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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실적 삐끗해도 수소시대 선두주자는 나야 나

중앙일보

입력 2021.11.15 07:00

지난 9월 앤츠랩이 효성첨단소재를 들여다보며 수소경제를 잠시 다뤘는데요. 댓글을 보니 수소경제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모두 존재하더군요.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아직은 논쟁(수소야 말로 궁극의 친환경 VS. 수소가 무슨 친환경)이 적지 않은 분야.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오늘은 수소에 좀더 포커스된 종목을 알아보겠습니다. 두산퓨얼셀입니다.

수소시대. 셔터스톡

수소시대. 셔터스톡

두산퓨얼셀은 이름 그대로 연료전지(fuel cell)를 만듭니다. 자동차용 말고, 발전용 연료전지(인산형 연료전지, PAFC)를 생산하죠. 1969년 아폴로11호를 달까지 보낸 바로 그 연료전지를 만든 미국 기업(UTC파워, 이후 클리어엣지파워)을 ㈜두산이 2014년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했죠. 2019년 ㈜두산에서 분할됐습니다.

연료전지, 들어는 봤지만 뭔지 정확히 모른다고요? 간단합니다. 물(H2O)을 전기분해하면 수소(H2)와 산소(O2)가 나오잖아요. 이 반응을 거꾸로 하는 게 연료전지입니다. 수소(H2)와 산소(O2)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죠. 그 과정에서 순수한 물(H2O)이 생기고 오염물질은 거~의 없습니다(질소산화물은 아주 조금, 황산화물은 0).

연료전지 개념도.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얻는다. 셔터스톡

연료전지 개념도.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얻는다. 셔터스톡

두산퓨얼셀 연료전지는 꼭 컨테이너처럼 생겼는데요(가로 8.3m, 세로 2.5m, 높이 3m). 마치 철골주차장처럼 생긴 건물에 이 연료전지를 차곡차곡 채워 넣으면 연료전지 발전소가 됩니다. 지난해 충남 서산에 준공된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바로 세계 최초의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장에서 부산물로 나온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이고요. 여기 들어간 연료전지 114개가 모두 두산퓨얼셀 제품이죠.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인근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받아 쓴다. 사진 두산퓨얼셀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인근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받아 쓴다. 사진 두산퓨얼셀

흔히 수소연료전지라고 하면 자동차(수소차)를 많이 떠올리지만, 아시다시피 수소차는 충전소 같은 인프라가 필요해서 갈 길이 멀죠. 이에 비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는 더 빠르게 성장할 시장. 두산퓨얼셀은 이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특히 한국에선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규제 덕분인데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RPS)’을 들어보셨나요? 대형 발전사업자는 전체 발전량 중 얼마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법으로 정했는데요. 그 의무비율이 아주 빠르게 높아집니다(2022년 12.5%→2026년 25%).

그럼 늘어날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뭘로 채울까요. 태양광? 풍력? 조력? 단기간에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바로 연료전지!(장소 제약 없이 어디나 설치 가능) 그래서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엔 RPS 규제 강화가 호재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정부는 아예 RPS에서 수소를 따로 떼서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인데요(청정수소발전구매공급제도(CHPS)). 이 내용을 담은 수소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 새 제도가 도입되면 태양광, 풍력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니 더 GOOD.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두산퓨얼셀 편이란 말씀!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사진 두산퓨얼셀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사진 두산퓨얼셀

정부가 이렇게 팍팍 밀어주고 있으니 이제 꽃길만? 그건 아닙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70%였던 연료전지 수주 점유율이 올 상반기 10%로 뚝 떨어졌는데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탓입니다.

바로 블룸SK퓨얼셀. 미국 블룸에너지와 SK에코플랜트의 합작사로 2020년 구미에 공장을 지었는데요. 올해 본격적인 수주에 나서면서 상반기 시장을 싹쓸이. 블룸에너지는 두산퓨얼셀(인산형 연료전지)과는 다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만드는데요. 여러 차이가 있지만 핵심만 꼽자면, 블룸에너지 연료전지의 전기효율이 더 높습니다.

그럼 이제 두산퓨얼셀은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나? 엥, 그럴 리가. 두산퓨얼셀 제품은 전기효율이 떨어지는 대신 전기만이 아니라 열도 함께 만든다는 장점이 있거든요(난방용 온수 공급 가능). 게다가 생산능력(2022년 기준 두산퓨얼셀 194MW〉블룸SK퓨얼셀 50MW)에서 아직은 차이가 큽니다. 따라서 두산퓨얼셀이 올해 수주 목표를 채우는덴 아~무 문제 없을 거란 게 중론입니다. 다만 커지는 시장을 예전처럼 독식하진 못하는 건 아쉽긴 하죠.

서인천 연료전지 발전소.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사진 두산퓨얼셀

서인천 연료전지 발전소. 두산퓨얼셀이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사진 두산퓨얼셀

그렇다고 넋놓고 있다간 큰일나죠. 두산퓨얼셀은 수출과 신기술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우선 수출. 두산퓨얼셀은 얼마전 중국 광둥성 포산시 아파트에 발전용 연료전지를 처음 수출했는데요(국내 최초). 중국 지방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연료전지 보급을 늘려갈 계획. 추가 수주를 기대해봅니다.

개발 중인 신기술 첫 번째는 (경쟁업체 블룸에너지가 이미 하고 있는)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2024년 생산에 나설 계획인데요. 블룸에너지의 SOFC를 따라하되, 단점(800도 이상 고온 가동)을 보완한다는 야심찬 구상입니다.

또다른 신기술은 ‘트라이젠(Tri-gen)’. 지금 연료전지는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데, 트라이젠은 전기·열·수소 이 세가지를 모두 생산하는 연료전지입니다. 트라이젠이 쓰일 곳은 바로 도심의 차량 충전소. 트라이젠 연료전지를 설치하면 전기차와 수소차를 모두 충전할 수 있는 ‘복합 충전소’를 운영할 수 있죠. 2022년이면 상용화될 겁니다.

두산퓨얼셀 익산공장. 사진 두산퓨얼셀

두산퓨얼셀 익산공장. 사진 두산퓨얼셀

설명이 길었는데, 주가는 어떨까요. 두산퓨얼셀 주가는 올해 들어서는 지지부진하지만, 5000원도 안 됐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뛰었는데요. 이미 주가수익비율(PER)로는 100배 수준(2022년 기준). ㄷㄷ

하지만 미국의 연료전지 3총사(블룸에너지, 플러그파워, 퓨얼셀에너지)는 죄다 적자 상태. 그래서 PER가 아닌 주가매출비율(PSR)로 따져봐야 하는데요. PSR을 보면 오히려 두산퓨얼셀이 저평가된 편입니다(내년 예상 매출 기준 두산퓨얼셀 3.7배, 블룸에너지 3.9배, 플러그파워 40배, 퓨얼셀에너지 33.4배).

두산퓨얼셀은 올해 처음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인데요(증권사 추정). 2023년 매출 목표는 무려 1조5000억원. 상당히 도전적이지만, 규제&수출 훈풍이 분다면? 투자엔 상상력이 필요한 법이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수소시대 오긴 올까? 온다는 데 한표!

이 기사는 11월 12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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