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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는 TK·尹은 호남…레이스 초반 '상대 본진' 때리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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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벨트에서 승패가 갈린다”.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반복했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11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부울경'을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아 '낙동강 벨트'를 집중 공략했지만, 목표했던 40% 득표에 실패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11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부울경'을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아 '낙동강 벨트'를 집중 공략했지만, 목표했던 40% 득표에 실패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연합뉴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접전을 벌인 2012년 18대 대선에서 부산 출신의 문 대통령은 부산ㆍ울산ㆍ경남에 사활을 걸었다. 이곳은 각각 대구·경북(TK)과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했던 여야의 접경지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의 초반 레이스는 과거 10년간 승부처였던 부ㆍ울ㆍ경의 ‘접경지 전투’가 아닌 상대의 본진을 직접 겨냥한 ‘본진 탈환전’ 형태로 진행됐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7월 1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안동은 이 후보의 고향으로, TK출신의 민주당 후보가 나온 건 처음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가 지난 7월 1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안동은 이 후보의 고향으로, TK출신의 민주당 후보가 나온 건 처음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로 경북 안동을 택했다. 안동은 이 후보의 고향이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됐던 지난 5일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서문시장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고 했다.

20대 총선 때 대구에서 당선됐던 홍의락 전 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 보수의 상징인 서문시장 방문 때 캠프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 호응이 나와 솔직히 나조차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월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의 서문시장 방문은 당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당일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월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후보의 서문시장 방문은 당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당일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연합뉴스

홍 전 의원은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최초의 TK출신이기 때문에 과거 후보들에 비해 확실히 TK와 소통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며 “대선 기간 내내 이 후보가 TK와 진심으로 소통한다면 문 대통령이 TK에서 받았던 득표율을 넘어 전체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대구ㆍ경북에서 각각 21.76%와 21.73%를 득표했다. 19.53%와 18.61%를 얻으며 낙선했던 18대 대선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후보 선출 뒤 첫 일정으로 광주와 호남을 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하고 있다. 뉴스1

표면적으로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사과 논란’ 등에 대한 사과 방문의 성격이 강했지만, ‘광주→목포→봉하마을’로 이어진 윤 후보의 1박2일 일정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의 핵심축을 꿰뚫고 있다.

윤 후보는 광주 5ㆍ18 묘역 참배가 가로막혔지만, 묘역 입구에서 묵념을 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며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발전시킨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광주에서 무릎 꿇고 사과했을 때 호남에서 20% 넘는 당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고, 5ㆍ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은 저와 성일종 의원을 추모제에 처음으로 초청했다”며 “윤 후보가 계속 노력한다면 호남도 언젠가 진심을 알아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윤 후보는 봉하마을 방문 전 광주 5.18 묘역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윤 후보는 봉하마을 방문 전 광주 5.18 묘역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목포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광주와 전라남북도에서 각각 7.76%, 10.00%, 13.22%를 얻으며 당선됐다. 반면 19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얻은 득표율은 1.55%, 2.45%, 3.34%에 그쳤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진영에선 ‘TK 20%대’ 득표를, 국민의힘에선 ‘호남 10%대’ 득표를 최종 당선을 위한 최소조건으로 보는 기류도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 레이스 초반 상대의 본진을 공략하는 움직임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상대 핵심 지역의 표심을 움직여, 선거 막판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전 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했다.세 후보가 VIP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0일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했다.세 후보가 VIP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영호남의 실제 투표는 막판으로 갈수록 전통적 지지정당으로 결집하는 경향이 강해지지만,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호남 출신자들의 표심은 고향 여론에 영향을 받아 변할 수 있다”며 “선거 초반 상대 본진의 민심에 신경쓰는 것은 영호남 자체의 득표보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호남 출신자들의 표심이 움직일 여지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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