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택시 왜 안잡히지? 알고보니 기사 2만5000명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5 05:00

업데이트 2021.11.1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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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과 함께 심야 교통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드코로나로 음식점 등의 이용시간 제한이 풀리자 심야에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에서 밤 12시 20분쯤 택시를 잡으려다 한시간가량 길 위에 서 있었다.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총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씨는 “자정쯤에 파한 약속이 지금까지 2번 정도 있었다. 그때마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다른 식당으로 옮겨 2시간 정도 대기를 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가 지나니 겨우 잡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로변에는 나처럼 택시를 잡지 못해 직접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빈 차는 있었지만, 행선지가 멀지 않으면 승차거부를 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박모(29)씨도 지난 12일 자정쯤 서울 강남구에서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 박씨는 “대로변에 나가서 잡아도 잡히지 않아 결국 인천으로 가는 직장상사의 택시를 얻어탔다. 몇 명이 도중에 내리는 식으로 집에 갈 수 있었는데, 서대문구 집까지 서울 순회공연하듯 귀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에서 택시대란으로 약 30여분간 택시가 잡히지 않는 모습. 독자제공

지난 3일 서울 강남구에서 택시대란으로 약 30여분간 택시가 잡히지 않는 모습. 독자제공

코로나 불황으로 택시기사 급감…배달업으로 전환도

‘택시대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황을 견디지 못한 택시기사들의 ‘탈출’이 주된 원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택시기사는 총 24만2622명(8월 기준)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6만8277명(8월 기준)에서 9.5%(2만5655명) 줄어든 수치다.

2020년 3월 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울산시 남구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뉴스1

2020년 3월 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울산시 남구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뉴스1

코로나19는 회사에 사납금을 매일 내야 하는 법인택시 기사들을 강타했다고 한다. 10년간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이모(65)씨는 “법인택시의 경우 하루에 약 18만원정도 사납금을 회사에 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떨어지자 이를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 기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손님 대신 음식 나르는 게 돈 돼”

택시업 대신 배달업에 뛰어든 이직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씨는 “개인택시, 법인택시 너나 할 것 없이 ‘손님 대신 음식 나르는 게 돈이 된다’며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택시는 피크타임이 아니면 기사가 손님을 찾으러 다니느라 30분 이상 빈 채로 운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 배달은 쉴 틈 없이 손님이 있으니 기사들이 배달로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심야운행 피하는 기사 늘어

위드코로나 이후로 택시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오전12시~1시 사이에 택시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

위드코로나 이후로 택시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오전12시~1시 사이에 택시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중앙포토

위드코로나 이전에 굳어진 택시운행 패턴도 택시대란의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없어서 일시적으로 심야운행을 중단한 기사들이 아직 운행을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심야운행을 안 하면 돈은 좀 덜 벌어도 주취 폭력 등 사고를 피할 수 있어서 더 편안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8일 서울시에 '개인택시 3부제' 폐지와 심야할증 시간 확대요구를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개인택시 3부제란 개인택시의 운행 조를 나눠 이틀을 근무하면 하루는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제도를 뜻한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개인택시 3부제를 폐지하고, 심야할증이 부과되는 시간대를 확대하면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택시를 운행하는 기사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택시 대란을 막기 위해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제안한 건의서를 면밀히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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