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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약속한 바와갓치 중국인민군 출동 절대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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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의 6·25 한국전쟁 코너에 “환영 중국인민지원군 영광 귀국, 경축 항미원조 투쟁의 위대 승리”라는 구호와 “개선문” 가로 표지가 보인다. “정전=승리”라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신경진 기자

올해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의 6·25 한국전쟁 코너에 “환영 중국인민지원군 영광 귀국, 경축 항미원조 투쟁의 위대 승리”라는 구호와 “개선문” 가로 표지가 보인다. “정전=승리”라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에 전시 중인 김일성 친필 편지다. 1950년 10월 1일 북진하는 유엔군에 쫓겨 절박하게 마오쩌둥에게 군대 개입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에 전시 중인 김일성 친필 편지다. 1950년 10월 1일 북진하는 유엔군에 쫓겨 절박하게 마오쩌둥에게 군대 개입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에 전시 중인 김일성 친필 편지다. 1950년 10월 1일 북진하는 유엔군에 쫓겨 절박하게 마오쩌둥에게 군대 개입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약속한 바와갓치(원문 그대로) 중국인민군의 직접 출동이 절대로 필요하게 됩니다(밑줄)”라며 사전 참전 약속을 암시한 문구가 눈에 띈다. 신경진 기자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에 전시 중인 김일성 친필 편지다. 1950년 10월 1일 북진하는 유엔군에 쫓겨 절박하게 마오쩌둥에게 군대 개입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약속한 바와갓치(원문 그대로) 중국인민군의 직접 출동이 절대로 필요하게 됩니다(밑줄)”라며 사전 참전 약속을 암시한 문구가 눈에 띈다. 신경진 기자

“존경하는 모택동 동지 앞…적군이 38도선 이북을 침공하게 될 때에는 약속한 바와갓치(원문 그대로) 중국인민군의 직접 출동이 절대로 필요하게 됩니다.”

베이징 공산당 역사전람관 가보니 #단둥있던 김일성 편지 옮겨와 전시 #장진호·개선문…‘정전=승리’ 연출 #“한미 동맹 겨눈 북중 연대 강화책” #시진핑 3연임 기반 ‘역사결의’ 숨겨 #習 “적대 세력의 역사 흔들기 위험” #베이징 용맥 옆에 역사 타운 조성

13일 찾아간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이하 역사관) 2층에 전시된 김일성 친필 편지의 문구다. 1950년 10월 1일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썼다. 한글 원본과 중국어 번역본이 6·25 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인 ‘항미원조전쟁’ 유물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다. 단둥(丹東) 항미원조기념관에 전시하던 편지가 수도 베이징에 입성했다. ‘1급 문물’ 표식이 없어 진품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내년 3연임을 노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왜 김일성 편지를 베이징에 공들여 새로 지은 중공(중국공산당) 100년 역사관 한가운데 전시했을까?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김일성 편지를 베이징 역사관에 전시한 것은 단둥과 차원을 달리한다”며 “미·중 전략 대결 국면에서 한·미동맹에 맞서 북·중 연대를 강화하고, 세계 전략을 북한과 함께하겠다는 의도”로 분석했다.

김일성 편지는 개혁개방과 미·중, 한·중 수교 이후 잊혔던 한국전쟁이 중공 역사 속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증거다. 지난 6월 당사문헌연구원이 출판한 어린이용 만화『중국 공산당역사』도 “북한노동당이 중국에 출병 지원을 요청했다”고 그렸다. 한국전쟁 개입을 김일성 친필 편지로 정당화하려는 의도다.

올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의 6·25 한국전쟁 코너. 이곳엔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사진 내 왼쪽은 한국전쟁에서 마오안잉이 입었던 셔츠로, 실물임을 뜻하는 ‘일급문물’ 표시가 돼 있다. 신경진 기자

올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의 6·25 한국전쟁 코너. 이곳엔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사진 내 왼쪽은 한국전쟁에서 마오안잉이 입었던 셔츠로, 실물임을 뜻하는 ‘일급문물’ 표시가 돼 있다. 신경진 기자

김일성 편지 속 마오의 ‘약속’ 역시 실재했다. 마오는 1950년 5월 13~16일 베이징을 찾아온 김일성과 박헌영을 만나 “만일 미군이 참전한다면 중국은 병력을 파견해 북한을 돕겠다”고 말했다(『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박명림 교수는 “마오의 ‘개입 약속’은 소련의 공군 지원을 전제한 조건부 약속이자 격려성 발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김일성은 확약으로 믿었고, 스탈린은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에 묶기 위해 유엔군 참전을 반대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이면서도 의도적으로 표결에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공군 지원도 거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오는 결국 스탈린의 의도적인 ‘배신’에도 참전을 결정했고 한국전쟁은 치열한 3년간의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1950년 11월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미군 7사단 31연대(일명 ‘북극곰 연대’)의 부대깃발.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에 전시돼 있다. 신경진 기자

1950년 11월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미군 7사단 31연대(일명 ‘북극곰 연대’)의 부대깃발.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2층에 전시돼 있다. 신경진 기자

김일성 편지 옆에는 최근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영화 ‘장진호’에 등장한 미군 7사단 31연대(일명 ‘북극곰 연대’)의 부대 깃발도 보였다. 애국심 고취를 위해 패배하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소환했다.

특히 한국전쟁 코너 전체를 “환영 중국인민지원군 영광 귀국, 경축 항미원조 투쟁의 위대 승리”라는 구호와 “개선문” 가로 표지로 장식해 승리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전협정문과 체결 당시 사용했던 벼루와 붓을 개선문 정중앙 아래에 배치했다. “정전=승리”라는 이미지 연출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남북 기둥은 동서로 28개를 세워 창당부터 건국까지 걸린 28년을 표현했다. 신경진 기자

지난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남북 기둥은 동서로 28개를 세워 창당부터 건국까지 걸린 28년을 표현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19년 1월 개관한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역사연구원 건물과 뒤로 올해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이 보인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19년 1월 개관한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역사연구원 건물과 뒤로 올해 6월 문을 연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이 보인다. 신경진 기자

역사관 건립은 창당 100년에 맞춰 시진핑 주석이 지시했다. 베이징 정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중축선에 자리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바로 북쪽이다. 역사관 바로 남쪽에는 중국역사연구원 건물을 세웠다. 2019년 1월 개관했다. 개관 축전에서 역사 경험을 총괄해 역사의 규칙과 추세를 밝히라고 요청했다. 용맥(龍脈)으로 불리는 중축선 일대에 역사 타운을 조성한 셈이다.

시 주석은 집권 초부터 역사를 중시했다.

“‘그 나라를 멸망시키려면 반드시 그 역사를 제거하라(滅人之國 必先去其史)’고 옛사람이 말했다. 국내외 적대 세력은 자주 중국 혁명사, 신중국사를 가지고 트집을 잡고, 힘껏 공격하고, 웃음거리로 만들고, 멸시한다. 근본 목적은 민심을 어지럽히고, 중국공산당의 영도와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전복을 선동하는 데 있다.”

당 총서기에 갓 취임한 2013년 1월 5일 중앙당교 연설 발언이다. 시 주석은 소련공산당이 망한 이유로 레닌과 스탈린을 부정한 역사 허무주의를 꼽았다.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최종 확정할 그의 3연임 수단도 역사다. 지난주 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역사 결의)’를 통과시켜 교두보를 마련했다. 시 주석은 역사 다루기에 능하다.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1층 벽에 그려진 초대형 벽화. 타일 100장 600㎡ 면적에 만리장성을 그린 ‘장성송(長城頌)’이다. 신경진 기자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1층 벽에 그려진 초대형 벽화. 타일 100장 600㎡ 면적에 만리장성을 그린 ‘장성송(長城頌)’이다. 신경진 기자

역사관 1층에 들어서면 타일 100장 600㎡ 면적에 만리장성을 그린 초대형 벽화 ‘장성송(長城頌)’이 시선을 압도했다. 이어 청(清)말부터 중공 100년 역사를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명심하자’라는 주제로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는 중공 역사를 네 부분으로 나눴다.

1장 ‘중국공산당 건립, 신민주주의 혁명 위대한 승리 쟁취’는 1층 전체를 차지했다. 문화혁명을 포함해 마오쩌둥 집권기는 2장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 진행’이란 제목으로 정리해 2층 절반에 해당했다. 덩샤오핑(鄧小平)ㆍ장쩌민(江澤民)ㆍ후진타오(胡錦濤) 치세를 합친 3장 ‘개혁개방 실행, 중국 특색 사회주의 창립과 발전’은 2층 나머지와 3층 일부에 전시했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9년은 4장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신시대 진입, 소강사회 건설 완성,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면 건설 새로운 여정 시작’으로 이름 붙였다. 3층 대부분을 차지했다.

‘역사 결의’가 확립한 ▶마오쩌둥 시대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대 ▶시진핑 시대의 ‘3단계론’을 우회 공개한 셈이다.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3층의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 기념 전시. 역사전시관에 끝난지 불과 4달 정도 지난 행사를 전시해 놓았다. 신경진 기자

올 6월 개관한 베이징 중국공산당 역사전람관 3층의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 기념 전시. 역사전시관에 끝난지 불과 4달 정도 지난 행사를 전시해 놓았다. 신경진 기자

‘공산당 정신’ 23개…習 어록 18개

전시관 곳곳에 걸린 ‘공산당 정신’이 특이했다. 혁신·분투·희생을 뜻한다는 ‘홍선(紅船) 정신’을 시작으로 옌안(延安) 정신, 항미원조 정신 등 총 23개 ‘정신’이 보였다. 마지막은 ‘위대한 창당 정신’이 지난 7월 1일 시진핑 천안문 연설 사진 옆에 자리했다. 정신마다 중공 역대 지도자 어록을 걸어놨다.

어록의 주인공은 시진핑 18개, 장쩌민 2개, 후진타오 2개, 저우언라이(周恩來) 1개로 시 주석이 압도했다. 지난 3월 양회에서 우더강(吳德剛) 중앙당사문헌연구원 부원장은 ‘공산당 정신’은 총 91개라고 꼽았다. ‘정신’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지시로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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