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가상상표 등록했다…명품·패션 본격 ’메타버스 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1.11.16 06:00

업데이트 2021.11.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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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최근 패션·명품 기업들이 메타버스 세상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게임 회사와 손잡고 명품 로고가 박힌 옷을 입은 가상 캐릭터를 만드는 시도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미래의 실제 ‘매출’과 연결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H&M은 모바일 게임 '동물의 숲'에서 비건 패션 쇼를 열었다. 실제 매장에서도 판매하는 옷을 가상 공간에서도 선보였다. 사진 H&M

H&M은 모바일 게임 '동물의 숲'에서 비건 패션 쇼를 열었다. 실제 매장에서도 판매하는 옷을 가상 공간에서도 선보였다. 사진 H&M

가상 나이키 운동화 나올까

지난달 27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미국 특허출원국에 온라인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들이 착용할 수 있는 신발과 의류에 대한 상표권인데, 나이키 로고를 포함해 ‘저스트 두 잇(Just Do it)’‘에어 조던’‘점프맨’ 등 모두 7개가 포함됐다.
신청서에는 ‘다운로드 할 수 있고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이용하는 가상 상품’이라고 적혀있었다. 나이키의 허락 없이는 온라인 세계에서 나이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로, 향후 메타버스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나이키는 미국 특허출원국에 7개의 온라인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사진 미 특허출원국 홈페이지 캡처

나이키는 미국 특허출원국에 7개의 온라인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사진 미 특허출원국 홈페이지 캡처

패션 업계에선 나이키의 이런 행보를 두고 ‘신호탄을 쐈다’는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준비할 것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메타버스 패션’이란 새로운 판이 열리기 직전”이라며 “누가 먼저 본격적으로 나서는지, 누구와 손을 잡는지 눈치 게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NFT 작품 내는 명품 기업들

DKNY가 파리에 기반을 둔 예술 단체 'Obvious'와 협업해 만든 NFT로고. 사진 DKNY

DKNY가 파리에 기반을 둔 예술 단체 'Obvious'와 협업해 만든 NFT로고. 사진 DKNY

디지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사고 팔 수 있는 ‘가상의 작품(오브제)’에도 명품·패션 업계의 관심이 높다. NFT(대체불가능 토큰)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은 지난달 열린 파리 국제현대미술박람회(FIAC)에 NFT작품을 출품했다. 22명의 아티스트가 제작한 조각 작품과 설치 작품들로 디지털 경매를 통해 판매했다. 여행 가방으로 유명한 브랜드 ‘리모와’ 역시 지난 5월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NFT 제품들을 발표했다. 여행과 항공기의 상징물을 재해석한 테이블·서빙 카트·램프 등의 디지털 디자인 작품들이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DKNY는 한 예술단체와 협력해 자사 로고를 NFT로 만들고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예술과 디자인을 상업적으로 버무릴 줄 아는 패션 업계의 특성상 NFT는 앞으로 브랜드들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할 영역으로 통한다.

겔랑은 아티스트와 협업해 NFT작품을 만들어 파리 국제현대미술박람회에 출품했다. 사진 겔랑 홈페이지

겔랑은 아티스트와 협업해 NFT작품을 만들어 파리 국제현대미술박람회에 출품했다. 사진 겔랑 홈페이지

실제 세계와도 연동  

그동안 패션 브랜드의 메타버스 활동은 특정 플랫폼에서 이뤄져 실제 소비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엔 다르다. 스웨덴 패션 기업 H&M은 모바일 메타버스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가상 비건 패션쇼를 열었다.
숲 속의 H&M ‘루프 아일랜드’에서 열린 이번 패션쇼는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그대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두 비건 소재로 만들어진 의류들로, 게임 속 사용자들이 입을 수 있는 가상 옷과 현실 소비자들이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완전히 같다.
그런가하면 현실 공간에 기반을 둔 가상 쇼룸을 만들기도 한다. 구찌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와 제페토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구찌 빌라와 정원을 본 딴 가상공간을 만들고 사용자들에게 1000병 한정 수량의 향수를 가상으로 소유하게 했다.

구찌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만든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 사진 구찌

구찌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만든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 사진 구찌

명품은 왜 메타버스로 향하나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코로나19가 AR과 VR 시장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2020)’ 보고서 속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관련 하드웨어 시장 수익 예측. 그래픽=김영옥 기자yesok@joongang.co.kr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코로나19가 AR과 VR 시장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2020)’ 보고서 속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관련 하드웨어 시장 수익 예측. 그래픽=김영옥 기자yesok@joongang.co.kr

흔히 명품 패션 기업들은 ‘장인정신’과 ‘느린 손맛’ 등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강조한다. 이들이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최신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에 빠르게 나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혁신과 새로운 시도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보다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구체적으론 ‘Z세대’ ‘중국’ ‘기술 추종자들’이라는 잠재 고객이다. 바로 이들이 메타버스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가 이탈리아 명품 협회 알타감마와 공동으로 진행한 ‘글로벌 럭셔리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까지 럭셔리 시장 매출은 3600억~3800억 유로(약 486조~513조원)로 이중 약 30%가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매출의 약 70%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서 나올 것이라고 한다.

루이비통은 지난 8월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 '루이: 더 게임'을 공개했다. 사진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지난 8월 어드벤처 비디오 게임 '루이: 더 게임'을 공개했다. 사진 루이비통

무엇보다 미래 명품·패션의 주요 고객이 될 Z세대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들이다. 디지털에서 소통하고 경험하며 현실보다 가상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트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패션 메타버스 몰 ‘패스커’를 운영하는 에프앤에스홀딩스의 최현석 대표는 가상 패션 시장을 약 9조원 규모로 예상한다. 최 대표는 “자기를 꾸미는 데 익숙한 세대들이 가상공간에서의 아바타(자신)가 입고 소유하는 것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하는 방식이나 패턴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패션 기업들도 변화의 앞단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 피팅룸 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글로벌 가상 피팅룸 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물론 위험부담도 있다. 메타버스는 블록체인, 가상화폐, NFT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야 해 한 기업이 모두 내재화하기 어렵다. 프라다·까르띠에·LVMH 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솔루션 오라(AURA)를 공동 사용하고, 티파니·디올·발렌티노·페라가모가 프랑스 잘루미디어그룹의 메타버스 플랫폼 하우스오브드림(HOUSE OF DREAM)에 브랜드 쇼룸을 만든 이유다. 잘루미디어그룹의 지주회사 로피시엘홀딩스의 써머 김 부사장은 “메타버스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및 서비스 통합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실제 제품에 비해 낮은 가격의 가상 상품, 시장 미성숙 등으로 인해 가상 제품이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용자들이 가상 구찌 패션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구찌 홈페이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이용자들이 가상 구찌 패션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구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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