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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측이 권순정 입장 옹호? 속셈은 “동양대 PC 포렌식 위법”[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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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영장 없는 휴대전화 압수와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몰래 포렌식한 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입니다”

12일 조국(57) 전 법무부 장관의 변호인이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 법정 스크린에 띄운 글의 일부입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이 주장을 권순정 전 대검찰청 대변인의 입장이라며 “조 전 장관 사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적극 옹호했습니다. 권 전 대변인은 2019년 9월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본격화하던 때의 대검찰청 대변인이었습니다. 2년 넘게 평행선을 그리기만 하던 조 전 장관 측과 검찰 측 주장이 드디어 교차점을 찾기라도 한 걸까요? 조 전 장관 측은 왜 이런 주장을 법정에 꺼냈을까요. 중앙일보 디지털 법정 라이브 [法ON]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윤석열 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 말 옹호한 조국 왜?

동양대 사무실 압수수색하는 검찰 관계자 [뉴스1]

동양대 사무실 압수수색하는 검찰 관계자 [뉴스1]

조 전 장관 측은 검찰이 2019년 9월 10일 정경심 교수가 근무하던 경북 영주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PC 1호와 2호를 가져가던 상황이 최근 대검찰청 감찰부가 권 전 대변인이 사용했던 공용 휴대전화를 가져가 포렌식(디지털 증거 수집·분석)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검찰이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1, 2호를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임의제출 형식(①)으로, 제삼자인 조교(②)로부터 받아갔고, PC에서 수집한 증거 파일(‘조국 폴더’ 등에 담긴 전자정보)들의 실소유자인 조 전 장관 부부의 포렌식 참관은 없었다(③)며 이 과정이 위법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해당하므로 강사휴게실 PC는 증거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조 전 장관 측은 권 전 대변인 주장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이유로 영장 없이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고(①), 권 전 대변인도 사용한 공용 휴대전화를 현 대변인에게 받아갔으며, (②) 실사용자였던 권 전 대변인에게 포렌식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③)는 겁니다.

조 전 장관 측은 “권 전 대검 대변인이 주장하는 포렌식의 원칙이 조국 부부 사건이라고해서 적용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이 원칙이 검찰 구성원의 법익만 보장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휴대전화의 전 소유주인 권 전 대변인이 처한 상황이 위법한 상황이라면 PC 내 파일들의 소유주였던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어떤 참관 통보도 하지 않은 건 더 큰 위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 측 상황 해석이 왜곡됐다고 봅니다. 해당 PC는 2년 9개월 동안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상태였고, 휴게실 출입문 앞 폐지 더미 옆에 전원과 모니터도 없이 방치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사실상 소유자가 없는 상태여서 보관자인 조교로부터 임의로 제출받아 포렌식 절차를 거쳤으므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말입니다. 앞서 정 교수의 1·2심 재판부는 검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검찰개혁” 책 낸 김경록 두고 신경전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사이 신경전도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김씨가 정 교수 부탁을 받고 자신의 헬스장 사물함에 보관하다 검찰에 임의제출한 조 전 장관 부부 자택 PC 하드디스크들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씨가 최근 검찰개혁을 비판하는 책을 낸다며 책표지를 스크린에 띄웠습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7월 김씨에 대해 2019년 8월 조 전 장관 자택 PC 하드디스크 3개, 정 교수 동양대 연구실 PC 하드디스크 1개를 은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변호인은 “검찰개혁에 관심이 없던 김씨가 수개월간 직접 경험해보니 언론·검찰개혁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라며 “김씨가 제출한 PC의 증거능력을 검토할 때 김씨의 법정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씨에게 수사 과정이나 증거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변호인 측의 이런 주장은 최근 김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강압 때문에 자백을 회유당했다”는 민원을 넣은 사실이 알려지며 법무부가 수사팀 감찰 사안 삼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검찰은 단호하게 반박했습니다. 검사는 “김씨는 본인 증거은닉 혐의 재판과 정 교수 재판에서 시종일관 PC 제출은 스스로 한 것이고 검찰이 알 수 없었던 보관 장소인 헬스장 사물함 등을 본인이 알려줬다고 법정 증언한 바 있다”고 되받았습니다. 그런 김씨가 자신의 유죄가 확정되자 민원을 제기하고 검찰을 비판하는 책을 냈다는 말입니다. 검사는 “어떤 것이 증거로서 더 신빙성이 있을지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을 끝냈습니다.

끝나지 않는 ‘위법수집증거’ 공방

조 전 장관 측의 위법수집증거 주장은 정 교수 1심과 2심에 이어 조 전 장관 부부 사건에서도 반복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정 교수 재판부는 1·2심 모두 검찰 측 주장을 들어줬습니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 측은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영장 없는 임의 제출에 대해 대법원에서 법리적으로 다퉈보겠다”며 자신하기도 합니다.

조 전 장관 재판부도 피고인 측 주장을 충분히 들어주고 있습니다. 재판장은 “될 수 있으면 피고인 측이 신청하는 증인을 받아주려 한다”며 조 전 장관 측이 신청한 포렌식 전문가를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변호인이 정 교수 항소심에서도 신청했지만 당시 항소심은 이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날 변호인은 “감사하다”며 반색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조 전 장관 수사 포렌식 분석에 참여한 대검 포렌식 분석관과 변호인 측이 신청한 포렌식 전문가를 한 날에 불러 증인 신문하기로 했습니다. 포렌식 결과에 대한 엇갈린 검찰·변호인 주장을 전문가의 설명으로 들어보자는 변호인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두 전문가를 동시에 신문하지는 않되, 대검 분석관이 오전에 증인 신문하는 동안 외부 전문가가 방청석에서 이를 듣고 오후에 신문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3번의 재판에도 끝나지 않는 위법수집증거 공방은 조 전 장관 측이 요청한 이른바 ‘대질 증인 신문’을 마치면 그 끝이 보일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法ON]에서 이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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