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수처리·배터리 사업까지…디지털·친환경 가속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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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15면

진화하는 건설사들

GS건설이 2019년 준공해 가동 중인 제주 환경자원순환센터.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재사용한다. [사진 GS건설]

GS건설이 2019년 준공해 가동 중인 제주 환경자원순환센터.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을 재사용한다. [사진 GS건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 직원들이 ‘구글 텐서플로우 개발자’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됐다. 이 자격증은 구글에서 발급하는 인공지능(AI) 개발자 증명서다. 건설회사에서, 그것도 전공이 대부분 토목·건축·화학인 직원들이 이 자격증을 따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직원들은 자격증 취득 후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민자 철도 노선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건설사들이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사들은 주택·토목·플랜트 등 기존 전통 건설산업 분야에서 벗어나 건설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10년 내에 ‘건설사’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대표적인 회사가 GS건설이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수(水)처리 기업을 인수해 해수담수화사업에 나섰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형 청정 수산물 생산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양식’ 사업에 진출했다. 스마트 양식은 정보통신기술을 응용해 육지에서 해산물을 양식하는 방식인데, 해수 정화 기술이 핵심이다. GS건설은 해수 담수화 등 고도 수처리 플랜트 건설 경험을 활용해 청정 수질을 유지하는 스마트 양식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최근에는 해외 모듈러 기업을 인수, 친환경 주택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사내 화학 플랜트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해외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인 태양광 개발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GS건설의 이 같은 광폭 행보 키워드는 ‘디지털’과 ‘친환경’이다. 우선 디지털 신사업은 건설업 효율성 강화에 방점이 찍힌다. 디지털화는 사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역량에 따라 향후 건설업 판도가 갈릴 것으로 내다본다. 다양한 건설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면 공정 전반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경우 시공에 들어가는 자원의 21%, 운영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자원은 17%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건설 현장이 다양화된 것에 비해 건설업체들의 사업 관리 시스템은 명확하지 못하다”며 디지털화와 혁신 등을 위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도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자극하고 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부류가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적 명제가 건설업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철근 공급이 부족해졌다면, 전체 공정 지연 일정과 추가 투입 비용과 소요될 에너지를 판단해 최적의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 건설사 상당수가 국제 표준 빌링정보모델링(BIM)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초기 계획이 부실하니 결과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미래를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현장 관리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 사업은 건설 현장에 효율을 높여 에너지를 아끼는 것을 너머 GS건설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처리 사업이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GS이니마를 인수한 뒤 계속되는 투자로 수처리 분야에서 세계적 입지를 굳혔다. 2019년에는 브라질 수처리 시장점유율 1위 업체 BRK암비엔탈의 산업용수 부문 인수를 통해 수처리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만 수력조달청에서 2조3310억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사업을 수주하는 등 낭보도 이어졌다. GS이니마의 2020년 연간 매출은 2956억원, 순익은 304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GS건설은 친환경 주택 개발을 위해 지난해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츠 유럽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과 해외 태양광 발전 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9월에는 GS건설의 자회사 에네르마가 경남 포항시 영일만4일반산업단지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공장 건립에 첫 삽을 떴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업부 신설과 개편으로 회사의 사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직원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신사업 영역에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GS건설을 필두로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형플랜트 사업이나 국내 주택 사업 등 사이클이 있는 건설업 특성상 사업 환경이 언제든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구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사명에서 아예 ‘건설’을 떼버렸다. SK건설은 5월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고 클렌코·대원그린에너지·새한환경·디디에스 등을 인수하면서 폐기물 처리 분야 국내 1위 업체에 올랐다.

대림산업도 DL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하고 수소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등 친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대우건설은 방산·생활안전 전문기업인 SG생활안전의 지분을 사들였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아파트 사업이나 중동 등 해외 플랜트 사업만 바라봐서는 생존이 힘들게 됐다”며 “그러다 보니 건설사마다 전통적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국내외에서 새로운 방식의 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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