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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손가락' 독재자 카다피 차남, 내달 리비아 대선 출사표

중앙일보

입력

리비아에서 42년간 장기독재를 펼치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과도정부군에 피살된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49)가 내달 예정된 대선에 후보자로 등록했다고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비아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카다피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오른쪽) [EPA=연합뉴스]

리비아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카다피 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오른쪽) [EPA=연합뉴스]

이날 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사이프 카다피가 남부 도시 세브하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알렸다. 이어 선관위가 올린 영상에는 베두인 전통복장 차림을 한 사이프가 이슬람 경전 쿠란을 인용해 “신이시여, 저와 국민 사이에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는 카다피 집권 당시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관측됐다. 리비아 정부 내 공식 직책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영국의 명문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국제 감각을 갖춘 인물로서 국제사회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2003년 런던 유학 당시 한 만찬장에서 “리비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아버지가 민중봉기로 쫓겨나 사망한 후 체포돼 외부활동을 하지 못했다. 리비아 법원은 지난 2015년 민병대에게 억류된 사이프에게 궐석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했으나, 민병대는 2년 만에 사이프를 석방했다.

이후 그는 지난 7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를 통해 정치 복귀 의사를 밝혔다. NYT는 인터뷰 당시 리비아에서 이뤄진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사이프에 대한 리비아 국민의 신뢰도가 57%에 이른다고 전했다.

2009년 9월1일 당시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트리폴리 녹색 광장에서 열린 집권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뉴스1]

2009년 9월1일 당시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트리폴리 녹색 광장에서 열린 집권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뉴스1]

다만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사이프에게 반인도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이 유효하다는 입장이어서 사이프에게 대선후보 자격이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그는 지난 2011년 리비아 내 민주화 시위 당시 유혈진압 사태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사이프는 “우리는 리비아에서 싸우고 리비아에서 죽는다”며 가족 편에 섰다가 반군의 공습으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잃었다.

현재 리비아의 군 검찰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이프의 입후보를 보류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10번째 리비아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6일 수도 트리폴리에서 한 리비아 소년이 국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10번째 리비아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16일 수도 트리폴리에서 한 리비아 소년이 국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사이프의 출마로 리비아 대선 구도는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아는 '아랍의 봄' 혁명으로 독재 종식엔 성공했지만, 혁명군과 군부 세력 간 내전으로 동부와 서부가 분열된 상태다.

특히 사이프는 수도 트리폴리와 서부 지역의 무장단체와 민병대의 강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서부 미스라타 지역 의원인 압델 라만 엘 스와힐리는 “카다피의 아들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기소돼야 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부지역 민병대 지도자들도 선거가 그대로 진행되면 투표소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중이다.

리비아 대선은 다음 달 24일 열린다. 대선 후보 등록은 11월 22일까지 예정되어 있다. 군벌인 칼리파하프타르, 아길라 살레 국회의장,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등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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