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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후 첫 해외출장···이재용은 '캐나다 AI센터'로 향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을 위해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해외 방문지는가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센터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를 삼성의 미래사업으로 낙점한 이 부회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력 강화나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구상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에 AI 연구 거점  

15일 삼성전자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세기편으로 출국한 이재용 부회장은 14일 오전(현지시간)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토론토에 있는 삼성 AI 센터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첫 해외 출장지로 AI 센터를 택한 것은 삼성의 미래사업에서 AI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초 국정농단 사건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직후에도 유럽과 캐나다를 찾아 ‘AI 구상’을 점검했다.

토론토 센터는 전 세계 7곳에 있는 삼성 AI 센터 중 하나다.〈그래픽 참조〉 이곳에선 AI를 활용한 ‘시각 이해((Visual Understanding)’ 기술을 중점 연구한다. 시각 이해는 AI가 사람처럼 이미지 속 물체의 형태와 상황, 위치 등을 인식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기술이다. AI가 시각과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 모덜(Multi-modal)’도 핵심 연구 분야다.

삼성 토론토 AI센터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삼성 토론토 AI센터 임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캡처]

전 세계 7곳에서 AI 연구센터 운영  

토론토 센터는 스벤 디킨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센터장을, 엘런 젭슨 토론토대 교수가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를 맡고 있다. 두 교수 모두 ‘AI의 눈’으로 불리는 컴퓨터 비전 분야의 석학이다.

토론토에서 50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트리올 AI 센터는 AI와 5세대(5G) 등 차세대 네트워크의 융합을 주로 연구한다. 맥길대의 그레고리 듀덱, 스티브 리우 교수가 센터를 이끌고 있다. 토론토 센터는 2018년 5월, 몬트리올 센터는 같은 해 10월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한국(2017년 11월 개소)과 미국 실리콘밸리(2018년 1월)·뉴욕(2018년 9월), 영국 케임브리지(2018년 1월), 러시아 모스크바(2018년 5월)에서 AI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이 지난 2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AI 포럼 2021' 2일차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근무하다 2018년 삼성에 영입됐다. [사진 삼성전자]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이 지난 2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AI 포럼 2021' 2일차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근무하다 2018년 삼성에 영입됐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AI 낙점

AI는 이 부회장이 특별히 공을 들이는 분야다. 삼성은 2018년 8월 180조원을 투자해 AI와 5G, 전장부품 등을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그해 10월 AI 사업 구상과 인재 영입을 위해 유럽‧북미 출장길에 올랐고, 11월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를 만나 AI 관련 사업을 논의했다. 이듬해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8월), AI 분야 4대 구루(권위자)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11월)를 만나 삼성의 AI 전략에 대해 조언을 듣기도 했다.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2018년 6월엔 AI 분야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이동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영입했다. 두 교수는 현재 삼성리서치 사장과 글로벌 AI 센터장을 각각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벤지오 교수를 삼성 AI 교수로 위촉했다.

세계적인 AI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2019년 11월 삼성 AI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벤지오 교수는 현재 삼성 AI 교수와 AI 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세계적인 AI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2019년 11월 삼성 AI 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벤지오 교수는 현재 삼성 AI 교수와 AI 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AI 특허 출원 성과 크지만 M&A 등엔 미온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많은 1271건의 AI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2위 인텔(505건)이나 3위 IBM(461건), 4위 애플(422건)보다 2~3배 많은 수치다.

다만 이제까지는 AI 관련 M&A나 투자는 미온적이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16~2020년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MS, 액센추어 5개사는 60개의 AI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플은 이 기간에 25개 기업을 사들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소규모 스타트업 투자 건 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 “앞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AI, 5G, 전장 등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모더나와 백신 협력이나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첫 방문지로 AI 거점을 택한 만큼 향후 이 부회장이 AI 관련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사업 구상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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