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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샌더스에 "아직 살아있나"…이 조롱에 서학개미 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81조1000억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팔아치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무소속ㆍ버몬트)과 설전을 벌이며 추가 주식 매각을 시사했다. 머스크가 주식을 더 팔 경우 주가는 더 하락할 전망이어서 약 15조9000억원어치의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서학개미들의 조바심을 태우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 한 주 사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가치는 18조4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 가까이 빠졌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로이터=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로이터=연합뉴스

50살 머스크, 80세 샌더스에게 “아직도 살아있나”  

머스크와 샌더스 의원 간 충돌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상에서 발생했다. 80세인 샌더스 의원이 “우리는 극도로 부유한 자들이 공정한 (세금) 몫을 내도록 요구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50세인 머스크가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속 잊고 있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는 그러면서 “내가 주식을 더 팔기를 원하는가. 버니, 말만 해달라”고 경고했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압박한다면 테슬라 주식을 추가로 팔겠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추가 주식 매각을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샌더스는 응수하지 않았지만 측근인 맬리사 번은 “여러분, 테슬라 주식을 사지 맙시다. 모욕적인 이에게 보상하지 말아야 합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머스크가 샌더스 의원의 부자세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트윗. [트위터 캡처]

머스크가 샌더스 의원의 부자세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트윗. [트위터 캡처]

지난 미국 대선 경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샌더스 의원은 강성 좌파로 경선 과정에서도 최상위 부자들에게 따로 부유세를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순자산 5000만 달러 이상 가구에 연 2%의 세금을 추가로 물리는 부유세를 발의하자 센더스 의원도 동참했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사회복지법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억만장자세’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소득이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인 부자 약 700명을 대상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미국에서는 주식이나 채권 등 미실현 자본 이득에 대해 보유세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억만장자세가 시행되면 20% 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버니 샌더스 미 상원 의원이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버니 샌더스 미 상원 의원이 1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1주일 사이 테슬라 주가 15% 곤두박질  

이에 현재 자산 1위 부호인 머스크는 “나는 어디에서도 현금 보너스나 월급을 받지 않는다”며 “주식밖에 없으니 개인적으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을 파는 것”이라며 자신의 테슬라 주식 10% 매각 여부를 묻은 투표를 트위터 팔로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당시 그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따르겠다”고 트윗했고, 증권가에서는 “따르겠다(abide)”는 용어를 놓고 “abide(n)”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58%의 찬성이 나오자 머스크는 지난 1주일 동안 640만주(69억 달러 상당)를 팔아치웠다. 테슬라 주가는 189달러(15%)나 곤두박질쳤다.

“머스크 주식 계속 팔 것”  

증권가에서는 머스크의 주식 매각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즈벨트 투자그룹의 제인슨 베노외츠 선임 매니저는 “머스크가 사라질지도 모를 수백억 달러의 스톡옵션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주식 매각도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2012년 주당 6.24달러에 테슬라 스톡옵션 2280만주를 받았고, 내년 8월이 만기다. 스톡옵션 행사로 200억 달러 이상을 벌 수 있다.

CNN은 머스크가 억만장자세에 반발하는 행태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과 2019년 상반기 사이에 정부가 부여한 환경규제 크레딧을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판매해 테슬라의 생존에 결정적인 20억 달러 이상을 확보하며 위기를 넘겼다는 것이다. 또한 이후에도 정부의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지원 등을 통해 테슬라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NN은 “머스크의 재산 형성에는 납세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세금을 더 내도 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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