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동북쪽 기슭에 경상도와 강원도와 충청도가 갈라지는 땅이 있습니다. 소백산 자락에 들지만, 태백산을 마주해 ‘양백지간’에 속하는 오지 마을입니다. 첩첩산중의 이 오지 마을을 찾아서 걸었습니다. 굳이 이맘때 두메산골을 걸은 건, 지금이 11월이어서입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어서입니다.
길의 이름은 소백산자락길 9자락길과 10자락길입니다. 소백산을 크게 에두르는 소백산자락길의 아홉 번째와 열 번째 코스입니다. 9자락길은 옛날 보부상이 다녔던 고갯길을 되짚습니다. ‘십승지’로 알려진 오지 마을 남대리에서 시작한 길이 소백산 동쪽 끝자락을 따라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옛 뒤뜰 장터까지 이어집니다. 마을로 내려올 때까지 깊은 숲 속을 걸었습니다. 1시간쯤 걸으니 핸드폰이 끊겼고, 인적도 끊겼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나뭇잎 사이로 금모래처럼 환한 가을 햇살이 내려왔습니다.
10자락길은 소백산 남쪽 자락의 산골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사과밭 천지인 마을을 지나 다시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예의 그 소백산 숲길이 이어졌습니다. 숲에서 나오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부석사에 도착한 것입니다. 마침 부석사에 해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부석사는 해 질 녘에 더 고운 절이지요. 긴 걸음 마친 뒤 산사 중턱에서 내다보는 저녁놀이 때맞춰 내려앉은 단풍 만큼 고왔습니다. 이렇게 올해도 가을을 떠나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