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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도 면책'…7000만원 사기쇼에 악용당한 '쏘카'[요지경 보험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지경 보험사기] 

서울에 사는 보험설계사 A씨가 보험사기를 시작한 건 지난해 5월부터다. A씨는 1년간 자신의 소개로 보험에 가입한 가입자와 주변 보험설계사를 꼬드겨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A씨가 1년 동안 보험사기로 벌어들인 돈은 7000만원에 달했다.

보험설계사 A씨는 자신으 고객과 동료 설계사를 이용한 보험사기로 1년 간 7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다 경찰 수사에 적발됐다. 셔터스톡

보험설계사 A씨는 자신으 고객과 동료 설계사를 이용한 보험사기로 1년 간 7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다 경찰 수사에 적발됐다. 셔터스톡

A씨는 10년 경력의 보험설계사로,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생명보험 상품을 주로 판매했다. A씨는 처음에는 보험 계약자를 보험사기에 끌어들였다. 고객 중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보험료를 대납하거나 일정액의 수수료를 주기로 하고 보험사기에 가담시켰다. 암호화폐 상장을 준비하던 B씨 등이 이런 제안에 넘어왔다. 이후 A씨는 주변 보험설계사도 사기에 가담시켰다.

A씨가 사용한 수법은 한결같았다. A씨는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를 상가 등에 미리 주차한 뒤 가해자 역할을 맡은 보험 가입자를 기다렸다. 이후 가해자 역할의 가입자가 차량을 후진하다 A씨의 차량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다. 경미한 접촉 사고라 차량에 손상도 거의 입지 않은 데다, 크게 다치지도 않았다.

A씨는 합의금과 미수선수리비 등을 상대측 보험사에 청구해 보험금을 받아냈다. 미수선수리비는 차량 수리 전 차량수리비를 보험사로부터 미리 현금으로 지급받는 건데, A씨의 차량이 외제차인 탓에 사고 건당 많게는 500만원 가량도 받았다고 한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을 때는 뇌진탕을 항상 진단명에 추가해 합의금을 더 받았다고 한다.

큰 부상을 입지 않고 많은 돈을 타내기 위해 운전자 보험도 활용했다. A씨는 운전자 보험 5건을 들었는데, 사고 건당 20만원씩 정액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들이었다. 사고 때마다 A씨는 1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A씨는 가해자 역할을 맡은 가입자 등에게 공유차량을 이용하게 했다. 일정액의 보증금만 부담하면 수리비 등 추가 부담이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셔터스톡

A씨는 가해자 역할을 맡은 가입자 등에게 공유차량을 이용하게 했다. 일정액의 보증금만 부담하면 수리비 등 추가 부담이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셔터스톡

가해자 역할을 맡은 동료 보험설계사나 가입자는 쏘카 등 공유차량을 이용하게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쏘카 등은 일정액의 보증금만 내면 사고가 발생 시 부담해야 할 면책금이 없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본인 차량을 이용하는 것보다 부담이 적었다.

보험사기에 가담할 설계사 등을 구하지 못할 때면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단독사고를 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배우자와 세 살배기 자녀가 함께 타고 있었다며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한 적도 있었다. 보험사 직원들이 사고 경위 등을 의심하면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넣겠다며 보험사 직원을 압박했다.

A씨의 보험사기는 공유차량을 이용한 게 빌미가 돼 꼬리가 잡혔다. 최근 공유차량 이용 보험사기가 늘어나자 보험사들이 공유차량 관련 교통사고를 꼼꼼히 살피면서다. 지난 5월 A씨가 동료 설계사와 저지른 마지막 보험사기도 공유 차량을 이용했다. 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관계자는 “A씨가 당한 교통사고의 가해자의 보험 설계사가 A씨인 점 등이 수상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환수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환수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A씨의 보험사기를 수사한 충북경찰청은 A씨를 비롯해 보험사기에 가담한 8명을 전원 기소의견으로 지난 8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등 보험설계사 3명과 나머지는 계약자와 가족 등으로 이뤄져 있다. SIU 관계자는 “A씨는 이미 보험사기조사팀(SIU) 조사단계에서 보험사기 사실 일체를 인정했다”며 “기존 적발 건 외에 다른 보험사기 여부를 추가조사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 종사자들이 보험사기를 저지르다 적발된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업 종사자들의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2017년 3485명, 2018년 3636명, 2019년 3904명 등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가입자를 유혹해 보험사기 공범으로 유인한다는 점에서 폐해가 심각하다”며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보험사기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는 보험업 관계자가 보험사기를 저질렀을 때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 4개가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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