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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책꽂이·연필꽂이…내 전용 나무 소품 망치질만 잘하면 뚝딱

중앙일보

입력

나서현(왼쪽)·최주영 학생기자가 경기도 시흥시 옥구목공체험장을 찾아 각각 책꽂이와 3칸 연필꽂이를 만들어봤다.

나서현(왼쪽)·최주영 학생기자가 경기도 시흥시 옥구목공체험장을 찾아 각각 책꽂이와 3칸 연필꽂이를 만들어봤다.

나무를 여러 장비를 이용해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목공예는 소품부터 건축물까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금속이나 돌보다 다루기가 쉬워 초보자도 도전해볼 만하기에 방과 후 활동으로 목공예를 접해본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내 책상 위에 놓을 소품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면 그 물건에 더욱 애착이 생기겠죠. 나서현·최주영 학생기자가 경기도 시흥시 옥구공원 내 있는 옥구목공체험장을 찾아 직접 소가구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권정선 주무관과 추한민 선생님이 손거울·탁상시계·각티슈 케이스 등 나무로 만든 각종 소품이 전시된 진열장 앞에서 인사를 건넸어요. 이곳은 숲 가꾸기나 도시 내 위험한 나무 제거 과정에서 나온 산림 부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시민에게 목재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목공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세워진 나눔목공소죠.

만들고자 하는 가구의 형태에 맞게 자른 원목판과 망치, 못, 목공예풀만 있으면 초보자도 소가구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다.

만들고자 하는 가구의 형태에 맞게 자른 원목판과 망치, 못, 목공예풀만 있으면 초보자도 소가구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다.

"목공예를 할 때 쓰는 도구가 궁금해요. 망치·못·톱과 같은 도구 외에 다른 것들도 있나요?" 주영 학생기자의 질문에 권 주무관이 안내한 공구방에는 원목·합판을 자를 때 쓰는 테이블쏘, 곡선으로 재단할 때 쓰는 스크롤쏘, 구멍을 내는 드릴링머신, 원하는 각도대로 잘라주는 각도절단기, 표면에 지저분한 부분을 제거하거나 부드러운 느낌을 줄 때 쓰는 샌딩기 등 각종 전동공구가 있었죠. "원목을 손질한다는 용도는 같아도 크기나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신기해요." 서현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요즘에는 목공예에 전동공구나 기계를 많이 사용해요. 하지만 초보자가 다루기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권)

소중 학생기자단이 권정선 주무관(왼쪽)과 함께 공구방에서 목공예에 쓰이는 전동공구와 기계들을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권정선 주무관(왼쪽)과 함께 공구방에서 목공예에 쓰이는 전동공구와 기계들을 살펴봤다.

"저희처럼 초등 고학년 연령대의 목공예 초보자가 만들기 적합한 품목은 무엇이 있나요?"(최) "목공 작업은 여러 장비를 써야 하기에 항상 조심성 있게 접근해야 해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안전이 최우선이랍니다. 예를 들어 회전하는 기계나 공구를 사용할 때는 일부가 걸려서 끌려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끼지 않아요. 여러분 나잇대 초보자는 전동공구나 기계를 사용하는 건 무리가 있고요. 망치와 못으로 조립하고 브러시로 칠하는 소가구는 다 만들 수 있어요."(권) "저는 책상도 만들어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얼마나 배워야 하나요?" 작업장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소가구 샘플을 살피던 서현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하면 작은 책상 정도는 3개월 안에 만들 수 있을 거예요."(권)

목공예를 할 때 쓰는 나무는 크게 소프트 우드(침엽수)와 하드 우드(활엽수)로 나눌 수 있어요. 침엽수는 입이 뾰족한 나무로 소나무·전나무·잣나무·향나무 등이 있어요. 활엽수는 입이 넓적한 나무로 느티나무·단풍나무·감나무·밤나무 등이 해당하죠. 나무가 너무 단단하거나 무르면 작업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구의 특성에 따라 소재를 잘 선택해야 해요. "의자와 책상은 어떤 나무를 쓰는 게 좋나요?"(나) "의자와 책상은 사람이 앉거나 물건을 얹는 것이기 때문에 단단해야죠. 무거운 것에 눌려 표면이 찍히더라도 잘 버텨야 하고요. 그래서 하드 우드를 쓰는 게 좋아요.(권)

추한민(왼쪽) 선생님과 망치질로 3칸 연필꽂이 기본 형태를 잡는 중인 최주영 학생기자. '예비박기'를 해서 못의 위치를 잡아주는 게 좋다.

추한민(왼쪽) 선생님과 망치질로 3칸 연필꽂이 기본 형태를 잡는 중인 최주영 학생기자. '예비박기'를 해서 못의 위치를 잡아주는 게 좋다.

오늘은 소가구 만들 때 자주 쓰는 소나무를 재료로 서현 학생기자가 책꽂이를, 주영 학생기자가 3칸 연필꽂이를 만들 겁니다. 옥구목공체험장 측에서 미리 잘라서 손질한 원목을 가지고 조립부터 사포질·채색·바니시 작업까지 약 2시간 정도 소요될 거예요. 서현 학생기자가 책꽂이의 양옆을 장식할 도안을 고르는 동안 주영 학생기자가 원목판 조립을 시작했어요. 먼저 바닥에 해당하는 직사각형 원목판에 가로 방향으로 양쪽에 4개씩 연필로 점을 일정한 간격으로 찍어 못 구멍을 표시한 뒤 망치로 못을 살살 박아요. 못의 끝부분이 반대 방향 표면으로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말이죠. 나중에 다른 원목판과 겹쳐서 망치질하다 보면 못이 제대로 박히지 않을 수 있어 미리 위치를 잡아주는 거예요. 이걸 '예비박기'라고 합니다. 이후 연필꽂이에서 기둥 역할을 할 작은 원목판 4개를 못이 박힌 위치 위에 목공풀로 붙여줍니다.

못 박기를 하려면 망치를 안전하게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해요. 일단 망치의 중간 정도를 손으로 감싸서 안정적으로 잡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못을 잡은 뒤 망치질을 시작하는데, 못과 망치는 직각(90도)을 이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못이 구부러질 수도 있어요. 못은 손목 스냅을 활용해 망치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박아주세요. 망치 머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평평한 부분과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는데요. 못대가리가 볼록한 형태기 때문에 망치질은 평평한 면으로 합니다. 못을 거의 다 박고 난 뒤에는 볼록한 면으로 못대가리를 집어넣어 주면 돼요. 망치질은 생전 처음이라는 주영 학생기자. 조금 어색해하더니 몇 번 해보니 금방 망치질에 힘이 실렸죠. "원목판을 보면 진한 갈색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건 나무에 이어진 가지의 밑부분인 '옹이'라고 하는데, 단단하기 때문에 못이 잘 안 들어가요. 되도록 옹이 쪽은 피해서 망치질하는 게 좋아요." 옆에서 살피던 추 선생님이 팁을 알려줬죠.

원목판을 열로 지져 장식용 그림이나 무늬를 새기는 '우드 버닝'에 도전한 나서현 학생기자. 나무의 나이테에 펜촉이 걸리지 않도록 비스듬히 세워 천천히 도안을 따라 그린다.

원목판을 열로 지져 장식용 그림이나 무늬를 새기는 '우드 버닝'에 도전한 나서현 학생기자. 나무의 나이테에 펜촉이 걸리지 않도록 비스듬히 세워 천천히 도안을 따라 그린다.

서현 학생기자는 책꽂이에 장식할 나무 그림을 고른 뒤 책상 앞에 앉았어요. 권 주무관이 빨간 버튼이 여러 개가 있는 기계를 가져다줬죠. "이건 '우드 버닝'이라는 기계예요. 도안을 원목판 위에 놓고 펜처럼 생긴 '도트'라는 도구로 따라 그려주세요. 이후 우드 버닝의 빨간 버튼을 누른 뒤, 10~15초 정도 기다리면 연필처럼 생긴 부분이 뜨거워질 거예요. 그 열로 그림을 따라 지져줄 겁니다. 너무 세게 누르면 나무의 나이테에 촉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비스듬히 세워서 천천히 도안을 따라 그리세요." 권 주무관의 설명을 들은 서현 학생기자는 옆에 있던 작은 나무판에 우드 버닝 펜을 놓고 그 감각을 익히기 위해 연습을 해봤어요. 이후 책꽂이 측면이 될 원목판에 무늬를 새기기 시작했죠.

가구용 채색 도료 중 하나인 아크릴 물감은 물을 섞어 농도를 조절한다. 빨리 마르고 지속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가구용 채색 도료 중 하나인 아크릴 물감은 물을 섞어 농도를 조절한다. 빨리 마르고 지속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 사이 3칸 연필꽂이가 목공풀과 망치질을 거쳐 형태가 잡혔어요. 지우개로 원목 위 연필 자국을 지우고, 색을 입히기 위해 컬러를 골라봅니다. "이게 좋을 것 같아요." 주영 학생기자가 인디고블루를 가리켰죠. "오늘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서 원목을 채색할 거예요. 물이 닿아도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가구에 사용하기 좋아요. 아크릴 물감은 물을 섞어 농도를 조절하는데, 너무 물을 안 섞으면 칠할 때 뻑뻑하니까 농도 조절을 잘해주세요."(권) 혹시나 물감이 옷에 묻을까 소매를 걷어붙이고 브러시를 손에 잡은 주영 학생기자. 채색 작업은 가구 안쪽까지 골고루 발라줘야 하므로 섬세한 손길과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전체 채색을 마치고 드라이기로 원목을 충분히 말린 뒤, 터키 이스탄불 밤하늘을 묘사한 도안을 노란색 물감으로 연필꽂이 앞면에 그려 넣었죠.

가구 위를 장식할 무늬는 투명한 플라스틱판에 도안의 모양대로 구멍을 낸 뒤, 그 위에 도료를 바르면 쉽게 채색이 가능하다.

가구 위를 장식할 무늬는 투명한 플라스틱판에 도안의 모양대로 구멍을 낸 뒤, 그 위에 도료를 바르면 쉽게 채색이 가능하다.

우드 버닝을 마친 서현 학생기자는 도안에 색연필로 색을 칠해줬어요. 열심히 손을 놀리다 보니 초록색 잎과 갈색 기둥을 가진 나무가 책꽂이 옆면에 들어앉았네요. 그리고 목공풀로 원목판을 이어붙인 뒤 망치로 못을 두드려 조립을 시작했죠. "못질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잘하네요."(권) 서현 학생기자의 '탕탕' 망치질 소리가 작업장을 또다시 가득 채웁니다. "이렇게 나무를 다루는 일을 자주 하면 손이 거칠어질 것 같아요. 주무관님은 어떻게 손을 관리하시나요?"(나) "웬만하면 작업 과정에서 장갑을 끼려고 해요. 핸드크림도 수시로 잘 발라주고요."

원목 위에 우드 버닝으로 새긴 도안은 색연필로 채색하면 맑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 표면에 바니시를 바르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원목 위에 우드 버닝으로 새긴 도안은 색연필로 채색하면 맑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 표면에 바니시를 바르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20분쯤 지나자 3칸 연필꽂이는 푸른색과 노란색 옷을 입었고, 책꽂이도 형태가 완성됐어요. 이제 사포질을 해서 원목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 차례죠. "3칸 연필꽂이처럼 채색을 한 가구는 사포질로 표면을 다듬어 주면 더욱더 자연스러운 색이 나와요. 책꽂이처럼 나무의 본래 색을 살리는 경우에도 사포질을 하면 나뭇결이 더 잘 살아나죠."(권) 사포질을 할 때는 나무 표면에서 부스러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바닥에 신문지를 깔거나 환기가 잘되는 야외에서 하는 게 좋아요. 열심히 사포를 문지르다 보니 원목의 표면이 반들반들해졌죠.

사포질은 나무가루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환기가 잘되는 야외에서 하는 게 좋다.

사포질은 나무가루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환기가 잘되는 야외에서 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바니시를 발라줄 차례입니다. 바니시는 가구·책상·문 등의 표면 위에 사용하는 투명 코팅제예요. 표면에 투명한 막을 형성해 변색·긁힘·곰팡이 생성을 막고, 손때가 묻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요. 바니시 작업 땐 손에 묻지 않도록 비닐장갑을 끼고 붓을 잡은 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또한 나뭇결 방향으로 발라줍니다. 바니시를 다 칠한 후 드라이기로 가구 표면을 충분히 말려주면 내 손으로 만든 원목 가구가 완성돼요. "나무를 만지면서 작업하니 다른 생각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지 않나요? 나무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목공예는 정말 매력적인 일이에요."(권) 요즘에는 만들고 싶은 가구에 필요한 원목을 미리 손질해서 파는 DIY 키트도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요. 소중 친구들도 만들고 싶은 가구가 있다면 목공예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바니시 작업은 원목 표면에 광택을 내고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바니시 작업은 원목 표면에 광택을 내고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는 제가 학교에서 하던 목공예가 생각이 났어요. 학교에서는 원목판에 색칠과 사포질만 했었죠. 옥구목공체험장에서 목공예를 하기 전에 선생님이 도구들을 알려주셨는데, 용도는 같아도 크기나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신기했어요. 저는 책꽂이를 만들었는데 나무를 태워서 그리는 '우드 버닝'이 재미있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제가 만든 책꽂이에 좋아하는 책을 꽂아놓으니 굉장히 뿌듯해요. 나중에는 큰 사물함이나 의자·식탁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나서현(세종 홈스쿨링 6) 학생기자

옥구목공체험장에서 제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목공예를 해봤어요. 나무에 못을 박는 것은 처음이었죠. 못을 박기 전에는 두려웠지만 막상 해보고 나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연필꽂이를 만들었는데 망치를 두드려 나무에 못을 박고 물감으로 칠한 후 말리는 과정이 신기했어요. 또한 사포로 나무를 다듬는 것도 처음 해본 것이라 정말 흥미로웠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어요.

최주영(서울 명원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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