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화장실 가면 무섭다" 성폭행 진술 뒤집은 '공포의 14일'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1.14 05:00

업데이트 2021.11.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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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오창 여중생 성폭행, “재판 공개”

지난 2월 26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 A양(당시 14세)이 계부의 성폭행 여부를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년 12월쯤 자다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과 함께입니다. “아버지가 성폭행을 한 게 맞느냐”는 물음에는 “예”라고 답합니다.

2주 뒤 A양의 진술은 180도 달라집니다.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던 입장을 번복한 겁니다. A양은 지난 3월 11일 “(성폭행 피해가)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답니다. 자신은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친구 성폭행 사건의 참고인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건 후 계부 B씨(56)로부터 A양을 분리하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고 봅니다. 성폭행 혐의가 다분한데도 두 사람을 함께 지내게 함으로써 진술을 바뀌게 했다는 겁니다. 당시 A양이 계부와 살면서 겪었을 심적 갈등과 압박감은 공판기록에도 남아 있답니다.

계부, 체포·구속영장 3차례 반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부모들이 지난 8월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부모들이 지난 8월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5월 B씨에 대한 체포·구속 영장이 3차례나 반려된 점은 유족들을 더욱 뼈아프게 합니다. 의붓딸인 A양과 친구 C양이 경찰 조사를 받던 지난 5월 12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겁니다. “계부에 대한 신병처리가 늦어진 게 화를 자초했다”는 원성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계부 B씨는 A양과 C양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월 17일 B씨가 자신의 집에 놀러 온 C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습니다. B씨는 A양을 6~7세 때 성추행한 데 이어 13세가 된 지난해에는 성폭행을 한 혐의도 받습니다.

문제는 계부 B씨에 대한 혐의 입증이 피해자들의 생전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피해를 당한 두 여학생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여학생들을 돕는 단체 등은 “수사 및 신병처리 지연 등 어른들의 안일한 대응이 소녀들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합니다.

“어른들의 안일함…소녀들 죽음 몰았다”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지난 8월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지난 8월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친구인 C양 유족을 돕는 김석민(50)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은 요즘 A양의 성폭행 피해 증거를 수집 중입니다. C양에 대한 성폭행 증거는 유서를 비롯해 친구와 나눈 SNS 대화,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는 판단에섭니다.

반면 의붓딸인 A양은 지난 2월에 했던 성폭행 피해 진술을 번복한 상황입니다. “2개월 전에 아버지가 성폭행을 했다”던 진술이 바뀐 겁니다. 당시 A양의 진술은 “지금도 아버지가 화장실을 가면 무서워서 이불을 꾸리고 잔다”고 할 정도로 구체적입니다.

김 회장은 “계부가 화장실을 오갈 때마다 A양이 성폭행에 대한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해당 진술을 들은 후 집 구조를 살펴봤더니 A양의 방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던 겁니다.

계부와 분리 안된 의붓딸…성폭행 진술 번복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이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사무실에서 '청주 오창 여중생'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석민 충북지방법무사회 회장이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사무실에서 '청주 오창 여중생'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 회장 등은 재판부가 A양의 최초 진술과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을 토대로 판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2월 26일부터 5월 1일까지 정신과 의사와의 7차례 면담을 통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수차례 했기 때문입니다.

담당 의사 또한 법정에서 “(계부 성폭행에 대해) 피해자가 작심한 듯 와서 얘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회장 등이 최근에도 A양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나 지인을 찾는데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지법은 지난 5일 계부 B씨에 대한 재판을 공개로 전환했습니다. C양 유족 측이 제출한 ‘재판 공개 신청서’를 받아들인 겁니다. 통상 비공개를 원하는 성폭행 피해자들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공개에 따른 2차 피해보단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겁니다. 계부 B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 청주지법에서 열립니다.

피해자 가족의 간절함…“재판 공개하라”

17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편지글이 쓰여 있다. 최종권 기자

17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 화단에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2명을 추모하는 편지글이 쓰여 있다. 최종권 기자

공개재판 신청에는 앞서 C양이 남긴 유서도 배경이 됐다고 합니다. 당시 C양은 친구 계부에게 성폭행 당한 내용과 함께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는 말과 함께 입니다.

이런 C양의 간절함은 유족들이 낸 재판공개 신청서에도 잘 나타납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이미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런 슬픔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재판 공개에 따른 유익이 더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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