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등을 수사한 검사들이 법무부·대검찰청·서울고검의 전방위 감찰 압박에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e-PROS)에 게재한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조국 전 장관 관련 기록 대출요청 등에 대한 수사팀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수사팀은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지난달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수사기록에 대한 대출을 요청한 뒤부터 감찰 대상이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중대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이던 김경록씨는 2019년 8월 검찰 압수수색 전 정 전 교수의 지시에 따라 증거를 은닉한 혐의로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국민신문고에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자백을 회유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임 담당관은 지난 8월부터 이 민원을 검토하다 지난달 18일 수사팀에 수사기록 대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조국 일가 입시 비리 사건’ 관련 수사 기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감찰담당관 명의 공문에는 ‘조국 사건과 관련’하여 ‘김○○ 사건’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수사팀은 “조 전 장관 등의 재판 중 범죄사실에는 김씨에 대한 교사 범죄가 포함돼 있어 두 기록이 일체일 수밖에 없다”며 “김씨가 조국 사건의 일부로서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분리 기소된 김씨 사건이 확정됐음을 빌미로 김씨에 대한 수사기록까지 포함해 기록 대출을 요청한 건 조국 사건의 수사·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임 담당관이 해당 공문에 근거 규정으로 언급한 법무부 감찰규정 18조(자료제출 요구 등)를 역(逆)으로 들며 “열람·등사가 어렵다”는 취지의 공문을 지난 8일 회신했다. 감찰규정 18조 2항에 따르면 ▶제3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경우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소추·공소유지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인정되는 때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할 수 있다. 그러자 임 담당관은 지난 9일 해당 진정을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에 이첩했다.
수사팀은 임 담당관이 검찰 사무에 대한 감찰 업무의 경우 검찰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법무부 감찰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사팀은 “법무부 감찰규정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등을 위해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한 비위 조사 등은 검찰청에서 우선 자체적으로 수행하도록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예외적인 1차 감찰권 행사의 사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도 없이 법무부에서 1차적 비위 조사를 실시하는 건 법무부 감찰규정 취지에 반(反)한다”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 “헌법 및 법률상 수직적 권력 분립의 원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침해한 중대한 권한남용이므로, 이번 사태와 관련된 진상을 엄정히 조사해 재발 방지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날 수사팀 입장에 대해 추가 반박문을 내고 “수사팀에 대한 민원 사건 처리를 위한 일반적인 업무 절차로 조 전 장관, 정 전 교수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서울고검 감찰부(부장 이진동)가 감찰 중인 조 전 장관 수사팀의 ‘편향 수사’ 의혹 진정에 대해선 당시 중앙지검 지휘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진정은 수사팀이 조 전 장관 일가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조 전 장관 측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던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수사팀은 “공판 수행과 병행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중앙지검 지휘부와 대검, 법무부 등에 수회에 걸쳐 인력 지원 요청 등을 했으나 합리적 설명 없이 그와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에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며 해당 경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상조사가 착수된 이상, 위와 같은 지원 요청을 묵살해 A회사(익성) 관련자를 포함한 관련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한 당시 중앙지검 지휘부 등에 대해서도 관련 조사를 진행해 그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앙지검장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