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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졸음운전 왜 급증할까…교통사망 80%가 '이것'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 남해고속도로 하동IC(순천 방향) 부근에서 1t 화물차가 갓길 옹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는 목숨을 잃었고, 화물칸에 실려있던 가구가 도로로 쏟아져 나뒹굴었다.

 #.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 부근(양평 방향)에서 1t 화물차가 교통 정체로 멈춰서 있던 25t 대형 화물차를 뒤에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1t 화물차 운전자가 숨졌다.

#. 중부고속도로 진천IC(통영 방향) 부근에서 대형버스가 차량이 밀려 서행 중이던 승용차 등 7대를 연쇄 추돌했다. 이 때문에 피해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한명이 사망했다.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제2경인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이들 안타까운 사고의 공통점은 두 가지로 우선 세건의 사고 모두 지난해 11월에 발생했다. 또 한가지는 원인이 모두 가해 차량 운전자의 졸음운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1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2018~2020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원인 중 '졸음·주시태만'으로 인한 비율이 11월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에 사고로 숨진 38명 가운데 무려 78.9%인 30명이 졸음 또는 주시태만으로 인한 사고로 발생한 것이다. 10명 중 8명은 졸음·주시태만으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7월(59%), 8월(70%), 9월(65%), 10월(71%)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12월과 1월까지 합하면 평균 79.2%로 최근 3년간 평균(69.2%)보다 10%p나 높다.

 졸음·주시태만 비율을 차종별로 따지면 화물차가 57.9%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어서 승용차가 36.8%이고 승합차는 5.3%다. 노선별로는 경부선과 서해안선·중부내륙선 등에서, 요일별로는 금요일(28.9%)과 수요일(15.9%)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또 사고 유형으로는 교통정체로 인해 멈추거나 서행하는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경우가 34.2%로 최다였고, 도로 공사 현장을 덮친 사례도 5.3%였다.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 현장. [연합뉴스]

화물차 졸음운전 사고 현장. [연합뉴스]

 이처럼 11월에 졸음운전이 급증하는 이유는 환절기 추곤증 및 차량 히터사용 증가 때문이라는 게 도로공사의 분석이다. 추곤증은 봄에 나타나는 춘곤증과 비슷한 환절기 증상으로 큰 일교차 등 날씨 변화에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면의 질이 떨어져 피로감이나 졸음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또 환절기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야간은 물론 아침·저녁에도 차량용 히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차량 내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높아져 운전자의 졸음을 유발하거나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추곤증과 히터 사용 증가에다 가을 막바지 행락 차량으로 인한 교통정체까지 더해지면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더 증가한다는 것이다.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공사가 도로 위 전광판에 띄우는 문구.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공사가 도로 위 전광판에 띄우는 문구.

 도로공사는 화물차 사고를 줄이기 위해 화물운전자가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할 때마다 누적횟수에 따라 주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또 차량 내 CO2 감지 졸음운전 경고장치 보급도 확대 중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이나 주시태만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려면 30분마다 차량 내부를 환기하고, 2시간마다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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