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의료붕괴" 꽉찬 중환자실, 호흡기 달고 응급실서 버틴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6 05:00

업데이트 2021.1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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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도의 한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A대학병원 응급실. 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응급실 내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인공호흡 장치가 붙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올라가지 못했다. 이 병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이 부족해서다. 인근 다른 병원으로 갈 수도 없었다. 병상 부족은 A병원만의 문제가 아니였다. 단계적 일상회복(코로나19) 시행 이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수도권 내 중환자실은 포화 직전이다.

"중증 환자 갈 곳 없어 속 타는데, 한밤중 다친 취객들 응급실 밀려와"

결국 한 환자는 차로로 100㎞ 이상 떨어진 충남 지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공호흡 장치를 달고 있어 레벨D 방호복을 갖춘 응급의학과 의사가 동행했다. 또 다른 환자는 전담 병상에 옮겨지지 못한 채,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같은 날 서울 강북의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올라가지 못한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 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서울 내 주요 대형병원들 대부분이 중환자실 자리가 없어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응급실에서 보고 있다”라며 “응급실 의료진들마저 코로나19 환자에 매달리게 돼 일반 응급 환자들은 뒷전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병상이 여유있다고 거짓말한다”라며 “이런게 의료붕괴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B병원 의료진은 “의료진들은 이송할 병상 찾느라 속이 타는데, 위드 코로나라고 밤늦게 술 마시다 넘어져서 다친 사람, 과음해서 구토 하는 사람이 응급실로 밀려오는 걸 보면 속이 터진다”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환자 병상 부족 피해 현실화 우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에 따른 피해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은 1125개(14일 오후 5시 기준)다. 이 중 699병상이 찼다. 가동률 62.1%다. 정부는 이 수치가 75%에 다다르면 방역강도를 높이는 ‘서킷 브레이커’(비상계획) 발령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수도권은 이 기준을 넘어섰다. 병상 가동률을 보면, 서울 78.6%, 인천 78.5%, 경기 73%에 달한다.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0%가량 여유를 둬야 한다. 환자가 나가면 소독해야 하고, 인공호흡기나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장치) 등 혹시 모를 주요장비의 오작동 등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병상을 100% 가동할 수 없다. 서울·인천의 병상은 이미 환자로 넘쳐 중증 환자가 생겨도 갈 곳이 없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병상동원 행정명령 이행까지 시차 

중대본은 지난 5일과 12일 잇따라 병상동원 (예비) 행정명령을 내렸다. 454개의 준중증 환자 병상, 254개의 중환자 병상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준중증 병상은 위중증에서 상태가 나아지거나 중환자로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한다. 이를 통해 중환자 병상 활용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음압시설 등을 갖춰야 해 당장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 4주 가량 걸린다. 그 사이 의료 현장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관은 이미 코로나19 전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려 일반 중환자실을 줄인 상태다. 응급실 환자를 올려보낼 중환자 병상이 부족한 것이다. 현장에선 병원 간 이송할 중환자실을 찾으려 “OO병원 중환자 병상 있습니까”라는 전화문의가 쉴새 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더욱이 계절적으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폐렴 환자 등이 증가하는 시기다.

응급실도 비상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가 아닌)뇌출혈·폐혈증 환자를 중환자실로 올려 돌봐야 하는데 응급실에 계속 깔려 있다”이라며 “응급실에 중환자가 장시간 머물러있다 보니 응급환자는 또 응급환자대로 처치가 늦어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과 교수는 “일반환자 중환자실을 줄이다 보니 응급실로 온 중환자가 입원할 데를 못 찾아 길거리를 헤맨다”며 “외과계 환자가 수술을 못 받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는 않지만, 폐렴이나 간경화 등 내과 중환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중환자실은 원래 80~100% 가동돼 평소에도 빡빡하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정부가) 위중증 환자가 500명이 되면 (허가) 병상의 4%를 동원한다는데 그러면 내과계 중환자실의 절반을 내놔야 한다”며 “그러면 (일반 중환자 피해가) 심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비상계획 면밀히 세워야" 

전문가들은 비상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고 당부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최악·최선·중간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하는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만들어 놨어야 한다”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과 같이 시나리오별로 협의하고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상급종합병원만 (병상을) 동원할 게 아니라 일반종합병원도 역할을 찾도록 해야 한다”며 “공공병원 병상을 많이 비우고 민간병원 의료진이 파견 가 진료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상급병원 징발 방식으로는 위드 코로나 장기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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