다’ 캠페인을 제안했고, “커뮤니티와 카페에서 다른 사람의 글에 추천ㆍ공감ㆍ공유ㆍ댓글 등 적극 반영하여 ‘인싸’(인사이더ㆍ주류)가 돼라”는 홍보 포스터도 만들어 배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제작한 홍보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제작한 홍보물.

민주당 인사들도 각종 라디오에 출연해 “언론이 이재명 잡기에 몰두하고 있다”(추미애 전 법무장관), “저쪽(국민의힘)에서 댓글 조작하는 거 아니냐”(현근택 선대위 대변인)는 주장을 연일 펴고 있다.

그러자 각종 유튜버와 친여 커뮤니티에선 즉각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유튜버들은 이 후보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실명과 사진을 유튜브에 띄어놓고 공격에 나섰다. 친여 커뮤니티에선 “사실상 기레기와의 대선 선거”(보배드림), “기레기들은 국짐당(국민의힘) 기관지 수준”(82COOK), “이 후보가 대권 잡으면 X될 것 아니깐 발악”(클리앙) 등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고 있다.

1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언론 성토 게시글.

1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언론 성토 게시글.

이들은 “기레기들은 이재명은 무조건 왜곡, 윤석열은 무조건 미화한다”(클리앙)와 같은 사상을 곳곳에 퍼 나르며 “적폐언론과 쓰레기 여론조사기관들을 처리하자”(오늘의 유머)는 주장을 하고 있다.

與, 언론중재법 날치기 재시도 나서나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언론특위) 첫 전체회의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언론특위는 지난 9월 민주당이 국내외 시민단체와 학계ㆍ언론계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다 실패한 후,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후속 논의 기구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을 다시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9월 29일 기구를 만들었는데, 당시 민주당 내에서도 “사실상 언론중재법 처리는 물 건너 갔다. 뭐라도 안 할 순 없으니 요식행위로 띄어놓은 것”(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관계자)이란 평가가 많았다. 특위의 활동기한도 12월 31일까지라서, 물리적인 논의 시간도 많지 않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1차 전체회의 모습. 홍익표 의원 페이스북 캡처

15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1차 전체회의 모습. 홍익표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이 후보의 언론 공세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언론특위 소속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요즘 이 후보가 연일 언론 탓을 하는 걸 보면, 언론재갈법 열차에 다시 시동을 걸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썼다. 민주당에서도 “언중법 재논의는 여야가 합의한 사안 아니냐”(언론특위 소속 초선 의원)는 말이 나왔다.

다만 민주당이 이를 실제로 밀어붙일 경우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후보 선출 후 한 달 넘게 지지율이 정체된 이 후보가 지지층 결속과 달래기 용으로 잠시 언론 탓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중도 확장에 거스르는 언론중재법 날치기를 다시 강행하는 무리수를 던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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