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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 모자라서 부정맥·발기부전…1인가구가 못 챙겨먹는 이것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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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량 영양소의 중요성 

"미네랄·비타민은 몸에 필수 요소
결핍되면 심각한 건강 이상 초래
영양제보다는 식사로 섭취해야"

 작은 균열이 댐을 무너뜨린다. 사소하고 조그만 존재도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영양 균형에도 이 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미량 영양소’가 이런 존재다. 미량 영양소는 1g 미만의 소량으로도 충분한 영양소를 통칭한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거대(다량) 영양소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현대인은 거대 영양소의 경우 차고 넘치지만 ‘자잘한’ 미량 영양소는 잘 챙기지 못한다. 이른바 ‘배부른 영양실조’다. 결핍 상태가 지속하면 장기 기능 및 신경 이상 등 심각한 증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미량 영양소의 중요성을 짚어본다.

우리 몸에서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다. ‘3대 필수 영양소’로 불린다. 주로 에너지를 축적·사용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5대 필수 영양소로 범위를 넓히면 여기에 미네랄(무기질)과 비타민이 추가된다. 이 두 가지가 바로 몸에 적은 양만 있으면 되지만 꼭 필요한 ‘미량 영양소’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미량 영양소는 말 그대로 우리 몸이 아주 미세한 양을 필요로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요소들”이라며 “이들 영양소가 부족하면 몸 곳곳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가지 수는 다양하기 때문이다.

종류만큼 기능·결핍 증상 다양

보건복지부의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미량 영양소 대상은 미네랄 15종, 비타민 13종에 이른다. 그만큼 다양한 성분이 체내에서 저마다 다른 역할을 한다. 크게 세포 보호, 에너지 생성, 근육 및 신경 기능 유지, 면역에 관여한다.

 이 중 구리·셀레늄·망간은 유해 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 결핍되면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구리가 부족하면 부정맥, 골다공증, 빈혈이 생길 수 있고 셀레늄이 결핍되면 심근병증, 골격근병증, 면역 결핍, 암 위험이 커진다. 망간은 부족 시 피부염과 뼈·연골 이상 등을 초래한다.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손정식 교수는 “미량 영양소는 저마다 기능이 조금씩 달라 몸에서 부족할 때 생기는 증상도 다양하다”며 “몸에서 이들 영양소 각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를 생성하고 이용하는 데는 미량 영양소 중 철분·요오드·인 등이 관여한다. 특히 인은 칼슘·마그네슘 등과 함께 근육과 신경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인 요소다. 아연의 경우 정상적인 세포분열에 필요한 영양소로 면역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임신부에게 면역 관리를 위해 아연 섭취가 권장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역시 결핍 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빈혈(철분), 갑상샘기능저하증 및 이로 인한 발육 부전(요오드), 골연화증(인), 골다공증·고혈압(칼슘), 부정맥·간질 발작(마그네슘), 탈모증·발기부전·성장 지체(아연)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식사’

이들 미량 영양소 결핍과 이로 인한 증상은 당연하게도 건강관리에 소홀한 사람에게 잘 생긴다.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 ▶인스턴트 음식 의존도가 높은 사람 ▶과일·채소 섭취가 부족한 사람 ▶지나친 음주자 ▶1인 가구 등이 위험군이다. 한마디로 잘,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사람이다. 특히 임신·수유로 체내 요구량이 많아지는 임산부나 신진대사 능력이 저하되는 노인의 경우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미량 영양소를 부족하지 않게 챙기려면 우선 잘 먹는 것이 관건이다. 전문가들도 첫 번째로 음식을 통한 영양 섭취를 권장한다. 서 교수는 “영양소를 챙기는 기본은 음식”이라며 “제대로 된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땐 가능한 여러 반찬이 있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과 채소, 잡곡 등을 충분하게 섭취하도록 노력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일과 채소를 하루 400g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루에 ‘평소보다 한 움큼 더’ 먹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편하다. 정제된 곡물·밀가루 음식은 미량 영양소인 마그네슘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당뇨병·게실병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영양제를 통한 섭취는 차선책이다. 식단을 균형 있게 바꾸기 어렵거나 뚜렷한 증상이 있을 때 고려할 만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양제 섭취가 불균형한 식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는 데다, 자칫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15종의 미네랄과 13종의 비타민은 결핍 증상뿐 아니라 저마다 과다 섭취로 인한 독성 증상이 있다. 이 중에는 뇌·신경 손상, 신장 결석 및 기능 이상, 장기 부전, 출혈, 뼈 통증 등 심각한 증상도 있다. 서 교수는 “영양제의 경우 증상이 있고 부족한 상태에서 먹어야 효과가 있다”며 “섭취가 과하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무분별하게 영양제를 먹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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