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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격 주춤한 디즈니+…OTT 격전지 한국서 성적은 [팩플]

중앙일보

입력

'디즈니+'가 11월 12일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즈니+'가 11월 12일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즈니가 12일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한국에 출시했다. 마침 이날은 디즈니+가 글로벌 출시 만 2년째 되는 날. 디즈니+는 2년 새 구독자 1억 1810만 명을 확보하며 전 세계에 멀티 OTT 시대를 열었다. 이런 성과가 한국에서도 이어질까. 넷플릭스 국내 월사용자는 9월 기준 1200만명(모바일인덱스)이다.

왜 중요해?

● 한국에서 글로벌 공룡들의 OTT 게임이 시작됐다. 지난 4일 ‘애플 TV+’ 서비스가 시작됐고, 12일 디즈니+가 가세했다.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유한 HBO 맥스(워너미디어)도 한국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진출을 노리던 웨이브·티빙·시즌·왓챠 등 국내 OTT로선 안방 싸움의 판이 커져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 K팝·웹툰·드라마 등 K콘텐트 업계에겐 기회.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제작비 투자 규모가 커졌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 제작 기회도 늘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만 합쳐도 전세계 3억명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창구. 반면, 기생충·오징어게임 등으로 글로벌 시장성이 확인된 한국 IP를 들고 해외로 나가려던 국내 OTT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위기다.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가 괜찮은 프로덕션이나 IP를 싹쓸이 할 수 있기 때문.
● 디즈니+의 등장으로 넷플릭스식 수익 배분(국내 제작사는 글로벌 흥행 실적에 관계없이 제작비의 110%만 지급) 관행이 개선될지도 주목할 포인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의 경우, 국내 제작사는 글로벌 흥행 실적에 관계없이 제작비의 110%만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넷플릭스가 흥행 수익을 지나치게 독식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넷플릭스 내부 문서를 인용해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넷플릭스의 기업가치가 9억 달러(약 1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2살 디즈니도 ‘분기점’

디즈니+가 고속 성장하긴 했지만 올해 3분기 실적(미국 회계연도 4분기)만 보면 기세가 좀 꺾였다. 3년 내 유료 가입자 2억3000만~2억6000만명을 달성해 넷플릭스를 따라잡겠단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대만·홍콩 등 신규 진출한 아시아태평양(APAC)에서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

● 디즈니는 지난 10일 실적 발표에서 "3분기동안 디즈니+ 가입자가 210만명 늘어, 1억 1810만명이 됐다"고 밝혔다. 가입자 증가 폭이직전 분기(1240만명 증가)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넷플릭스는 이번 분기 신규 가입자 440만 명(직전 분기엔 100만명 증가)를 확보하며, 누적가입자 2억 1360만명을 기록해 디즈니+와 격차를 더 벌렸다.
● 성장 둔화를 걱정하던 넷플릭스의 3분기 반전은 한국과 아태 시장의 기여가 컸다. 한국 콘텐트인 ‘오징어 게임’의 인기 효과가 컸고, 신규 가입자의 절반(220만명)이 아태 지역에서 나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실적발표장에 ‘오징어 게임’의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나올 정도.
● 아시아 11개국(16일 서비스 시작하는 홍콩 포함)에 진출한 디즈니도 콘텐트 창작자가 많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태지역을 놓칠 수 없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총괄 사장은 지난달 13일 미디어 설명회에서 “디즈니+가 아태 OTT 생태계의 중심 축이 되고 싶다”며 수차례 전략적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난달 19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공개된 영상에서 오징어게임 복장을 입고 나온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넷플릭스

지난달 19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공개된 영상에서 오징어게임 복장을 입고 나온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넷플릭스

디즈니+ 경쟁력은 있어?

디즈니에 대한 국내 팬덤이 확실하고, OTT 가격 경쟁력도 있다. K오리지널 콘텐트의 흥행이 관건.
확고한 팬덤 : 디즈니+ 오리지널(완다비전, 로키, 팔콘과 윈터솔져, 만달로리안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뮬란, 라이온킹, 알라딘,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 픽사 시리즈(인사이드아웃, 몬스터주식회사, 토이스토리 등), 마블 시리즈(어벤져스, 블랙 위도우, 캡틴 아메리카 등), 스타워즈 시리즈 등 팬층이 두터운 라인업이 가장 큰 장점. 디즈니+는 산하 6개 브랜드(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스타)로 1만 6000개 이상의 콘텐트를 제공한다.
가격 경쟁력 : 월 9900원(연간 9만 9000원)에 4K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동급 화질의 넷플릭스 프리미엄(1만 4500원)보다 월 4600원가량 저렴. LG유플러스(IPTV, 모바일)나 KT(모바일) 등 국내 통신사 제휴 요금도 넷플릭스 제휴 요금제보다 1800원~4200원 정도 싸게 나왔다.
관건은 ‘K오리지널’ : 3개월 무료 구독권 등 대규모 마케팅이 끝난 이후에도 가입자가 유지될지 봐야 한다. OTT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용자는 한국어 콘텐트 만족도를 중시하기에 K오리지널이 담길 ‘스타'브랜드의 성공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내년까지 인기 웹툰 ‘무빙’(강풀 원작), 로맨틱 멜로 '설강화'(스카이캐슬 제작진)’, ’런닝맨’ 등 K오리지널 7개를 선보일 예정, 넷플릭스도 ‘지옥’, ‘고요의 바다’ 등 K드라마(16개)와 영화(7개)를 쏟아부어 맞불을 놓는다.

11월 12일 한국에 출시된 디즈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1월 12일 한국에 출시된 디즈니+.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고려할 변수는

국내 OTT의 견제는 물론, 망 사용료를 둘렀나 규제가 불명확하다.

● 왓챠·웨이브·티빙으로 구성된 한국 OTT협의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 디즈니+가 가세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한국OT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소 규제 및 육성진흥 정책의 이행을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국내 OTT 지원’ 등을 요구한다.

●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소송 중인 망 사용료 불씨도 남아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디즈니+는 콘텐트 전송네트워크(CDN)와 계약을 통해 우회적으로 망 사용료를 내기로 했다. 디즈니가 CDN과 계약하고, 통신사는 디즈니가 아닌 CDN으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 식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는 기업 간 이슈지만, 국회에서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애플이나 디즈니는 국내 규제 상황이 분명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디즈니+ 미래는?

● 'IP 확보'와 ‘오리지널 콘텐트’ 싸움이 치열해질 예정. 추격자인 디즈니+는 2년 내 출시국가를 현재의 2배 수준인 120개(넷플릭스는 190개국)까지 늘리고 로컬 오리지널 콘텐트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IP 중요성에 눈뜬 네이버·카카오나 게임업계 등과 경쟁도 불가피.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 사장은 “아시아 전체에서 인재와 IP 쟁탈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 ‘위드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늘면 OTT의 성장성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디즈니의 3분기 실적 하락도 ‘팬데믹 완화에 따른 여파’란 해석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게임사를 인수하고, 월마트와 협력해 굿즈 커머스를 결합하는 것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전략의 일환.
● 디즈니는 디즈니+로 DTC(Direct to Consumer, 소비자와 직거래)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다음 스텝도 진행 중이다. 디즈니+로 개봉했던 픽사 애니메이션은 오프라인 영화관 개봉으로 전환했다.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를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도 준비 중. 밥 체팩 디즈니 CEO는 10일 실적발표에서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한 디즈니 메타버스에서 경계 없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디즈니+가 메타버스를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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