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꾼 설치한 덫에…멸종 위기종 새끼 코끼리, 코 절반 잃어

중앙일보

입력

15일(현지시간)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걸려 코의 절반을 잃은 수마트라코끼리가 보호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걸려 코의 절반을 잃은 수마트라코끼리가 보호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는 수마트라코끼리가 밀렵꾼의 덫에 걸려 코 절반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15일(현지시간) AP·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아체주천연자원보호국(BKSDA)는 자야군 알루에 므락사 마을에서 생후 1년 된 암컷 코끼리가 지난 14일 올무 덫에 걸린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새끼 코끼리가 코에 올무 덫이 걸린 채 허약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발견했고, 구조팀에 신고했다. 수의사를 포함한 관계자들이 구조를 위해 출동했고, 새끼 코끼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취 후 코의 절반을 잘라야 했다.

아체주천연자원보호국 아리안토 청장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를 밀렵하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며 “사법기관의 수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가 잘린 새끼 코끼리의 모습에 현지에서는 범인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수마트라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의 아종으로, 인도네시아와 수마트라 섬에 있는 몸집이 작은 코끼리다. 상아를 노리는 밀렵꾼들의 ‘타깃’이 되거나 삼림 벌채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었고, 잔존하는 추정 개체 수는 2400마리~2800마리에 불과한 멸종 위기종이다.

아리안토 청장은 지난 9년간 덫에 걸리는 등의 방법으로 밀렵 된 수마트라코끼리가 25마리에 달한다고 전했다. 환경 보호론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난과 순찰 활동 축소 등의 이유로 코끼리 밀렵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7월에는 아체주에서 코끼리 한 마리가 머리가 없는 사체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상아를 노린 밀렵꾼 등을 체포한 뒤 재판에 넘겼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5년의 징역형 등에 처해질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걸려 코의 절반을 잃은 수마트라코끼리가 보호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밀렵꾼이 설치한 덫에 걸려 코의 절반을 잃은 수마트라코끼리가 보호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