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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아이티 시골서 만난 토착적 색감의 벽화, 그 앞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53)

개발도상국이나 최빈국을 방문해 보면, 시골과 도시의 분위기가 굉장히 상반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컴패션 때문에 방문하게 되는 나라들이 보통 그랬는데, 도시는 굉장히 복잡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고 어수선하지요. 가난의 냄새와 분위기가 바로 느껴집니다. 시골 또한 가난의 분위기가 있지만, 다른 나라들의 시골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목가적이고 고즈넉한 느낌입니다.

서양의 잘 사는 나라의 시골 풍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농사를 짓고 있고, 초가집이든 토담집이든 집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일이 집에 들어갔을 때 살림살이가 궁핍할 수는 있어도,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조용하고 여유가 있었습니다.

10여 년 전, 아이티 시골에서 발견한 벽화. 먼저 커다란 크기가 발길을 멈추게 했고,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강렬함을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시골에서 발견한 생경함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게 했다. [사진 허호]

10여 년 전, 아이티 시골에서 발견한 벽화. 먼저 커다란 크기가 발길을 멈추게 했고,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강렬함을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시골에서 발견한 생경함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머물게 했다. [사진 허호]

아이티 시골도 마찬가지였죠. 먼지가 자욱하고 삭막했던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갔을 때, 그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분위기 속에 굉장히 화려하고 강렬한 그림이 눈앞에 떡하니 보였습니다.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이국적이고 생경한 그림이었습니다. 크기나 들인 정성을 봤을 때 뭔가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나름의 문화의식을 담고자 했던 것이지요.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 앞에 머물고 있는데, 마침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손짓으로 아이들에게 찍어줄까 물어보니까 아이들은 ‘오우!’하고 좋아하면서 그림 앞에서 포즈를 잡더라고요. 그림이 강렬해 단순한 기념 사진만이 아닌, 그림과 함께 그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함께 담으면서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아이티 사람들의 삶을 토착적인 강렬한 색감과 이미지로 담아낸 그림 앞에 살아있는 아이티 아이들의 표정을 담은 것입니다.

5년여 전에 몇 년간 미국에서 지냈는데, 당시 방문한 한 한인교회에서 찍었다. 두 팔을 벌린 예수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교회로 나오라는 하는 단순한 의미였겠지만, 장애인 주차구역의 표지판을 함께 사진에 담음으로써 무겁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먼저 사랑하고 불렀던 그의 마음이 메시지가 되었다.

5년여 전에 몇 년간 미국에서 지냈는데, 당시 방문한 한 한인교회에서 찍었다. 두 팔을 벌린 예수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교회로 나오라는 하는 단순한 의미였겠지만, 장애인 주차구역의 표지판을 함께 사진에 담음으로써 무겁고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먼저 사랑하고 불렀던 그의 마음이 메시지가 되었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잠시 생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대형 한인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교회 벽에 예수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요. 교회 벽이니까 당연한 그림일 수 있었습니다. 차를 주차하면서 보니까 마침 그곳에 장애인 주차구역 표지판이 있었고, 올려다본 각도가 의미심장했습니다. 오로지 장애인만 주차하라는 표지판의 의미는 예수님의 그림과 겹쳐지면서, 고아와 과부와 가난한 자를 우선으로 품었던 예수님의 마음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마치 그들을 손을 벌리고 품는 것과 같은 장면이 되었습니다. 사진가인 저에게 흥미요소였던 것이지요. 이런 묘미는 오로지 사진으로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서술 형태보다 강렬하고 많은 해석과 느낌을 전할 수 있겠죠.

필리핀 세부의 보홀에서 찍었다. 컴패션어린이센터가 있는 교회에 그려져 있는 그림으로 성경 이야기를 담았다. 설명적이고 교훈적일 수 있는 그림에 살아 있는 아이들을 담음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하여 함께 존재하는 것과 같은 흥미진진한 메시지가 되었다.

필리핀 세부의 보홀에서 찍었다. 컴패션어린이센터가 있는 교회에 그려져 있는 그림으로 성경 이야기를 담았다. 설명적이고 교훈적일 수 있는 그림에 살아 있는 아이들을 담음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하여 함께 존재하는 것과 같은 흥미진진한 메시지가 되었다.

필리핀은 섬도 많고 섬들 중에는 휴양지와 관광지도 많습니다. 세부도 유명하지요. 파란 하늘과 투명한 바다를 배경으로 그에 못지않게 미소 짓는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쁜 아이들을 만났다가 너무도 열악한 아이들의 가정을 보게 될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는 합니다.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어린이센터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광경은 그래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합니다.

그럴 때 만난 벽화였습니다. 어린이센터가 있는 담에는 종종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이 그려져 있곤 합니다. 이곳 보홀에서 만난 어린이센터에는 성경 이야기가 그려져 있더군요. 아이들이 주변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벽화와 현재 필리핀 어린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꼭 함께 있는 것 같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 같은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어린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죠.

사진가로서 의미를 결합시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작업이다. 어린이들이 그림 앞에서 놀고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작정해서 사진으로 메시지를 담았다.

사진가로서 의미를 결합시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작업이다. 어린이들이 그림 앞에서 놀고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작정해서 사진으로 메시지를 담았다.

그림 자체가 메시지일 수도 있고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가 있어서 기념하고자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업은 그냥 카피겠지요. 사진가로서 관심 있는 부분은 그림이 갖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에 생생한 지금의 모습이나 마침 발견된 환경적 요소를 찾아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럴 때, 제3의 다른 메시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옛날 성경 속 아이와 현실의 아이가 연결성을 갖는다는 의미를 굉장히 함축적으로 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작정하고 찍은 사진들이라, 보여드리는 재미가 조금 남달랐습니다. 우연 위에 작가의 의도가 중첩되어 만들어지는 메시지에서 의미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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