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 선배 NBA 커리가 표 사줬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한국 농구 기대주 미국 NCAA 데이비슨대 3학년 이현중. [사진 이현중]

한국 농구 기대주 미국 NCAA 데이비슨대 3학년 이현중. [사진 이현중]

“골든스테이트 홈 경기 티켓이요? 커리 선수가 줬어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데이비슨대 3학년 이현중(21·2m2㎝)이 14일 전화 인터뷰에서 전한 이야기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는 그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대학과 2021~22시즌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 경기를 치렀다. 전날에는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시카고 불스전을 관전했다.

이현중이 NCAA 경기를 치른 곳도, NBA를 관전한 곳도 체이스 센터였다. 이곳은 골든스테이트 스테판 커리(33·미국)의 홈 코트. 이현중은 “TV로만 보던 체이스 센터 코트를 밟아 재밌었다”고 했다. ‘NBA 표는 구매했느냐’고 묻자 이현중은 “커리가 줬다”고 답했다. 커리 ‘직속 후배’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데이비슨대에서 뛴 커리가 이현중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선물한 거다.

이현중은 커리와 또 다른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선수들이 각자 나라로 돌아갔다. 지난해 5월 줌 영상 미팅에 커리도 참여했다. 커리가 ‘셧다운 됐다고 늦게 자면 안 된다’며 자신의 생활습관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이현중은 “커리를 보니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더라. 그런데도 영리하게 풀어나가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NBA 수퍼스타 스테판 커리. [AP=연합뉴스]

NBA 수퍼스타 스테판 커리. [AP=연합뉴스]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오가는 스윙맨 이현중은 지난 시즌 특급 슈터의 상징인 ‘50-40-90 클럽’에 가입했다. 야투 성공률 50% 이상, 3점슛 성공률 40% 이상, 자유투 성공률 90% 이상 기록했다. 커리도 대학 시절 못 해본 거다.

지난 시즌 함께 뛴 켈란 그레디와 카터 콜린스가 다른 대학으로 떠나 이현중은 팀 리더가 됐다. 지난 10일 델라웨어대와 개막전에서 15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려 승리를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대와 경기에서 11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렸지만, 3점슛 4개 중 1개만 성공했다. 이현중은 “시즌 전부터 집중 견제를 예상했다. 상대 벤치에서 나를 ‘디나이(공을 못 잡게 미리 막는 수비)하라’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캐치 앤드 슈터’가 아니라 수비수를 달고 던져도 슛 성공 확률이 높은 ‘샤프 슈터’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NCAA 데이비슨대 이현중. [사진 이현중]김성룡 기자

미국 NCAA 데이비슨대 이현중. [사진 이현중]김성룡 기자

올여름 농구대표팀에 뽑혀 국제대회를 경험한 이현중은 “내 실력이 바닥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체중을 5㎏ 늘려 94㎏으로 만들었다. 대학에서는 사회학, 정치학 등 하루에 수업 2과목씩 듣는 걸 병행한다.

지난 7월 미국 디 애슬레틱은 2022 NBA 신인 드래프트 예상에서 이현중을 전체 25순위라고 전망했다. ESPN은 지난 8월 전체 71위로 예측했다. 올해 3학년인 이현중이 NBA팀에 지명된다면, 2004년 NBA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에 지명된 하승진(36·2m21㎝) 이후 NBA 2호 한국인 선수가 된다.

1984년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성정아(56)의 아들인 이현중은 “말 그대로 기자들의 예상 순위에 불과하다. 내 단점(수비)을 지적하는 말은 피드백을 주는 공짜 강의라고 생각한다. (NBA에 못 갈 거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확신이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 꿈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