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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와 눈높이 맞춘다”…삼성의 신인사제도가 주목받는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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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재계엔 ‘삼성 스탠더드’라는 암묵적인 준칙이 존재한다. 매출과 이익, 고용 창출 등에서 국내 기업 중 단연 ‘원톱’의 지위에 있다 보니 경영 화두와 사회적 책임 등에서 주요한 기준점이 된다는 의미다.

가령 삼성이 ‘위기’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위기 경영을 들고나온다.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때도, 요즘 유행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이슈를 논의할 때도 삼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게 체크 포인트다.

재계의 스탠더드가 움직인다  

코로나19 방역 관리 때도 그랬다. 사내 방역지침을 가장 먼저 제시한 곳도,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하자 저녁 회식을 가장 먼저 재개한 곳도 삼성전자다. 삼성 입장에서는 그만큼 바깥의 시선도 부담스럽고, 책임도 크게 느낄 듯하다.

그런데 유독 삼성이 멈칫거리는(?) 분야가 있다. 최신 트렌드보다 반 발자국쯤 뒤따라간다고 해야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바로 인사제도다.

대표적인 게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이다. 가장 흔한 사례로 꼽히는 게 ‘호칭 파괴’다. 구성원에게 ‘님’ 자 호칭을 붙인 건 국내에서 CJ그룹이 가장 빨랐다. 2000년 초부터 CJ는 오너경영인인 이재현 회장을 비롯해 사장, 부장, 과장 등에 대해 이름 뒤에 직위 대신 ‘○○○님’으로 통일해 부른다.

이 같은 호칭 파괴가 얼마나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고, 경영 성과와 상관관계가 있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것이다. 다만 공교롭게도 CJ는 이후부터 미디어·홈쇼핑·엔터테인먼트 등 신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젊은 층과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장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 [뉴시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 [뉴시스]

요샌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 직위는 ‘통·폐합’이 대세다. 얼마 전 한화그룹은 상무보 직위를 없앴다. 이에 따라 상무보는 상무로, 상무는 전무로, 전무는 부사장으로 자동 승진했다. “기존 5단계였던 직제를 4단계로 간소화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이보다 앞서 SK그룹은 2019년부터 상무·전무·부사장 등 임원 직위를 부사장으로 통일했다.

호칭 파괴, 임원 직위 통폐합 추세 

삼성전자는 조금 더딘 편이었다. 2017년 초 직원 승급 체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한 게 가장 최근의 ‘조직 수술’이었다. 이때도 호칭은 어정쩡했다. 기본적으론 ‘님’으로 통일하면서도, 팀장·그룹장·파트장·임원은 직책을 그대로 부른다.

고과평가 때는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개 “진급 대상자에게 후한 평가를 몰아준다” “상위 고과를 받는 쿼터가 제한(상대평가)돼 있어 불합리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해 초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젊은 층)가 공개적으로 회사를 성토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급자가 많은 피라미드 형태에서 최근 5~6년 새 중간 직급이 부풀어진 다이아몬드형으로 인력 구조가 바뀌면서 불만이 누적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오후 사내게시판을 통해 ‘인사제도 개편 사전 안내’를 공지했다. 삼성은 공지문에서 “그동안 연공형 직급 폐지, 수평적 호칭 시행 등 다양한 인사제도 개선을 진행해왔다”며 “이번에는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3월 경기도 수원시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임원들이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약속하는 ‘핸드 프린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6년 3월 경기도 수원시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임원들이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약속하는 ‘핸드 프린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직급체계 단순화, 고과평가 개선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Z세대 직원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성과급·복지 개선, 인재 발탁 시스템 개선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의 키워드는 ‘성과’ ‘수평’ ‘공정’ ‘창의’ 등이 되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올 초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첫 대내 움직임이라는 사실도 주목받는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청년고용이나 신사업 투자계획을 밝혔을 뿐 내부 행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다만 그는 지난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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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팎에 따르면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은 올해 초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준비했다.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한 데다 전파하는 방식도 부드러웠다. 삼성은 인사제도 개편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부서장 등의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부터는 부서별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개편안이 내년부터 적용되면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게 된다. 재계엔 새로운 인사 시스템이 경영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빅4 그룹 임원의 얘기다.

“최근 재계엔 삼성을 포함해 현대차·LG·한화 등에서 젊은 오너경영인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신(新)인사제도를 시행하면 다른 기업들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줄 것이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았지만, 이재용식 ‘뉴삼성’의 인사제도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기업의 인재를 평가·발탁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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