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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서 담배 피웠다고? 이걸 본 MZ세대" 그때 살았다면…"[폴인인사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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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조짐이 심상치 않으니 어쨌든 마케터들은 준비해야 한다. 2000년대 감성의 뉴트로 컨셉을.  

유행은 돌고 돌죠. 유튜브에서도 '뉴트로(New-tro) 열풍'이 거셉니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입니다. '옛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가리키죠. 방송국 자료실에 잠들어 있던 20년 전 '인기가요' 영상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송출하는 식입니다.

Z세대가 이런 '레트로 유튜브'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사람들의 관심사를 읽는데 민감한 마케터들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터가 뽑은 '시간 여행' 유튜브 채널들을 소개합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발행한 “지금 마케터가 주목한 유튜브”의 4화 중 일부입니다.

1. 강한 자만이 살아남았던 1980년대 서울

정부 소속기관인 KTV 국민방송도 부캐가 있다. 본캐 채널인 ‘KTV 국민방송’ 외에 ‘KTV 프로그램’이란 부캐 채널에서 좀 더 유튜브에 최적화된 영상들을 선보인다. 재생목록 중 '라떼는 말이야~ [라떼TV]'에선 귀한 옛날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채널에서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건 1980년대 서울 거리 풍경을 담은 '주유소랑 버스에서 담배를 핀다고?'라는 영상이다. 1982년을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 선진 시민의식에 대한 두 기자의 취재기록이다.

구독자 수 5.4만, 해당 영상 조회수 201만회 (2021년 10월 기준)

구독자 수 5.4만, 해당 영상 조회수 201만회 (2021년 10월 기준)

쓰레기로 가득한 서울도심과 차선과 횡단보도가 의미 없이 차와 사람이 뒤섞인 혼돈의 도로가 펼쳐진다. 80년대 태어난 나에게도 이 시절의 기억은 희미했기에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야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관객에게 "올림픽 주최국 시민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내던지는 일이겠죠"라고 꾸짖는 나레이션에선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의 환골탈태를 위해 채찍질하던 흔적이 엿보인다. '선진시민' 의식을 강조하며 꾸짖는 내레이션도 영상의 묘미다.

(출처: KTV 프로그램 유튜브 캡쳐)

(출처: KTV 프로그램 유튜브 캡쳐)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무질서한 모습에 단골로 달리는 댓글이 있다. "약육강식, 강자만이 살아남는 혼돈의 카오스 80년대". 그렇게 살아남은 젊은이들은 이제 '라떼는 말이야'를 말하는 '꼰대'가 됐다. Z세대로 추정되는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지금 젊은 시절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어린 시절 MBC의 다큐멘터리 ‘그때를 아십니까’를 즐겨 봤다. 그때의 나는 흑백 영상에 담긴 50~70년대 한국의 가난한 풍경을 보며, 발전한 90년대에 살고있음에 안도했다. 지금의 Z세대는 유튜브에서 80~90년대의 풍경을 보며 2021년의 현실에 안도하고 있다.

2. 시대를 앞서 간 상상력, 90년대에 등장한 한국의 일론 머스크

‘크랩 KLAB’은 KBS의 뉴미디어 채널로, ‘크랩_레트로’에선 과거 취재했던 KBS뉴스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본 영상에선 레이싱 장면의 단골 BGM인 가 경쾌하게 깔리며, 고풍스럽게 각진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그런데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 테슬라보다 30년 빨랐던, 1994년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팀이 개발한 무인자동차다. 21세기의 미끈한 전기차와 달리 1994년 토종 전기차는 어딘가 좀 뚝딱거리는 아날로그 느낌이다. 조수석에 묵직한 데스크탑 본체와 두꺼운 CRT 모니터를 싣고, 백미러 옆에 초음파와 적외선 감지기가 달려 있다.

〈크랩 KLAB 〉 구독자 수 23.6만, 해당 영상 조회수 238만 (2021년 10월 기준)

〈크랩 KLAB 〉 구독자 수 23.6만, 해당 영상 조회수 238만 (2021년 10월 기준)

그런데 90년대의 자율주행 기술보다 더 놀라운 건, 앞선 영상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법천지의 고속도로다. 아직 개발 단계인 자율주행차가 기존의 차량이 주행중인 도로로 뛰어든다. 심지어 비가 오는 고속도로에서 100㎞까지 속도를 내는 목숨을 건 주행이라니. 이 아슬아슬한 장면을 지상파 방송국에서 그대로 뉴스에 내보냈다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는다.

(출처: 크랩 KLAB 유튜브 캡쳐)

(출처: 크랩 KLAB 유튜브 캡쳐)

지금 이런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진다면 방송국과 학교 게시판은 뒤집어지고 관련자들은 법적 조치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발빠른 네티즌은 교수님의 SNS를 찾아내 비난 댓글이 쇄도하지 않았을까. 90년대라 가능했을 장면이 아찔하다.

아쉽게도 2000년대 들어 지원이 멈췄고, 한국의 자율주행차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댓글을 보니 자율주행차를 향한 도전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꿈과 열정으로 들뜬 교수님과 학생들의 미소에 낭만이 살아있던 그 시대를 부러워하는 반응도 보인다.

참 열정과 낭만이 있는 시대였다. 뒤에 앉은 대학생들 교수들 신나가지고 무야호 하는거봐라. 지금은 비주얼만 높아졌지 낭만이 없어.

궁금해서 한민홍 교수님 검색해봤는데 지금 첨단차 라는 회사의 대표로 계시는데 연세가 80인데도 아직도 자율주행차 연구중이라 하시네요

90년대 사람들이 얼마나 생생하게 미래를 예측했는지 궁금하다면 '90년대 사람들이 상상했던 2006년 미래'편과 '1996년 사람들이 상상했던 20년 후 2016년' 영상도 추천한다. ‘Time Traveler’는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채널은 아니지만,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면 관련 업계에서 일했던 충실한 자료수집가가 아닐까 추측된다.

3. Z세대의 오래된 미래, 영포티의 찬란한 과거

〈옛날티비 : KBS Archive〉 구독자 수 32.3만, 해당 영상 조회수 1만 (2021년 10월 기준)

〈옛날티비 : KBS Archive〉 구독자 수 32.3만, 해당 영상 조회수 1만 (2021년 10월 기준)

MZ세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1990년대를 풍미했던 X세대만 할까? 영상 속의 유니크한 스타일 앞에 지금의 Z세대는 명함도 내밀 수 없다. 압구정 거리에서 가지각색의 젊은이를 보여주며 'X세대는 머리와 패션을 통해 자신의 욕구와 자유분방함을 표출', '경제 성장과 민주화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X세대'라고 분석한다. 임대문의가 곳곳에 붙어있는 지금의 압구정 풍경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최근 뉴스에서 20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MBC ‘14F 일사에프’의 '90년대 사람들은 '오렌지족'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에서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온 소설가 김홍신의 발언은 울림이 있다.

실수할 특권이 젊은 세대에게 있고, 그들은 용서받을 특권도 함께 있다. 실수한 젊은이가 기성세대가 됐을 때 더 따뜻한 가슴을 갖고 아랫사람을 맞을 여유가 생긴다.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발행한 “지금 마케터가 주목한 유튜브”의 4화 중 일부입니다. 마케터가 주목한 지금 유튜브 콘텐트 트렌드를 더 만나고 싶다면, 폴인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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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는 어디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읽어낼까요? 모두가 유튜브를 보지만, 같은 유튜브를 보고도 ‘읽어내는 감각’은 다릅니다. 폴인(folin)이 연재 중인 ‘지금 마케터가 주목한 유튜브’에서 요즘 유튜브 트렌드와 MZ세대의 관심사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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