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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레드카드' 김헌동 반값 아파트…"실현 가능하지만 집값 못잡아"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의회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명 강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의회는 김 후보자의 이른바 ‘반값 아파트’ 실현 방안이 부실하다고 보고 있다.

'부적격' 받은 반값아파트, 전문가 의견은 이랬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시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특위는 지난 10일 김 후보자에 대해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등을 주장하면서 공급 규모와 시기,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명확히 주장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김 후보자는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통해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강남은 5억 원대, 주변은 3억 원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말하는 반값 아파트는 실현 가능할까.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12일 “충분히 실현 가능하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 "반값 아파트, 청년 세대 등에겐 의미있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값 아파트에 대해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틈새 시장으로서의 가치는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 당장 거주할 아파트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반값 아파트는 부동산 정책 차원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이미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국내에서 시범사업으로 지어진 바 있고, 이를 본격적으로 공급하자는 주장도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다”며 “집을 살 형편이 안돼 단기적으로 거주할 청년 세대 등의 주거 욕구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수요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땅이 포함되지 않은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낮다는 점을 들었다. 심 교수는 “토지 임대료는 계속 내야하고 30년 후에 건축물 가치가 점점 낡아 떨어지는 아파트를 사고 싶어하겠느냐, 아니면 살 땐 비싸도 30년 뒤 가격이 올라있는 아파트를 원하겠느냐 하면 대다수 시민은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 몇 만 채 정도로 집값 안정 못해"

김 후보자가 반값 아파트 공급지 중 하나로 지목한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뉴스1]

김 후보자가 반값 아파트 공급지 중 하나로 지목한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뉴스1]

토지임대부 주택이 집값 하락을 불러올 정도의 변화를 일으킬지에 대해선 모두가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반값 아파트를 정부가 대량으로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물량이 많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는 의미가 없고, (같은 예산이라면) 차라리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민간이 공급하게끔 지원하는 방안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심교언 교수는 “반값 아파트 한 채 당 투입되는 정부 예산을 1~2억으로 잡아도 100만 채 공급하면 1~2조가 되는데 국가가 다른 복지를 포기하고 집 짓는데만 예산을 다 투입할 수는 없다”며 “애초에 공공주택으로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발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노른자 땅을 온통 임대주택으로만 채우는 것이 사회 전체의 복리를 증대시키는 방향도 아니다. 사회적 낭비이고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동, 강남 5억·주변 3억은 어떤 근거? 설명 부족"

김 후보자가 반값 아파트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반값 아파트 입주민이 아파트를 되팔 때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면 ‘특혜’ 내지 ‘로또’라는 반발이 나올 것이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면 수요가 많이 줄어들텐데 어떤 목적에 따라 설계할건지에 방향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후보자가 강남은 5억, 수도권은 3억 분양가라고 했는데 토지가 포함 안되고 건축비만 분양가에 포함되는데 왜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나중에 재건축은 가능하게 할 것인지, 시세차익은 어떤 비율로 분배할 것인지 등에 대해 청문회에 설명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임명 강행 여부 주목

김 후보자가 주장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렸다. 서정렬 교수는 “시장에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가 지나치게 비싸다. 건설사에서 가져가는 중간 이익률이 너무 많다 하는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집값에 포함된 암묵적인 수치(거품)을 밝혀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심교언 교수는 “건설사, 시민단체 등 관련된 집단 사이에 갈등만 조장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이 참여할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믿음을 수 차례 보여온 오 시장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거란 관측도 나온다. 시의회 보고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용산구와 강남구 등 반값 아파트 공급지로 지목된 지자체의 반발과 더불어, 시의회와의 관계 악화 등이 난관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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