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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코로나 등 바이러스 감염증 회복돼도 피로증후군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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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치료 환자 중 최대 5% 겪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한 사람 중 일부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후유증 증상이 ‘피로’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감염 후유증(Long COVID)’의 의학적 정의를 내놨다. 코로나19 감염 후 피로와 사고력·집중력 저하(브레인 포그) 등 적어도 하나의 증상이 3개월 이내에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하는 상태라고 했다. 증상은 코로나19 감염 상태에서 나타나거나 회복한 이후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다양한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에서 회복한 뒤 만성 피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상 교수는 “감염을 치료한 환자의 1~5%에서 피로 증상이 확 높아지는 ‘바이러스 감염 후 피로증후군’이 발생한다”며 “감염성 질환은 몸에 염증을 많이 일으키는데, 이에 따른 후유증의 주요 형태가 피로”라고 설명했다.

감염성 질환을 겪은 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피로감은 숙면과 영양 섭취, 명상·요가·반신욕 등의 신체 이완으로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충분히 휴식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감을 최소 한 달 이상 겪는 때다. 김 교수는 “감염 회복 후 염증은 사라졌어도 염증 반응에 따른 혈관 손상이나 호르몬·자율신경 기능 등에 불균형이 남아 있으면 만성 피로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호르몬·자율신경 불균형 등 원인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지난 8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인한 만성 피로의 원인으로 산화 스트레스(체내 활성산소가 많아져 생체 산화 균형이 무너진 상태)와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감염에 노출됐을 때 너무 많은 산소 분자가 세포에 쌓이면 이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로 산화·환원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만성 피로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활성산소는 나쁜 물질을 없애기 위한 면역 세포의 무기이나 염증이 오래가는 등의 이유로 면역 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해 체내 활성산소가 과다해지면 오히려 신체를 공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감염 후 만성 피로로 병원을 찾으면 자율신경기능·호르몬·혈액 검사 등으로 피로를 일으키는 불균형의 원인을 찾는다. 진단 결과에 따라 호르몬 균형이나 항산화를 돕는 영양 치료, 점진적인 유산소 운동 처방, 필요한 경우 소량의 항우울제 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치료가 필요한 만성 피로일 땐 뇌 신경 변화를 동반했다는 뜻이라서 변화의 원인을 찾아 대처해야 한다”며 “충분히 쉬고 영양을 섭취했음에도 낫지 않는 피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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