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장人들]”너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축하해~”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 5학년 우찬이는 학교보다 병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3년 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우찬이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힘든 투병 생활 중에도 우찬이는 ‘사육사’라는 꿈을 키워나갔다. 병마를 이겨내고 가장 좋아하는 동물들 곁에서 함께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우찬이가 에버랜드 사육사와 함께 사육사 체험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우찬이가 에버랜드 사육사와 함께 사육사 체험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한 어느 가을날 우찬이의 꿈이 이루어졌다. 진짜 사육사처럼 옷을 갖춰 입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로 들어선 우찬이는 기린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작은 동물을 품에 안아보기도 했다. 묵묵하게 항암 치료를 견뎌낸 우찬이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투병중인 우찬이는 항암치료를 마치고 꿈꾸던 사육사 소원을 실행했다. 장진영 기자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투병중인 우찬이는 항암치료를 마치고 꿈꾸던 사육사 소원을 실행했다. 장진영 기자

우찬이의 소원은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의 도움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메이크어위시는 지난 1980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어 현재까지 전 세계 50개국에서 50만명 이상의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실행했다). 지난 2002년 세계에서 26번째로 설립된 메이크어위시 코리아는 현재까지 4800여 아동들의 소원을 실행했다. 동화 속 공주, 도시를 구하는 히어로는 물론 모델, 소방관, 작가의 꿈도 이룰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소원을 접수하고 아이들이 충분히 그 꿈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날 269번째 소원을 직접 실행한 재단의 김미나(36) 과장을 만나 그들이 그려내는 희망에 대해 들어봤다.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재단은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이뤄주고 있다. 김미나 과장은 재단의 봉사단 위시 엔젤 출신으로 200여건이 넘는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실행했다. 장진영 기자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재단은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이뤄주고 있다. 김미나 과장은 재단의 봉사단 위시 엔젤 출신으로 200여건이 넘는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실행했다. 장진영 기자

아픈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어떤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지
소아암이나 희귀 질환 등 생명에 위협이 있는 만3세에서 18세 아동들이 대상입니다. 아픈 아이들이 원하던 소원을 이뤘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병을 이겨낼 용기를 얻고 이후의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게 목적이에요.  
춤을 좋아하는 하은이는 박진영 프로듀서를 만나 자신의 품을 평가받는 자리를 가졌다.[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춤을 좋아하는 하은이는 박진영 프로듀서를 만나 자신의 품을 평가받는 자리를 가졌다.[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예슬이는 동화 속 공주가 되어 아빠와 무도회를 즐겼다.[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예슬이는 동화 속 공주가 되어 아빠와 무도회를 즐겼다.[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소원 진행 과정은
부모님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아요. 철저하게 아이들의 소원만 접수합니다. 의사 표현이 어렵다면 그림 카드나 손짓 등으로 원하는 내용을 파악합니다. 봉사자들이 3~4차례 방문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상태가 많이 위중할 경우 ‘긴급 위시’로 당일 소원을 실행하기도 합니다. 노트북, 게임기를 갖고 싶어하거나 멘토를 만나고 싶어하는 소원이 많은 편입니다.  
게임기 선물, 연예인과의 만남 등이 아픈 아이들에게 큰 영향이 있을까
아이가 중환자실에 오랫동안 있던 경우였어요. 게임기를 너무나 갖고 싶어했는데 처음에 부모님은 부정적이셨어요. 설득 끝에 게임기를 전달했는데 창문 너머로 박스만 보였는데도 아이가 ‘엄지 척’을 하면서 몇달 만에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어요. 축구 선수를 꿈꾸다가 집 밖을 나가지 못하게 된 아이는 봉사자와 소원에 관해 이야기를 쌓아가다가 전략분석가를 장래희망으로 정했어요. 단지 소원 실행이 아니에요. 소원을 이루고나면 아이들이 자부심을 얻는 거 같아요. '나는 뒤처진 게 아니라 큰 병도 이겨낸 강한 사람'이라는  
아이언맨이 되고 싶었던 지원이는 병실 밖을 나갈 수 없어 화상으로 소원이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히어로로 분장한 봉사자들이 지원이를 위해 병실 밖에서 대기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아이언맨이 되고 싶었던 지원이는 병실 밖을 나갈 수 없어 화상으로 소원이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히어로로 분장한 봉사자들이 지원이를 위해 병실 밖에서 대기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아이언맨이 되고 싶었던 지원이는 병실 밖을 나갈 수 없어 화상으로 소원이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히어로로 분장한 봉사자들이 지원이를 위해 병실 밖에서 대기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아이언맨이 되고 싶었던 지원이는 병실 밖을 나갈 수 없어 화상으로 소원이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히어로로 분장한 봉사자들이 지원이를 위해 병실 밖에서 대기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도 많을 것 같다
아이가 자신만의 pc방에서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게임을 하고 싶어했어요. 산소호흡기를 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크리에이터와 간신히 대화만 진행했어요. 병세가 급하게 나빠져서 결국 3일 후 하늘의 별이 되었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소원을 이야기하는 과정만으로도 아이가 너무 행복해했고 그날 ‘마지막 웃음’을 지었다고 전해왔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고.  
진경이의 소원은 일러스트레이터. 직접 그린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었다.[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진경이의 소원은 일러스트레이터. 직접 그린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었다.[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마지막 웃음이란 말이 와 닿는다
난치병 아이로 인해 정말 희망이 보이지 않기도 하죠. 간병하는 보호자, 그 때문에 떨어져 지내야 하는 다른 형제들...그렇기 때문에 가족을 위한 지지도 필요해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날 부모님을 위한 ‘상장’도 준비해요. 아이가 직접 수여하죠. 아이만을 위한 소원이 아니라 지친 가족을 위한 소원이기도 해요. 그 웃음 하나로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거든요.  
현빈이는 로보카 폴리가 되어 소방관들과 함께 화재를 진압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현빈이는 로보카 폴리가 되어 소방관들과 함께 화재를 진압했다. [사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겠다
재단 직원들은 직접 소원을 실행하거나 전문가와 연결을 하고요. 의료진의 판단도 중요합니다. ‘위시 엔젤’이라 불리는 봉사자들은 수차례 아이를 방문해 구체적인 소원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릴 적 투병하며 소원을 이뤘던 아이가 완쾌하고 성인이 되어 위시 엔젤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금전적인 부분은 기업 후원과 개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명예 사육사 임명장을 받은 우찬이와 그 소원을 실행해준 김미나 과장(오른쪽). 장진영 기자

명예 사육사 임명장을 받은 우찬이와 그 소원을 실행해준 김미나 과장(오른쪽). 장진영 기자

지금 하는 일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는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근무했었어요. 소아암 아이들을 담당했는데 웃는 모습을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가슴 아픈 이별도 많았고요. 곁에서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아이들을 웃게 해주고 싶어요.
앞으로의 바램은
기다림 없이 빠르게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더는 소원이 없는 거요. 소원을 접수하는 아픈 아이들이 없어졌으면 해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