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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2% 인플레’ 아르헨티나, 페론주의 40년 만에 다수당 상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투표가 마감된 뒤 야당 연합 '모두를 위한 변화' 선거본부에서 연합 소속 호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투표가 마감된 뒤 야당 연합 '모두를 위한 변화' 선거본부에서 연합 소속 호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중도 좌파 연립 정부가 패배했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날 상·하원 선거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연합 ‘모두의 전선’은 15일 잠정 집계 결과(개표 99%) 전체 표 가운데 34%를 얻어 우파 연립 야당 ‘변화를 위한 함께’의 42%에 밀렸다.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부에노스아이레스도 야당에게 넘어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1940년대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이 창시한 페론주의가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되는 건 1983년 이후 약 40년 만”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5~2019년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집권한 적은 있지만, 의회는 페론주의 계열 정당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번 중간선거는 72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24명을 선출하고, 하원에서는 257석 가운데 127석을 선출하는 선거였다. 우파 연립은 친(親)시장주의자로 꼽히는 마크리 전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좌파 연합은 좌파 포퓰리즘으로도 불리는 페론주의 정당들이 참여하고 있다.

선거에서 좌파 연합은 상원선거 8개주 가운데 6곳에서 야당에 밀렸으며, 최종 35석을 확보해 과반(37명)이 무너졌다. 하원은 기존에도 과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으나, 최대 의석수(118석)는 유지했다.

아르헨티나의 좌파 연합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집권 여당 '모두의 전선' 지지자들이 모인 곳에서 발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좌파 연합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집권 여당 '모두의 전선' 지지자들이 모인 곳에서 발언할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상원 과반은 정부 예산안 등 입법 추진에 필수적이다. 정부가 상원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의 450억 달러(약 53조 600억원) 부채 상환 협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강경 좌파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히너 부통령 겸 상원의장의 급진파가 갈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9년 집권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서는 씁쓸한 중간 성적표를 받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만연한 경제난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빈곤을 맞닥뜨리고 있다. 4500만 인구 가운데 40%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며, 지난 달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은 52%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10%에 달한다.

극심한 물가 상승으로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1400개 품목의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내년 1월까지 동결시키는 조치를 내렸지만, 경제 혼란은 잡히지 않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리카르도 아레스(69)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계 지출이 2016년 이후 3배 늘었고, 월말까지 쓸 돈을 충분하게 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너무 힘든 2년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초반 경제가 붕괴되면서 수백만 명의 중산층이 페론주의를 앞세운 정부의 사회 지출에 의존해 왔다. 유권자인 주부 그라시엘라 파크리(47)는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조금이 없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다”며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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