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게임업체 엔씨소프트 주식을 3000억원 넘게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15일 보유주식 대부분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가 약세로 300억원 안팎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진 돈 10배 투자하는 CFD 가능성도"
15일 한국거래소는 개인 투자자 한 명이 엔씨소프트 주식 53만 주를 순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 투자자는 최근 닷새간 엔씨소프트 주식 53만5324주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투자자를 지난 11일 엔씨소프트 주식을 싹쓸이한 '슈퍼개미'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 개인은 엔씨소프트를 70만3325주 매수하고 21만933주를 매도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365만5331주)의 25.1% 수준이다. 순매수량은 49만2392주로, 약 3500억~4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추정됐다. 덕분에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29.92% 오른 78만6000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선 슈퍼개미가 엔씨소프트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진출 소식에 주식을 쓸어담은 뒤 주가가 급락하자 손실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물량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7.69% 내린 6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2거래일간 16% 하락했다.
슈퍼개미의 주식 매입 평균 가격을 알 수 없어 정확한 손실액은 확인할 수 없지만, 업계에선 3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슈퍼개미가 CFD(차액결제거래)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 돈 400억원을 갖고 4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가 손절하면서 300억원가량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FD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거래다.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해 증거금의 10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소 10%의 증거금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내고 나머지는 증권사에서 빌려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다.
특정 계좌에서 상장주식 수 대비 2% 이상 매도세(2.41%)가 나타나자 한국거래소는 16일 엔씨소프트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거래소는 슈퍼개미의 대량 거래에 시세 조종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