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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한 달 반 뒤…얼굴·발 아토피가 사라진 사연 [맨발로걸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여름 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섬유근염, 아토피피부염등 극심한 자가면역질환으로 고생하던 중 대모산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찾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등 가족 전체가 참석해 빗속에서 맨발 산행을 했다. 온 가족과 함께 산길을 걸으며 “맨발걷기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 어린 학생의 모습이 참 대견했다.

자갈로 뒤덥혀 있던 계족산의 임도가 황톳길로 변했다.

자갈로 뒤덥혀 있던 계족산의 임도가 황톳길로 변했다.

2시간 넘게 빗속에서 맨발로 걷고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한 그 어린이는 그 이후 필자의 권유에 따라 엄마와 함께 매일 집 마당에서 맨발로 걸었다. 또 집 주변의 숲길과 근린공원을 맨발로 걸으며 치유의 과정을 밟았다. 집에 있을 때는 실내의 접지선에 몸을 연결하여 소위 24시간 접지(earthing)라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였다.(콘센트 접지선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다.)

한 달 반쯤 지난 뒤 그 어린이 엄마는 환희에 찬 기쁨의 목소리로 자녀의 아토피피부염이 깨끗이 치유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왔다. 당시 그 어린이의 엄마는 맨발걷기 전후의 사진을 보내줬다. 얼굴과 발 전체에 가득한 홍반과 발진은 한 달 반 만에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 어린이의 한 달 반 맨발걷기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는 바로 ‘땅은 치유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말해준다. 맨발걷기는 ‘치유의 스위치를 켜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어린이들의 아토피피부염 유병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어린이의 사례를 보면 왜 맨발로 땅을 밟으며 자라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7일 어린이대공원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흙길을 원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지난 7일 어린이대공원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흙길을 원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는 오는 2023년 개장 50주년을 맞는 어린이대공원의 순환로 3.5㎞를 인근 서울숲처럼 흙길로 조성해 우리의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맨발로 걷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현재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완벽하게 포장돼 있다.

지난 7일에는 어린이대공원 중앙광장에서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5시간 동안의 공개 여론조사를 했다. 어린이대공원 3.5㎞ 순환로를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흙길로 만들자!’는 안과 ‘아스팔트, 시멘트도 좋다!’는 2가지 안 중 자유롭게 선택하여 투표하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누구나 다 신발을 신고 살고 있고, 대부분이 맨발로 걸어본 적이 없는 관람객이지만 투표에 참여한 1111명 중 91.6%인 1016명이 흙길 조성안에 표를 던졌다.

그중에는 엄마는 아스팔트 안에 투표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된 자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흙길에 투표하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다. 광장 옆 풋살운동장에서 풋살을 하던 한 젊은 여성도 흙길 조성안에 투표하며 “풋살운동장 바닥도 흙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흙 운동장이 무릎 등 근골격계에 충격과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다.

아토피 어린이의치유 사례와 어린이대공원 여론조사의 흙길 조성 찬성 결과를 보면 ‘땅을 밟는다는 것이 아스팔트, 시멘트 등 딱딱한 길을 밟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거주지 주변의 산책로나 근린공원, 천변길 등에도 흙길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국민들의 이러한 맨발걷기와 흙길 조성에 대한 잠재욕구를 외면하지 말고 관련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여론조사 후 필자와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동료 임원.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여론조사 후 필자와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동료 임원.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제공

금융인 출신의 박동창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 KB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 은퇴한 뒤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고, 저서 『맨발로 걸어라』를 출간하는 등 맨발걷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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