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따갑다, 주인공의 혼잣말…웃음 뒤에 여운 있었죠”

중앙일보

입력 2021.11.16 00:03

업데이트 2021.11.16 00:48

지면보기

종합 22면

최근 신작 촬영이 잇따르는 류승룡은 "일을 안하면 오히려 불안하다. 촬영 현장이 주는 즐거움과 배움이 있다"고 했다. [사진 NEW]

최근 신작 촬영이 잇따르는 류승룡은 "일을 안하면 오히려 불안하다. 촬영 현장이 주는 즐거움과 배움이 있다"고 했다. [사진 NEW]

배우 류승룡(51)이 천만영화 ‘극한직업’ 이후 3년 만에 짠내 나는 코미디로 돌아온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에서 슬럼프에 빠진 유명 소설가이자 재혼남인 김현을 맡았다. 영화는 주인공 현을 둘러싼 요지경 연애사에, 작가로서 재능도 인간관계도 위기에 처한 중년의 초심 찾기 과정을 풀어낸다. 지난 5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류승룡은 “용감·솔직하고 공감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생각하게 하는 여운이 있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현은 낚시하고 ‘셀카’를 찍다가도 ‘인생이 따갑다’ 혼잣말하잖아요. 글이 안 써져서 발버둥 치는 그 장면이 애잔했죠.”

이혼과 자녀 양육 문제, 동성애, 세대교체 등 복잡미묘한 처지들을 웃음기 서린 일상에 녹여냈다. 재혼한 아내가 유치원생 딸의 조기 유학에 동행하며 기러기 아빠가 된 현은 이혼한 전부인 미애(오나라)와 고3 아들 성경(성유빈) 문제로 부딪히다 애틋한 감정이 되살아날 뻔한다. 설상가상 현은 자신 가르치는 남자 대학생 유진(무진성)에게 사랑 고백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7년의 공백을 깰 장편 소설을 그와 공동 집필한다. 현의 오랜 친구인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까지, ‘육각 연애’ 전선이 펼쳐진다.

사회적 금기를 넘나드는 관계가 많이 등장한다. 류승룡은 “서로 간 신뢰가 바탕이 된 인물들이라 생각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좋은 에너지와 자극을 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누구라도 자신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류승룡은 슬럼프에 빠진 작가를 맡아 생활밀착형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NEW]

영화 ‘장르만 로맨스’에서 류승룡은 슬럼프에 빠진 작가를 맡아 생활밀착형 연기를 선보인다. [사진 NEW]

제각기 다른 사랑법 중 가장 공감된 인물은.
“순모다. 친구한테 말도 못 하고 정말 정성을 다해서 사랑한다. 남자들이 사실 더 질투하고 지질하다. 그걸 (김)희원씨가 굉장히 잘 표현했다. ‘내 전화 수신 거부해놓았구나’ 하고 손 떨면서 눈물 닦는 연기에 깜짝 놀랐다. 실제론 술 한잔도 못 하는 사람이 눈을 까뒤집으면서 술을 먹더라. 이렇게 공감되는 걸 보면 내 안에도 저런 모습이 있겠구나, 싶다.”(웃음)
작가 역할인데 실제로도 글을 즐겨 쓰는지.
“일기 쓰는 소년이었다. 20대까지 계속 썼다. 요즘은 소셜미디어로 세상을 보고 근황을 알리기도 하는데, 혹시 내가 부족해 실수할까 조심스럽다. 대신 다이어리에 생각나는 계획, 아이디어를 상시 메모한다. 연기할 때도 많이 적는 편이다.”
촬영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코미디 연기가 예민하고 긴장되는데 1차 관객인 스태프들이 생각지 못한 순간 웃을 때 즐겁다.”
정색할 상황을 웃음으로 반전하는 특유의 몸짓, 대사 리듬은 타고난 건가.
“일단 허리가 길어서 체형이 우스꽝스럽다. 다 알다시피 5등신이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웃음) 사실 바디랭기지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5년간 하며 자연스럽게 체화한 것 같다. 세계 공연을 다니며 시공간을 떠나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 타이밍, 몸짓을 익혔다.”
주인공 현(류승룡·왼쪽)과 친구인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 [사진 NEW]

주인공 현(류승룡·왼쪽)과 친구인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 [사진 NEW]

이 영화는 단편 ‘2박 3일’ 각본 및 연출로 2017년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배우 조은지의 장편 감독 데뷔작이다. 류승룡과는 소속사 선후배이자 영화 ‘표적’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다.

류승룡은 “배우 출신 감독은 처음이었는데 배우의 마음, 습성을 너무나 잘 이해해줬다”며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단어의 어감, 몸짓, 하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을 (조 감독이) 잘 제시해줬다”고 했다. 연출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요번에 보면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 생각했다. 연기에 집중하려 한다”고 답했다.

출연을 결정하는 기준으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오는 감”을 들었다. “내가 감독이다 생각하고 이미지를 형상화하면서 읽는데 딱 덮었을 때 오는 감이 있다. 재미가 됐건 뜨거움이 됐건 공감이 됐건 그게 가장 크다.”

서울예대 90학번인 그는 주로 공연 무대에 서다 2004년 ‘아는 여자’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때그때 선물처럼 오는 작품들이 있었던 거 같다. ‘거룩한 계보’로 영화를 알기 시작했고 계속 악역만 하다가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그러고 나서 슬럼프가 있었고, ‘극한직업’을 통해 팀워크를 알게 됐다. 사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작품이 없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
“많이 걸었다. 그동안 혹사한 내 마음에 선물을 주는 시기였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갖고 가족을 보면 위로가 되고 극복이 됐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현이 글의 영감을 잃은 7년도 “동굴이 아니라 잘 견디고 버티고 나갔을 때 빛을 만나는 터널”이라 풀이한 그는 “‘우리’가 행복해야 즐거움을 만들 수 있다”고 연기 철학을 밝혔다. 현재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을 촬영 중인 그는 “코로나로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며 관객들에게 “방역수칙 지키느라 수고 많으셨는데 영화를 통해 웃음도 찾으시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