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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이어 제설 염화칼슘도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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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균 t당 80달러에 수입하던 중국산 염화칼슘의 수입 가격은 올해 1~9월 평균 t당 224달러로 거의 3배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7월만 해도 t당 19만~2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단가가 35만~40만원에 육박한다”며 “사려고 해도 물건이 없어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이 ‘제2의 요소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생산이 중단된 데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다.

15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수입한 염화칼슘은 총 73만9317t이다. 평균적으로 매년 15만5600t가량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온 물량이 73만5306t으로 전체의 99.5%를 차지한다. 체코·일본·독일·미국 등에서 나머지 0.5%를 수입한다.

염화칼슘 수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염화칼슘 수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염화칼슘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2009~2010년, 2012~2013년 겨울 전국적인 폭설로 염화칼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자체가 제설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다. 국내 수요는 폭증하는데 기상 악화로 수입 염화칼슘의 선적이 늦춰지면서 염화칼슘 가격은 폭등했다. 염화칼슘 재고가 바닥나자 식용 소금을 제설용으로 쓰기까지 했다. 올해의 경우 기상청은 예년보다 추운 겨울을 예고했고, 서울에는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첫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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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석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염화칼슘 비축량은 2만2171t이다. 2018년 하반기~올해 상반기 매년 사용량보다 많지만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 사용량(2만6678t)보다는 적다. 도로공사 측은 “규정에 따라 최근 3개년 사용량 평균의 140%를 비축하고 있다”며 “정부 비축 물량이 별도로 있고 부족하면 바로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FT)·워싱턴포스트(WP) 등은 “공급망 위기에 세계 경제가 발목 잡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생산과 물류 전반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산 문제는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서 발생해 전 세계에 막강한 파급효과를 끼치고 있어 사실상 ‘차이나 리스크’로 불린다.

유럽 “중국 마그네슘 증산 안하면, 재고 이달 바닥” 자동차 생산 중단 우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데다 많은 품목이 중국 의존도가 높아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또 중국의 감산 여파로 인도는 요소, 유럽은 마그네슘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서 우려가 나오는 품목은 염화칼슘뿐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한국 수입 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국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941개다. 이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은 1850개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쏠림 현상이 심하다.

마그네슘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그네슘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은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국 찾기도 쉽지 않다. 마그네슘 수입이 막히면 자동차·스마트폰·배터리 같은 한국 주요 수출품 생산이 흔들릴 수 있다. 의료기기·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94.7%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전자제품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를 중국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소재 가격은 중국발 공급 불안에 최근 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치솟고 있다.

수산화리튬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산화리튬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럽은 마그네슘 부족에 휘청대고 있다. 중국이 탈탄소 정책과 전력난을 이유로 마그네슘 생산량을 평소의 40%로 줄인 탓이다. 유럽의 자동차·금속·포장 업계는 마그네슘 재고가 이달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체코의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마그네슘 생산을 확대하지 않으면 차량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발(發) 공급망 위기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매체인 런민즈쉰은 “한국의 요소수 위기도, 유럽의 마그네슘 위기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목 죄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경묵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다”며 “전력난 등을 핑계로 자국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급망을 망가뜨리며 자원 무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국영 청두TV는 “이번 위기를 통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 반발하면 반드시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경우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며 “채산성이 낮아 국내 생산을 하지 않을 경우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 생산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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