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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키 늘린 '마법의 돌가루'…5억t 묻힌 영동의 대박 꿈

중앙일보

입력

일라이트 원석. [사진 영동군]

일라이트 원석.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 '신비의 광물' 일라이트 5억t 매장

충북 영동군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업체 ‘아오스’는 최근 천연 광물을 이용한 이색 실험을 했다. 콩나물 싹에 점토 광물의 일종인 일라이트(illite)를 넣고 5일 뒤 무처리 콩나물과 생육 상태를 비교한 것이다.

실험 결과 일라이트 가루를 넣어 키운 콩나물의 평균 길이는 9.9㎝였다. 무처리콩나물(8.6㎝)보다 11% 길고 무게도 더 나갔다.

콩나물 비린내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타우린 함량이 20% 증가하고, 무기질 철분도 2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능 분석을 진행한 김일두 경북대 교수는 “합성생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품질 콩나물이 생산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며 “일라이트가 다른 식물에도 영향이 있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비의 광물’로 불리는 일라이트로 대박을 꿈꾸는 자치단체가 있다. 일라이트 세계 최대 매장지 중 하나인 충북 영동군 얘기다. 2000년대 초 일라이트 광산 개발을 시작으로 영동군에는 이 광물이 들어간 의료기기, 사료, 미용용품 제조 업체가 속속 들어섰다.

충북 영동군에 있는 '아오스'는 일라이트 가루를 첨가해 5일 동안 기른 콩나물(오른쪽)이 무처리 콩나물보다 더 빨리 자란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사진 영동군]

충북 영동군에 있는 '아오스'는 일라이트 가루를 첨가해 5일 동안 기른 콩나물(오른쪽)이 무처리 콩나물보다 더 빨리 자란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사진 영동군]

일라이트 넣은 콩나물 타우린 20% 증가

일라이트는 구리와 아연, 철, 납 등 중금속의 흡착률이 뛰어나고 원적외선을 방사해 오염된 수질과 토양을 정화하는 효과가 월등한 것으로 알려진 광석이다. 193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처음 발견됐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도 매장돼 있지만 모두 소량이다.

대량으로 매장된 곳은 영동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발 경제성을 갖춘 일라이트는 영동군 산익리 일대 폭 400m, 17km에 걸쳐 5억t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학산면, 양강면, 영동읍 등 광산 4곳에서 연간 5000여t의 일라이트가 채굴돼 각종 산업에 공급되고 있다.

영동군에선 이미 기업들의 일라이트 제품 생산이 활발하다. 7개 기업이일라이트가 가미된 팔찌와 목걸이, 소파, 비누, 온수 매트, 타일, 소금, 암반수 등을 만들고 있다. 영동군은 일라이트 산업 역량을 집적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한다.

세계 최대 일라이트 매장지인 충북 영동군에는 5억t가량의 일라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영동군]

세계 최대 일라이트 매장지인 충북 영동군에는 5억t가량의 일라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영동군]

광산업 올인한 영동…골프장 이름도 ‘일라이트’

군은 용산면 학곡리 영동산업단지 내에 2023년까지 150억원을 투입해 일라이트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부지면적 1만5889㎡, 연면적 8033㎡, 지상 4층 규모다. 건물에는 공장 입주시설 36실, 회의실, 휴게실, 카페 등 사용자 중심의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선다. 건물 외부에는 주차장과 물류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하역공간도 만들어진다.

군은 80억원을 들여 고순도 일라이트를 생산할 수 있는 가공센터시스템 구축도 구상 중이다. 영동군에 일라이트 제조 시설을 짓는 기업에는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하고, 인증수수료 지원 등 혜택도 마련했다. 일라이트 홍보를 위해 레인보우 힐링관광지에 들어서는 대중골프장 이름은 ‘일라이트CC’로 정했다.

임동영 영동군 일라이트 팀장은 “일라이트는 처음에 응집제로 개발이 됐지만, 지금은 화장품 원료나 사료 첨가제, 건강보조 식품 원료 등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이 가능해졌다”며 “최근 농업기술센터에서 복숭아 당도를 높이는 효과도 입증된 만큼 농사용 제품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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