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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성범죄 마스터키 공포···"발목 들춰보고 직원 뽑아야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동구에서 모텔을 운영 중인 50대 양모씨는 업소를 방문하는 투숙객들에게 ‘방에 몰카(불법촬영 카메라) 탐지는 주기적으로 하고 있느냐’, ‘심야 시간대 카운터는 누가 보느냐’는 질문을 부쩍 많이 받는다고 한다. 최근 숙박업소에서 업주나 직원이 투숙객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 때문이다. 양씨는 15일 “사정상 24시간 카운터를 볼 수 없어 심야 아르바이트를 뽑는데 이력을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게자가 숙박업소 객실에 설치된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게자가 숙박업소 객실에 설치된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터키 악용한 직원…범죄경력 요구는 불법

호텔 마스터키를 이용해 잠든 투숙객을 성폭행하고 그 과정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직원 A씨(27)가 지난 13일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 윤경아)는 강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이용 촬영)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신상정보 공개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A씨가 과거 강간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숙박업계의 채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13일 숙박업주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선 “직원 뽑을 때 전과기록을 조회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 “앞으로 면접 때 (전자발찌를 확인하기 위해) 발목을 걷어보라고 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양씨는 “이력이 미심쩍은 지원자에겐 전과가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면서도 “거짓말해도 걸러낼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토로했다.

업주가 구직자에게 이력 조회를 이유로 전과기록을 요구하는 건 불법이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르면 범죄경력 조회는 수사 또는 재판과 보호관찰, 병역의무, 공무원 임용, 형의 집행 및 사회봉사명령 집행, 외국 입국·체류 허가 신청 등 법에 규정된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성범죄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범죄 일러스트. 중앙포토

잇따른 성범죄에 투숙객 불안 커져

업주들은 난색을 보이지만, 투숙객들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고모(28)씨는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아 숙박업소에 묵을 일이 많은데 벽에 난 구멍이나 탁상 위 물건부터 확인하는 게 수순이 됐다”며 “업주가 카메라를 숨겨놓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1일 강원 춘천에선 객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60대 모텔 주인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달 경기 양평의 한 모텔에서도 불법촬영 일당에 매수된 직원이 객실 컴퓨터 모니터 등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소형 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초소형 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표적된 숙박업소…“취업제한 대상에 넣어야”

일각에선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숙박업소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다중이용시설보다 투숙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고, 내밀한 공간인 만큼 성범죄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 기관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상담시설, 의료기관 등에 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숙박업소에서 불법촬영 등 비슷한 유형의 성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가 처음 생겼을 땐 아동·청소년 보호가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숙박업소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숙박업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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