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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요소수' 염화칼슘…99%가 中수입, 자칫 폭설에 애먹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사회 곳곳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이 ‘제2의 요소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생산이 중단된 데다,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다.

15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수입한 염화칼슘은 총 73만9317t이다. 평균적으로 매년 15만5600t 가량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온 물량이 73만5306t으로 전체의 99.5%를 차지한다. 체코ㆍ일본ㆍ독일ㆍ미국 등에서 나머지 0.5%를 수입한다. 그만큼 중국산 염화칼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염화칼슘 수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염화칼슘 수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염화칼슘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사라졌다. 산업부 측은 “최근 5년간 국내 염화칼슘 제조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내 염화칼슘 수요의 30% 정도를 생산하던 OCI는 2016년 이후로 염화칼슘 생산을 중단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부가가치도 높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요소수와 판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염화칼슘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2009~2010년, 2012~2013년 겨울 전국적인 폭설로 염화칼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자체들이 제설 작업에 애를 먹기도 했다. 국내 수요는 폭증하는데, 기상 악화로 수입 염화칼슘의 선적이 늦춰지면서 염화칼슘 가격은 폭등했다. 염화칼슘 재고가 바닥나자 식용 소금까지 제설용으로 쓰기까지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올해 불안 조짐이 감지된다. 지난해 평균 t당 80달러에 수입하던 중국산 염화칼슘 가격은 올해 1~9월 평균 t당 224달러로 거의 3배로 치솟았다. 한국 기상청은 예년보다 추운 겨울을 예고했고, 서울에는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첫눈이 내렸다. 윤영석 의원은 “예년보다 염화칼슘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요소수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입 의존 품목 3941개, 중국이 절반 

‘제2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품목은 비단 염화칼슘뿐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한국 수입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국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941개다. 이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은 1850개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503개), 일본(438개)보다 쏠림 현상이 심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로 수입선이 막힐 경우 대체선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마그네슘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마그네슘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체적으로 마그네슘(마그네슘잉곳)은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국 찾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네슘 수입이 막히면 자동차ㆍ스마트폰ㆍ배터리 같은 한국 주요 수출품 생산이 흔들릴 수 있다.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94.7%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전자제품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86.2%, 2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를 중국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소재 가격은 중국발 공급 불안에 최근 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치솟고 있다.

산화텅스텐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화텅스텐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은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에도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했다. 세계 공급망 재편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요소수 대란 같은 ‘차이나 리스크’가 곳곳에서 재발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 감소로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커지고,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본 수출규제 이후 주요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의 공급망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요 원자재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재가공해서 파는 중간재 산업이 많은 한국은 이러한 공급망 문제에 취약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국가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의 경우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재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전략물자화’해야 한다”며 “채산성이 낮아 국내 생산을 안 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해 생산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산화리튬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산화리튬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도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막았던 일본 수출규제와 달리, 요소는 중국이 생산을 줄이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식의 공급망 차질은 앞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정부가 국제기구 등을 통해 특정 국가와 경제권이 자원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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