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하나로 좁은 골목 달리고 후진, 차가 알아서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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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로 좁은 골목길을 안전하게 주행하고, 막다른 골목길에서 자동 후진해 빠져나올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현대모비스는 협로(좁은 도로) 주행, 후방 자율주행, 원격 자동주차 기능 등을 통합한 도심형 운전자편의시스템(ADAS)인 차세대 주차 제어시스템(MPS, Mobis Parking System)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상황에 따른 버튼 조작 한 번으로 좁은 골목에서 차량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주행하거나, 지하 주차장의 좁은 회전식 출입구에서 벽이나 주변 장애물과 충돌 없이 통과할 수 있다. 차량 두 대가 대치한 막다른 골목에서는 차량 스스로 후진해 빠져나올 수 있다. 차량의 속도와 스티어링휠 조작을 모두 차량이 알아서 한다.

MPS 기술을 장착한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고 있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사진 현대모비스]

특히 협로 주행의 경우 차량 전폭을 기준으로 좌우 각각 40㎝의 여유 공간만 있으면 좁은 골목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사이드미러를 펼치면 사실상 한 뼘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셈”이라며 “이면 도로가 많고 주차 환경이 여유롭지 않은 국내와 유럽 등지에 특화한 도심형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관련 기술 적용을 제안할 방침이다. 각 회사의 검증 상황에 따라 2~3년 내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근거리 초음파 센서 활용

이번 MPS는 현대모비스가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양산 중인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은 카메라·라이다·레이더·초음파 등 네 가지 센서를 활용한다. 테슬라의 경우 카메라 기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GM·포드·현대자동차·애플·구글 등 다른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업체는 라이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윤창열 현대모비스 주차제어시스템 셀리더는 “레이더나 라이다 센서가 고속 주행이나 먼 거리에 위치한 사물을 인식하는 데 유용하지만, 좁은 골목이나 지하 주차장에서는 오히려 초음파 센서가 적합한데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초음파 센서는 근거리 사물을 인지하고, 소프트웨어와 제어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초음파는 고속에서는 측정이 어렵고, 감지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단거리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다른 센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장점을 MPS에 활용했다.

현대모비스 서산 주행시험장에서 MPS 기술을 장착한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올해 들어 도심형 자율주행 신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초소형 도심형 모빌리티 콘셉인 엠비전팝(M.Vision Pop)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운전대를 대시보드에 접어 넣을 수 있는 자율주행차용 폴더블 조향 시스템과 네 개의 차 바퀴가 각각 90도 회전해 차를 게처럼 옆으로 이동하게 할 수 있는 이코너(e-Corner)모듈 개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