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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고쳐줘" 화장 검게 번진 인형이 부른 성차별 논란

중앙일보

입력

검게 번진 메이크업과 헝클어진 머리…. 실패한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고치는 놀이를 하는 이 인형의 상자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망쳤어"라고 적혀 있다. 호주의 한 장난감 회사가 만든 'Failfix(페일픽스)'란 이름의 이 인형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준다고 지적하고 나선 인형 페일 픽스. 왼쪽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이 실패했을 때 모습, 오른쪽은 이를 수정한 후의 모습이다. [트위터 캡처]

일부 학부모들이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준다고 지적하고 나선 인형 페일 픽스. 왼쪽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이 실패했을 때 모습, 오른쪽은 이를 수정한 후의 모습이다. [트위터 캡처]

일부 부모들은 이 인형이 "성(性) 고정관념을 조장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소셜미디어(SNS)엔 "이 인형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너는 예뻐지지 못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수정하기 전까진 못생겼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영국의 여성인권재단 포셋 소사이어티의 회장인 펠리시아 윌로는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계속되고, 여성과 소녀들이 무엇보다 외모로 가치를 평가받는 생각을 강화시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SNS에는 "인형은 단지 화장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 "화장이 실패했다고 못생긴 것인가? 이 인형이 무슨 문제가 되나?" 등의 반론도 올라왔다. 이 인형을 만든 호주 회사 무스 토이스는 "이 인형은 실패한 사람이 아닌, 단지 실패한 메이크업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란이 보여주듯 시대 변화를 반영해 장난감도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장난감 업계에선 이런 변화의 움직임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마텔사가 2019년 선보인 성 중립 바비인형. [트위터 캡처]

마텔사가 2019년 선보인 성 중립 바비인형. [트위터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직원 500명이 넘는 대형 마트들은 오는 2024년부터 장난감 진열대를 만들 때 성별 구별이 없는 '성 중립' 코너를 갖춰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캘리포니아주에선 이런 법안이 통과돼 이를 어기면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의 에반 로우 하원의원은 "성별에 따른 장난감 분류 방식 때문에 과학·기술·공학·수학적인 장난감은 남아용, 아이 돌보기와 패션, 가사와 관련된 장난감은 여아용이란 고정관념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성 중립적인 장난감 코너가 어린이용 제품의 성별 편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글로벌 장난감 기업 레고 그룹은 지난달 '여아용' '남아용'과 같은 이용자 성별 구분을 없앤 성 중립적인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은 2019년 성별이 구별되지 않는 '성 중립 바비인형'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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