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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왜 남태령 못 넘나…되레 與 비주류 이미지땐 버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2030·여성 그리고 서울. 3가지는 20대 대선 경쟁 초반 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취약점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중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격차가 가장 큰 카테고리가 ‘서울’이라는 지역이다. 13대 대선에선 서울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29.95%)가 김대중 평민당 후보(32.62%)에 밀리고도 당선됐고, 18대 대선에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8.18%를 얻어 서울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졌지만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차이는 근소했다. 민주당 선대위에서도 “서울에서 따라붙지 못하면 당연히 진다”(선대위 핵심 관계자)고 할 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與 기반 약화. 4·7 후폭풍"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8~10일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에서 서울 유권자들 가운데 이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27%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39%)에 12%포인트 뒤쳐진 수치다. 인천·경기에서 이재명 33%, 윤석열 37%로 차이가 근소했던 것과 대비된다. 정권안정·심판론에 대한 의견 역시 서울(안정론 34%, 심판론 55%)과 인천·경기(안정론 41%, 심판론 48%)의 온도차가 뚜렷했다.

NBS 조사 수도권 대선후보 지지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NBS 조사 수도권 대선후보 지지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과 나머지 수도권 지역의 표심 디커플링 현상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6일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에서도 서울(이재명 27.8%, 윤석열 47.3%)과 인천·경기(이재명 35.7%, 윤석열 41.0%)의 표심 차이가 두드러졌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출신이라는 것 만으로는 이같은 온도차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4·7 재보선 때 부동산민심 폭발한 서울…“與 지지기반 약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단지. 뉴스1

이 후보가 처음부터 서울 열세 현상을 겪었던 건 아니다. 지난 1년간 NBS 지표조사를 따라가 보면, 지난해 11월~지난 3월 민주당은 서울에서 국민의힘에 우위를 점해왔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재명·이낙연 당내 두 후보의 양강 구도였다.

첫 변곡점이 찾아온 건 4·7 재보선 직전인 3월 중순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의혹 사태 여파로 야권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기를 잡은 시기다. NBS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서울 내 후보 선호도 역시 이 시기(3월 둘째주)에 급상승(8%→25%)했다. 이 후보는 18%로 윤 후보에 밀렸다. 다만 당시에도 이 후보는 인천·경기(이재명 28%, 윤석열 26%)에선 우위를 유지했다.

NBS 조사 서울 수도권 대선후보 선호도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NBS 조사 서울 수도권 대선후보 선호도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때문에 당시 서울에서 폭발한 부동산 민심 이면의 사회·구조적 배경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수년에 걸친 집값 급등으로 서울이 구조적으로 민주당 입장에서 험지로 변모했다는 주장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서울 집값 급등으로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 상당수가 경기도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지기반 자체가 취약해지면서 여권을 향한 민심 이반이 더 크게 부각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4·7 재보선 이후, 서울에서 정당·대선후보 선호도의 압도적 우위를 지키진 못했다. NBS 5월 첫째주 여론조사까지도 국민의힘(31%)은 민주당(27%)에 비해 우세였지만 6~7월에는 민주당이 앞섰다. 8월 첫째주 조사에서 국민의힘(33%)은 정당지지율에서 다시 민주당(29%)에 앞섰지만 같은 기간 서울지역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이 후보가 계속해서 1위를 수성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이 후보가 과단성 있는 행정력을 보이면서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준 게 선방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장동 이슈 부각되며 다시 악화된 서울 표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인 10월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인 10월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으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문가들은 시차를 두고 닥친 4·7 재보선 후폭풍과 대장동 의혹이 겹친 효과라고 해석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장동 의혹은 이 후보의 최대 장점인 추진력이 오히려 독이될 수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유독 반응이 세게 나온 건 결국 4·7 재보선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압도적 표차의 관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대선 경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의 비주류 이미지가 희석된 점 역시 서울 중도층 이탈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기조를 승계했고 경선이 후에도 ‘원팀’을 강조하면서 추락하는 당 지지율과 동기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의 강점은 민주당 틀에 갖히지 않는 것이었는데 민주당 코어로 들어가면서 내부적으론 단단해졌지만 확장성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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