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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릴 베이징증시···'등락 제한' 없애니 주가 494% 치솟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전 베이징증권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직원들이 시세전광판을 지나고 있다. 이날 중국 당국은 시가 1조 달러 이상의 자국 대형 IT 기업에 대한 각종 단속을 진행하는 가운데 81개 종목을 거래하는 베이징증시 거래를 시작했다. [AP=연합뉴스]

15일 오전 베이징증권거래소 개장식에 참석한 직원들이 시세전광판을 지나고 있다. 이날 중국 당국은 시가 1조 달러 이상의 자국 대형 IT 기업에 대한 각종 단속을 진행하는 가운데 81개 종목을 거래하는 베이징증시 거래를 시작했다. [AP=연합뉴스]

중국 본토에서 세 번째로 연 베이징증권거래소가 15일 개장 첫날 1조7000억원대 거래 총액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전기자동차 조향장치 제조사인 퉁신촨둥(同心傳動)이 493.67% 폭등했고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업체 다디뎬치(大地電氣)가 262%로 뛰었으며, 즈성신시(志晟信息)∙징싸이커지(晶賽科技)도 200% 이상 올랐다. 중국 당국이 개장 첫날만 예외적으로 ‘무한 등락폭’을 허용하면서다.

1990년 12월 각각 개장한 상하이, 선전에 이어 이날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문을 연 베이징증시는 신규 상장 10개 업체 등 총 81개 종목으로 출발했다. 기존 베이징에서 운영되던 중소기업 전용 장외 주식 시장인 신삼판(新三板) 중 가장 높은 등급인 ‘핵심층’ 71개도 옮겨왔다. 신규 상장업체 10곳 모두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를 거쳐, 평균 199.80%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개장 첫날 거래 총액은 95억7300만 위안(약 1조7696억원). 신삼판에서 옮겨온 리튬배터리 제작 업체 더루이리뎬(德瑞鋰電)은 18.23%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베이징증시는 개장 이틀째부턴 중국에서 가장 높은 30%의 가격 등락 폭을 적용한다.

15일 오전 베이징증권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15일 오전 베이징증권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이만(易會滿)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은 이날 개장식에서 “베이징증시 설립은 중국 자본시장 개혁과 발전 과정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더욱 다층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고 중소기업 금융 지원 체계를 완성해, 혁신 주도 발전과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에 매우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인 14일 베이징 천안문 서쪽 금융가의 진양(金陽)빌딩에서 ‘베이징증권거래소(北京證券交易所)’ 현판 게양식이 열렸다. ‘럭키 세븐’을 상징하는 일곱 글자를 황금색으로 칠해 부귀(富貴)를 상징했다고 중국중앙방송(CC-TV)는 보도했다. 기존 중소기업의 장외 주식시장인 ‘신삼판’의 정식 명칭인 “전국 중소기업 주식 양도 시스템” 비석은 없애지 않았다.

베이징증시는 지난 11일 장기 집권의 발판이 될 ‘역사결의’를 통과시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부문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일 시 주석의 설립 선언으로부터 개장까지 7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소액 투자자는 참여할 수 없다. 감독 당국이 설정한 자격을 갖춘 전문 투자자와 기관 위주로 운영된다. 투자자 보호를 내세워 주식 투자 경력이 2년 이상이고 주식계좌 20일 평균 잔액이 50만 위안(9242만원) 이상인 사람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문턱을 설정했다. 대신 문턱을 절반으로 낮춰 자본 유입의 길을 넓혔다. 기존 자격은 100만 위안(1억8500만원)이었다.

개장 첫날 거래는 투자자 210만명으로 시작했지만 곧 500만명으로 늘어 유동성을 개선할 전망이라고 홍콩 명보는 전망했다. 저우윈난(周運南) 베이징 난산(南山)투자 창업자는 “투자 문턱을 50만 위안으로 낮춘 것은 2급 시장에 불과한 베이징 거래소에 준 선물 보따리”라며 “충분한 투자 기초, 자금 출처를 확보해 시장의 유동성과 활기를 보장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5일 상하이 증시의 거래총액은 상하이 증시 4640억6500만 위안(약 85조8200억원), 선전 증시는 6939억6600만 위안(약 128조3421억원)으로 베이징증시는 이에 비하면 ‘미니급’이다.

상하이·선전 거래소와 달리 베이징거래소는 중국 내 중소 혁신 기업의 자금 지원이 목적이다. 개장을 알리며 타종한 괘종 위에도 “서비스 혁신형 중소기업 주요 진지를 만들자”라는 구호가 내걸렸다. 중국은 본토 증시 간 이전 상장을 활성화해 중소 혁신기업들이 베이징에서 출발해 상하이·선전의 과학혁신판이나 창업판을 거처 메인보드 상장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증시를 단계·체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이미 2019년 7월 상하이거래소에 혁신 기술 특례 상장의 길을 연 과학혁신판을 도입한 데 이어 이날 베이징 거래소까지 설립했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중국 기업이 미국을 위시한 외국 자본에 덜 의존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7월 당국의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뉴욕 나스닥 상장을 강행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滴滴出行)을 상대로 국가안보를 위협에 빠뜨렸다는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공개한 인터넷안보심사방법(규정) 개정안에서 회원 100만명 이상의 자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국가안보를 위해하는 요인이 없는지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해외 상장을 허가제로 바꾼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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