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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카드는 작전 지도, 낯선 코스 공략법 알 수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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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25면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골프 

가장 어려운 골프장으로 알려진 미국 파인밸리 골프장. 파 70인데도 코스레이팅이 75.6, 슬로프레이팅이 155다. [중앙포토]

가장 어려운 골프장으로 알려진 미국 파인밸리 골프장. 파 70인데도 코스레이팅이 75.6, 슬로프레이팅이 155다. [중앙포토]

전쟁터에 간다면 지형지물을 잘 파악해야 한다. 골프장에서는 야디지북이 지도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경우도 흔하다. 야디지북을 잘 보면 개별 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나 전체를 조감하려면 스코어카드가 낫다. 작은 종이에 써진 숫자들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KPGA 김용준 경기위원은 “처음 가는 코스는 스코어카드를 미리 봐야 한다. 각 홀 핸디캡 번호(스트로크 인덱스)의 배치에 따라 공격 홀과 수비 홀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난도에 따라 전체 리듬도 생각해야 한다. 어려운 홀은 일반적으로 전장이 긴데, 그렇지 않은데도 난도가 높은 것으로 나오면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스코어카드엔 총 전장, 각 홀 전장, 티잉그라운드별 거리, 기준 타수 등이 표기된다. 명문 코스의 ‘제대로 된’ 스코어카드엔 각 티잉 그라운드 이름 옆에 두 개의 숫자가 적힌다.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이다.

골퍼 대부분이 알다시피 코스레이팅은 해당 코스의 스크래치 골퍼(이븐파를 치는 골퍼)의 평균 타수다. 사진에서처럼 블루 티에서 73.8, 다크 그린 티에서 71.8 등으로 쓰여 있다.

문제는 모든 골퍼가 스크래치 골퍼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려운 코스에서는 핸디캡이 높은(실력이 낮은) 골퍼가 더 고생하는 경향이 있다. 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쉬운 코스에서 원래 핸디캡을 다 줬다가는 잘 치는 골퍼가 불리할 수도 있다. 코스레이팅으로 핸디캡을 주고받으면 공정하지 않다.

그래서 나온 것이 슬로프레이팅이다. 일반적으로 보기 플레이어 기준 난이도 수치로 알려져 있는데, 틀렸다. 보기 플레이어 기준타수는 보기레이팅이다.

슬로프레이팅은 (보기 레이팅-코스레이팅)×5.318이다. 예를 들어 보기 레이팅이 97이고 코스레이팅이 73이면 97에서 73을 뺀 수 24를 5.318로 곱해 128이 된다.

슬로프레이팅의 정의는 ‘스크래치 플레이어가 아닌 플레이어의 난이도를 동일한 코스에서 스크래치 플레이어의 난이도와 비교하여, 그 상대적인 난이도를 수치로 나타낸 값’이다.

슬로프 레이팅을 만든 미국 골프협회(USGA)는 가장 쉬운 골프장은 55, 가장 어려운 골프장을 155으로 잡는다. 평균은 113이다. 슬로프레이팅 128은 꽤 어려운 코스다.

이 숫자를 가지고 어떻게 핸디캡을 산정해야 하나. 역시 수식이 있다. ‘슬로프레이팅÷113×핸디캡’이 이 코스에 맞는 자신의 핸디캡이 된다. 핸디캡이 15라면 코스핸디캡은 128÷113×15=16.99로, 반올림해서 17이 된다. 핸디캡이 4인 사람의 이 코스핸디캡은 5가 나온다. 평범한 코스에서 11타 스트로크를 주던 고수는 이 코스에서는 13타를 줘야 한다.

너무 복잡한가. 수학 문제를 풀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핸디캡과 슬로프레이팅을 대한골프협회 홈페이지(kgagolf.or.kr)의 계산기나 GHIN 앱에 넣으면 코스핸디캡이 나온다.

꼭 내기를 하지 않더라도 코스핸디캡은 유용하다. 안형국 대한골프협회 핸디캡 레이팅 담당 과장은 “무작정 오늘 목표는 몇 타라고 하기 보다는 골프장마다 자신의 코스핸디캡을 타깃스코어로 정하고 가면 의미 있는 라운드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파인밸리 골프장. [사진 kilcacam236 인스타그램]

파인밸리 골프장. [사진 kilcacam236 인스타그램]

스코어카드엔 핸디캡란도 있다. 핸디캡 1이 가장 어렵고 18이 가장 쉬운 홀로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 역시 잘못 알려졌다. 잘 치는 골퍼와 평범한 골퍼의 차이가 가장 큰 홀이 핸디캡 1번 홀이다.

예를 들어 티샷을 160m 띄워 보내야 물을 건널 수 있는 홀은 고수에겐 별 부담이 없겠지만 거리가 부족한 평범한 골퍼에게 매우 어려운 홀이다. 그린 앞 조그만 연못 하나는 태평양처럼 큰 바다처럼 느끼는 골퍼도 있다.

이처럼 잘 치는 골퍼와 평범한 골퍼의 실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홀이 핸디캡 1번 홀이다. 잘 치는 골퍼와 못 치는 골퍼 모두 어려워하는 가장 어려운 홀은 핸디캡 1번이 안 될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제도가 약간 바뀌었다. 핸디캡 1번 홀은 4~6번 홀 중 고수와 하수의 타수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홀에서 고른다. 연장전 때문에 그렇다. 서든데스 연장전은 18번 홀 혹은 1번, 10번 홀에서 치르는 경우가 많다. 1번 홀이나 18번 홀이 핸디캡 1번일 경우 한 타를 줘야 하는 고수가 불리하다. 그래서 핸디캡 1, 2번을 가운데로 숨기는 것이다. 또한 매치플레이에서 18번 홀이 핸디캡 1번이 된다면 이전에 경기가 끝나 하수가 이 핸디캡을 찾아 먹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 전자 스코어카드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종이 스코어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손편지 같은 아날로그의 추억은 물론, 스코어카드 숫자를 보고 암호 해독하는 것 같은 재미도 잊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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