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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억 컨테이너 교실이 웬 말" 교육청 앞 근조화환 100개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충북교육청 정문에 내곡초 학부모들이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근조 화환 100여 개를 설치했다. 최종권 기자

16일 충북교육청 정문에 내곡초 학부모들이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근조 화환 100여 개를 설치했다. 최종권 기자

내곡초 모듈러 교실 추진…학부모 “안전 취약” 

16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교육청 앞. “92억 컨테이너가 웬 말이냐” “절차 무시한 모듈러 전면 백지화” 등 항의 문구가 쓰인 근조 화환 100여개가 정문 앞에 쭉 늘어서 있었다. 충북교육청이 청주 내곡초 과밀 학급 해소를 위해 학교 운동장에 가건물 형태의 ‘모듈러 교실(조립식 교실)’을 짓겠다고 결정하자 화환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근조 화환은 학부모들이 1인당 4만원씩 모아서 설치했다고 한다.

이날 내곡초 학부모 40여 명은 김병우 충북교육감 얼굴 사진이 붙은 가면을 쓰고 ‘김병우 OUT’을 외쳤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자주 소통을 하는 김 교육감을 향해 “페이스북으로 SNS놀이 그만하고, 학부모와 소통하라”는 격한 표현이 담긴 현수막도 10장 넘게 걸려 있었다. 상복을 입은 학부모 8명은 무릎을 꿇고 “모듈러를 철회하라”고 호소했다.

청주 송절동 테크로폴리스 공동주택 부지에 있는 내곡초가 모듈러 교실 설치를 놓고 학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단단한 뼈대에 일정 크기의 구조물을 블록처럼 조립, 설치하는 것이다. 학교 증·개축으로 기존 교실을 쓸 수 없거나, 학생 수 증가로 과밀이 우려될 때 한시적으로 활용한다.

충북 청주 내곡초 학부모들이 16일 충북교육청 정문에서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 내곡초 학부모들이 16일 충북교육청 정문에서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내곡초 과밀 현실화, 교육청 “모듈러 교실 필요” 

충북교육청은 “내곡초 과밀 학급 운영을 놔둘 수 없다”며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학부모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모듈러 교실을 반대하고 있다.

교육청은 내년 2월까지 92억2000만원을 들여 내곡초 운동장 등 2956㎡ 용지에 학습 공간 30실(1002㎡, 교실 20실, 특별실 10실), 체육장 422㎡, 급식실 371㎡ 등을 갖춘 조립식 교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김용성 충북교육청 사무관은 “모듈러 교실은 3층 규모로 진도 7 이상의 내진설계, 자동화재 탐지시설 등 화재 예방 설비도 갖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현재 학급당 28.4명인 학생이 입학생 증가로 내년 34명까지 늘어나 모듈러 교실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향후 테크노폴리스 내 공동주택 입주 세대를 분석한 결과 현재 내곡초 학생 수는 42학급 1194명(학급당 28.4명)에서 내년 1423명으로 늘어난다. 2023년 1543명, 2024년 1619명, 2025년 1640명으로 예측된다. 모듈러 교실을 도입하지 않으면 학급당 학생 수는 2022년 33.9명을 시작으로 이듬해 36.7명, 2024년 38.5명, 2025년 39명으로 증가한다.

16일 충북교육청 정문에 내곡초 학부모들이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근조 화환 100여 개를 설치했다. 최종권 기자

16일 충북교육청 정문에 내곡초 학부모들이 모듈러 교실 설치에 반대하는 근조 화환 100여 개를 설치했다. 최종권 기자

비대위 “컨테이너 업그레드에 불과…철회해야” 

초등학교를 새로 지어 분산하는 방법도 있으나, 인근 아파트 단지 공사가 문화재 발굴로 늦어지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학교 신설 승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모듈러 교실이 안전과 교육환경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내곡초 학부모들로 구성된 ‘내곡초 컨테이너 증축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모듈러 교실은 화재, 소음, 진동, 악취 등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주차장을 아래에 둔 필로티 구조로 급식소를 설치하는 설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부도 중복도 구조로 돼 있어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대피 등 적절한 대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정 내곡초 증축대책위 예비학부모 대표는 “모듈러 교실은 컨테이너를 업그레이드한 임시 구조물로 불이 났을 때 아이들이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며 “교육청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채택한 모듈러 공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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