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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값도 뛰나…이상기후·물류대란에 원두가격 2배 급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커피 주요 산지의 이상기후와 세계적 물류 대란이 겹치며 커피 원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국내 커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품종 1년 새 두배 뛰었다

커피나무에 열린 열매. 사진 언스플래쉬

커피나무에 열린 열매. 사진 언스플래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가격은 지난 12일 파운드(약 454g)당 2.2달러(약 2595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2일 1.03달러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두 배 넘게 뛴 가격이다. 아라비카 원두는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며 맛과 향이 좋아 고급 커피를 대표한다. 사람들이 커피전문점 등에서 마시는 커피가 모두 아라비카 품종이다. 나머지 20~30%는 로부스타 품종으로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쓰인다.

최근 1년 사이 급등한 아라비카 원두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1년 사이 급등한 아라비카 원두 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1·2위 산지서 수확량 급감 

원두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흉작이다. 세계 커피 원두의 3분의1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100년 만의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더니 올 7월엔 갑자기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져 서리가 닥쳤다. 커피나무들이 말라죽고 얼어 죽으면서 브라질 정부는 올해 아라비카종의 수확량이 지난 12년 사이 가장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커피나무는 다시 심어 열매를 맺기까지 3~5년이 걸리는 만큼 브라질의 피해는 향후 수년간 세계 커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농부가 서리로 얼어버린 커피나무 잎을 들어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7월 최대 커피 생산지역인 미나스 제라이스 주 일대에 서리가 내리는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가뭄에 냉해 피해까지 더해져 아라비카 커피 작황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사진 연합뉴스

한 농부가 서리로 얼어버린 커피나무 잎을 들어보이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7월 최대 커피 생산지역인 미나스 제라이스 주 일대에 서리가 내리는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가뭄에 냉해 피해까지 더해져 아라비카 커피 작황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 2위 생산국이자 로부스타 1위 생산국인 베트남 역시 여름 무렵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커피 농가와 항구 등에 봉쇄조치가 내려져 생산과 물류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원두가 항구 바닥에 쌓여있다” 

미국과 중남미 등 세계 주요 항구에서 코로나 사태로 검역이 강화되고 하역 작업이 지연되는 물류 대란 사태도 커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주요 커피 생산국 항구엔 배에 실리지 못한 원두가 바닥에 쌓여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표적인 아라비카 원두 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선 지난 8월부터 내전이 확대되며 커피 농가와 현지 물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원인이 겹쳐 당분간 커피 원두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연말 신규 계약분부터 영향 

제20회 서울카페쇼가 개막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찾은 시민들이 커피와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잔 등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뉴스1

제20회 서울카페쇼가 개막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를 찾은 시민들이 커피와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잔 등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뉴스1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커피 수입량은 17만6648t, 수입액은 7억3780만 달러(약 8700억원)로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1인당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셔 세계 평균 소비량의 3배에 달하는 커피 사랑을 보인다. 더구나 일상적 단계회복(위드 코로나) 시책으로 활동 제한이 풀려 커피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커피 소매가격 인상 여부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국민 음료가 된 커피. 사진 언스플래쉬

국민 음료가 된 커피. 사진 언스플래쉬

현재 국내 커피 시장에서 유통되는 원두는 가격이 오르기 전 가격으로 계약한 물량이어서 아직은 타격이 없다.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커피원두를 12~18개월 선구매하고 있으며 원두 선물계약을 통해 내년 말까지 원두 가격을 고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원두 가격이 오르더라도 보관비용, 로스팅 과정 등 다른 비용을 절감해 가급적 소비자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카페 “벌써 20%올라 못 버텨”  

문제는 새롭게 수입 계약을 맺어야 하는 올 연말 이후다. 통상 커피 원두 선물가격은 약 3~9개월의 시차를 두고 커피 수입 가격에 반영된다. 이미 미국의 JM스먹커, 독일의 치보, 일본의 UCC커피 등은 커피 소매가를 인상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관계자는 “새로 원두를 들여올 때는 분명 원두 구매가가 오를 텐데, (커피 1잔 가격의) 약 30%를 차지하는 인건비도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르고 원유 같은 재료비도 올라 (가격 인상을)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 관계자도 “내년에도 (원두) 공급 부족이 계속된다면 커피 제조 원가에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원두를 직영농장이 아닌 제3자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이나 개인이 하는 소규모 카페의 경우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커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1000~2000원대인 반면 원재료 가격과 임대료, 최저임금 등 고정비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5)씨는 “원두 납품업체에서 최근 가격을 20% 가까이 올렸다”며 “더 싼 원두를 들여오자니 이미 손님들의 입맛이 높아져서 어려울 것 같고 임대료나 인건비, 커피 머신 비용 등을 생각하면 더 이상 이 가격대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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