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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 피부의 백설공주”…동화보다 아름다운 ‘딸과의 추억’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버스'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https://bbs.joongang.co.kr/lifepicture
                   photostory@joongang.co.kr
 ▶9차 마감: 11월 30일

병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일은 스물네시간 쉼 없습니다. 그래도 백경씨는 어머니를 위해 농담하고 장난치며 웃습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병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일은 스물네시간 쉼 없습니다. 그래도 백경씨는 어머니를 위해 농담하고 장난치며 웃습니다.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엄마와 둘이 사는 예쁜 딸입니다.^^

엄마는 아프셔서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고
말씀도 못 하십니다.

그래도 엄마랑 저랑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건 병상에서도 많은 사진을 찍는 일입니다.
그런데 다른 가족 없이
둘이서만 지내다 보니
셀카나 핸드폰 봉으로 주로 찍어서
제대로 된 예쁜 사진이 많지 않네요.

병상에서 찍는 사진이 예쁘기가 힘들지만,
기사를 본 순간 인생 사진팀이라면
예쁘게 추억의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엄마와의 추억도 남길 겸 ‘인생 사진’을 신청합니다.
이백경 보냄


백경씨가 어머니에게 팔베개를 내어줬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딸에게 했듯 그렇게 백경씨는 어머니와 눈 맞춤했습니다.

백경씨가 어머니에게 팔베개를 내어줬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딸에게 했듯 그렇게 백경씨는 어머니와 눈 맞춤했습니다.

사연을 본 순간
‘오죽했으면’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병상에서 사진 찍으며
추억을 만드는 게 일상인 모녀,
어떻게든 가서 찍어 드리기로 작정했습니다.

휠체어라도 타고 바깥나들이 하며
곱게 물든 단풍과 함께 찍으면
금상첨화이리라 지레 마음먹기도 했고요.

그런데 가서 어머니를 본 순간
지레 마음먹은 건 애초에 접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8년째 병상에서 생활하는
파킨슨 환자였습니다.

현재는 모든 근육을 움직일 수 없으니
꼼짝없이 침대에서만 생활하는 겁니다.

더욱이 침 마저 혼자 삼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딸 백경씨가 옆에 붙어 24시간
어머니 수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백경 씨가 낸 책 『오멜』을 봤습니다. 거기에 백경씨가 제게 말하지 않은 삶의 이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서울대 출신에 미국 석사학위 소지자였습니다. 그 모든 걸 내려놓고 그는 그렇게 어머니를 간호하는 삶을 택한 겁니다.

이백경 씨가 낸 책 『오멜』을 봤습니다. 거기에 백경씨가 제게 말하지 않은 삶의 이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서울대 출신에 미국 석사학위 소지자였습니다. 그 모든 걸 내려놓고 그는 그렇게 어머니를 간호하는 삶을 택한 겁니다.

거실에서 백경씨와 잠깐 이야기 나누는 중에
마침 어머니의 거친 숨소리가 안방에서 났습니다.

소리를 듣자마자
백경씨가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못 삼킨 침을 빼내는 석션을 하면서도
백경씨가 어머니에게 쉬지 않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엄마, 침 얼른 빼내 드릴게.
우리 사진 찍어 주러 오셨어.
엄마도 사진 찍는 게 좋지?”

그 순간 놀랍게도
어머니가 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응”

백경씨가 저를 보고 말했습니다.
“분명히 ‘응’이라고 대답하는 거 들으셨죠?
엄마와 저는 이렇게 대화해요.
저는 계속 떠들고
엄마는 맘에 들 경우 ‘응’ 한마디죠.”

그랬습니다.
엄마는 고개조차 홀로 못 가누지만,
‘응’이란 단 한마디로만
둘의 대화를 잇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사연 신청하며 많이 망설였어요.
제가 세상에 얼굴 드러내놓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요.
엄마를 생각해서 사연을 신청한 겁니다.
저리 누워계시는
엄마가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몸도 못 움직이죠.
말씀도 못 하시고 저리 가만히만 계시는 데
뭐라도,
추억이라도,
재밋거리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일찍 남편과도 사별했어요.
지나고 보니 남는 건 추억할만한
사진뿐이더라고요.
엄마와도 기념될만한 추억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큰 용기 내 신청한 겁니다.”

그는 막내딸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엄마 등에 업혀
병원을 많이 다녔답니다.
“저를 키우느라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젠 제가 돌봐드려야죠.
그래서 일을 관두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백경씨는 자주 기도를 한다고 했습니다.
“잘 드시고,
잘 내보내고,
잘 주무시며
더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병원 갈 일이 없어야
제가 계속 모실 수 있으니까요.”

백경씨의 기도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더 오래 함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백경씨의 기도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더 오래 함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백하건대 사진 찍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힘들어하는 눈치를 챈
백경씨가 말을 건네왔습니다.

“우리 어머니 이쁘죠?
피부가 백옥같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를 백설 공주라고 해요.
보세요. 너무 귀엽잖아요.”

백경씨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겐 ‘추임새’로 다가왔습니다.

저에게만 그 소리가 추임새로 들렸을까요?
병상에서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에게도 ‘추임새’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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