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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격리시킨 빈집서 반려견 도살…CCTV에 딱걸린 中 방역[영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중국 장시성에서 집주인이 방역 격리조치로 빈 아파트에 남아 있던 애완견이 문을 열고 들어온 방역 요원을 지켜보고 있다. 애완견은 곧 살처분됐다. [웨이보 캡처]

지난 12일 중국 장시성에서 집주인이 방역 격리조치로 빈 아파트에 남아 있던 애완견이 문을 열고 들어온 방역 요원을 지켜보고 있다. 애완견은 곧 살처분됐다. [웨이보 캡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 중인 중국에서 지난 12일 집주인을 격리한 빈집에 방역 요원들이 들어가 남아있던 반려견을 ‘무해화처리(살처분)’한 사건이 발생했다.

처리 장면은 집주인이 집안에 설치해 놓은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견주가 해당 영상을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리자 당국에 처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한 당국은 해당 방역 요원을 직무 이동 처리하고 주인에게 공개 사과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지방 매체는 평론을 내고 “‘무해화처리’ 식의 용어가 조잡한 구호”라며 “사건의 경위와 네티즌이 관심을 보인 세세한 내용, 법집행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관련자 비판교육, 직무조정에 그친 것은 허술한 대응으로 이런 식의 발표는 여론을 설득시키기 어렵고 전체 방역에도 불리하다”고 당국이 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사건은 지난주 중국 장시(江西)성 상라오(上饒)시 신저우(信州)구에 위치한 아파트단지 진펑화위안(金鳳花園)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급 위험 지역으로 지정돼 폐쇄식 관리 조치 명령이 내려지면서 발생했다. 중국에서 폐쇄식 관리 명령이 내려지면 “구역봉쇄, 외출금지, 문앞배송” 원칙이 적용된다. 집안 누구도 외출이 금지되고 ‘격자망(바둑판) 관리’ 감시원 등 공산당과 정부 관계자가 식료품 등 일상 필수품을 가가호호 문 앞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검역 요원이 하루 한 차례 방문해 핵산 검사와 살균 소독도 진행한다.

12일 오전 주민 푸(傅) 여사는 지정 호텔로 이동 격리 통지를 받았다. 단 애완동물 동반이 금지됐다. 호텔 이동 전 푸 여사는 방역 요원에게 집안에 반려견이 있으니 집안 소독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 경 의료폐기물 전용 노란색 봉투를 휴대한 채 방호복 차림의 사람 두 명이 문을 따고 들어왔다. 푸 여사가 휴대폰으로 집안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이들이 쇠막대기로 애완견의 머리를 가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놀란 강아지는 다른 방으로 도망갔고 카메라에는 마지막 비명만 들렸다. 몇분 뒤 두 방역 요원이 강아지 사체를 담은 듯한 노란색 봉투를 들고 지나가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푸 여사는 애완견 도살 전에 단지 사무소와 경찰에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푸 여사는 사건을 웨이보에 영상과 함께 올려 대중에게 알렸고, SNS 인플루언서들이 영상을 공유했다.

무단 침입과 애완견 도살 사건은 곧바로 중국 전역의 여론을 들끓게 하였다. 12일 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신저우구 당국은 공식 웨이보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방역 소독을 위해 현관문을 잠그지 말 것을 통지했으나 푸 여사 집안 문이 잠겨있어 방역 요원이 경찰의 협조 아래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인과 충분한 소통 없이 애완동물을 ‘무해화처리’ 했다면서 동사무소에서 이미 관계자를 대상으로 비판 교육을 실시하고 직무를 조정 조치했다며 피해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양해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신저우구 당국의 해명으로도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방지 초천도시보(楚天都市報)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극목신문(極目新聞)은 14일 칼럼을 내고 ‘격리 중 애완견 박살(搏殺, 때려죽이다) 사건’을 비난하면서, 방역 기간 동안 애완동물을 잘 상대해 ‘생명지상’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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