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요소수, 차량용 전환 '보류'…"추가 시험 필요, 다음 주중 결과"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요소수와 관련해 산업용 제품을 경유차에 쓸 수 있는지에 대한 1차 결론은 '보류'였다. 평가를 진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은 16일 "배출 기준은 충족했지만 안전성, 환경적 영향 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한 정밀 검토 작업을 거치는 셈이다. 추가 시험 결과는 다음 주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일부터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요소수 전환 사용 여부를 분석해왔다. 먼저 비차량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요소 농도 32.5% 내외)에 맞춰 제조한 6개 시료를 만들었다. 제철소, 화력발전 등에 쓰기 위해 시중에 판매된 산업용 요소들을 차량용 요소수 농도에 맞도록 제조한 것이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간 요소수 시료 중 알데히드 농도 중ㆍ상 수준인 시료 2종을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뽑았다. 이들 시료 둘과 차량용 요소수를 각각 배기량 2500cc급 경유 화물차(2021년식 기아 봉고3) 2대에 주입했다. 그 후 실제 주행을 진행하면서 배출가스가 어떻게 나오는지 살펴봤다.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적합성 여부를 시험하는 모습. 사진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결과 산업용 요소로 만든 요소수를 써도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등 모든 대기오염물질의 규제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중에 판매 중인 차량용 요소수와 비교해도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환원촉매장치(SCR)에도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험 차량에 산업용 요소수 1번 시료를 주입했더니 차량용 요소수를 넣었을 때와 비교해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10% 적었다. 반면 질소산화물은 산업용을 썼을 때 5.7% 더 배출됐다. 다만 알데히드는 1번 시료를 썼을 때 차량용 대비 7.9% 감소한 것으로 나왔지만, 2번 시료에선 19.8% 증가하면서 편차를 보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요소수 제조업체, 자동차 제작사, 대기환경 전문가 등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이들은 산업용 요소수 사용에 따른 환경적 영향, SCR 안전성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추가 시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또한 산업용 요소수는 제조 목적에 따라 성분 함량에 많은 차이가 있어 그 조건에 따라 차량 적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요소수 사용에 따른 차량 배출가스 시험 결과. 자료 국립환경과학원

이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 시험만으로 산업용 요소수의 사용 여부를 곧바로 가리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알데히드 농도가 더 낮은 시료 2종, 시험 차종(3.5t 마이티) 등을 추가해서 기술 검토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산업용 요소수를 기술적으로 경유차에 쓸 수 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품질을 보증할 별도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추가로 검토·설정돼야 할 수도 있다.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시험은) 단기간에 제한된 숫자의 시료, 차량으로만 평가한 결과다. 전문가들도 지적했듯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환경 영향과 안전성에 대한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주 중 추가 시험에 착수해 다음 주 중에 결과를 낼 예정이다. (분석) 내용을 보완하고, 많은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보다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도 "환경부는 (요소수) 안전에 대해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부분을 해치지 않는 범위를 검토하기 위해선 조금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봤다"면서 "차량에 사용하는 산업용 요소수의 스펙(품질)을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도 이번에 다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