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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들을 아이돌처럼"…응원봉 마케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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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강백호는 지난 15일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앞서 "팬들의 응원이 정말 좋았다. 기분이 최고였다"며 웃었다.

응원봉 '비트배트'를 들고 한국시리즈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는 KT 팬들. [사진 KT 위즈]

응원봉 '비트배트'를 들고 한국시리즈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는 KT 팬들. [사진 KT 위즈]

KT는 창단 후 첫 KS를 수원 KT위즈파크가 아닌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고 있다. 추운 날씨를 고려해 KBO가 돔구장 개최를 선택했다. 하지만 KS 1·2차전이 열린 14~15일 고척돔 1루 쪽 관중석은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응원봉을 든 KT 팬들로 가득했다. 대표적 인기 구단 중 하나인 두산 베어스 팬에 밀리지 않았다.

강백호는 "프로 4년 차인데 우리 팬분들이 고척에 이렇게 많이 와주신 게 처음이라 정말 힘이 됐다"며 "경기 내용과 별개로 신나고 재밌었다. (이런 기분은) 만날 느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강백호의 눈을 사로잡은 이 응원봉은 올해 KT가 야심 차게 도입한 '비트 배트'다.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 K팝 아이돌 그룹들은 저마다 팀을 상징하는 응원봉을 하나씩 갖고 있다. KT도 그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구단만의 응원봉을 제작했다. '어디에서나 'KT 팬'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장치다.

KT 구단 관계자는 "NCT, 슈퍼주니어, 백현(엑소), 태연(소녀시대) 등 유명 아이돌 콘서트 무선 응원봉을 제작한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며 "과거 롯데 자이언츠의 비닐봉지 응원이나 일본 프로야구의 '풍선 날리기' 등처럼 KT만의 응원 문화를 만들고 싶어 새 응원 도구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배트는 '언택트 응원'을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KT는 지난 4월 이 제품을 출시했는데, 정규시즌 중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입장이 제한돼 야구장 관중석에서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대신 이 응원봉을 구단 공식 애플리케이션인 '위잽'과 연동해 집에서도 현장 응원단과 같은 색을 켜고 같은 응원가를 들으며 경기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단순히 '응원'만을 위한 응원봉은 아니다. KT는 이 비트배트에 '인기 구단으로 도약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한동안 만년 최하위권을 맴돈 비인기 구단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올라 첫 가을야구를 했고, 올해는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KS를 치르고 있다. 벌써 KS 2승을 따내 창단 첫 통합 우승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약팀' 꼬리표를 확실히 뗀 KT는 이제 '인기 팀'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실력과 인간미를 모두 갖춘 KT 선수들이 전국구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해 수많은 팬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게 구단의 새로운 꿈이다. 이미 예전보다 팬이 많이 늘었다. 하나의 색으로 물든 KS 관중석은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KT 관계자는 "새로운 선수가 등장할 때마다 응원봉 색을 달리해서 선수별로 특색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팬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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