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후보 물질 기술수출, 과대 포장 많은 이유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13 00:20

업데이트 2021.11.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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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15면

실전 공시의 세계

알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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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기술수출계약’ ‘기술수출 계약금 70억원’. 한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이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공시했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 물질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업이 현재 진행 중인 FDA(미국 식품의약국) 임상1상에 성공하면 2상부터는 해외 제약사가 맡습니다.

그런데 이 공시를 다룬 매체 기사의 제목이 사뭇 다릅니다. 어떤 매체는 ‘2조원대 기술수출을 했다’고 하고, 어떤 매체는 ‘기술수출 계약금이 70억원’이라고 합니다. 2조원과 70억원이라니, 왜 이렇게 큰 간극이 생겼을까요?

바이오기업이 어떤 질환의 치료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면 일단 비임상(전임상)을 실시합니다. 동물을 상대로 한 독성 테스트입니다. 그 다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3상을 진행합니다.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 2상~3상은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3상에 성공하면 판매 허가를 받아 시판에 들어갑니다.

임상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환자 수(3상의 경우 수백명~1000명대)를 대폭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항암 관련 치료제 경우 3상에만 최소 3000억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개발 기간도 대개 10년 이상입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고도 전임상에 들어간 물질이 신약으로 탄생할 확률은 10%가 안 됩니다. 국내 바이오 제약사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개 1상 단계에서 빅파마(글로벌 제약사)에게 기술수출(기술이전계약, License-Out)을 합니다.

기술이전계약이 성사되면 임상 주도권과 개발 성공 후 글로벌 판권이 빅파마에게 넘어갑니다. 한국이나 아시아권 일부 국가에 대한 판권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보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업체는 계약금(선급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임상이 진행될 때마다 성공 보수를 받는데, 이것을 디벨럽먼트 마일스톤(development milestone)이라고 합니다. 시판에 들어간 이후 매출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지급받는 것은 세일즈 마일스톤(sales milestone)입니다. 또 판매금액의 8~10%를 로열티로 수령하는데, 매출에 비례해 무조건 받는 돈인 셈입니다.

계약금(upfront payment)과 디벨럽먼트마일스톤 금액을 합쳐 총 기술이전계약액으로 공시를 합니다. 임상 성공 여부가 매우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디벨럽먼트마일스톤은 성공하면 받기로 딱 정해 놓은 금액이기 때문에 회사의 잠재수익으로 투자자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출시 이후 시장 판매 성과에 따라 받게 되는 세일즈마일스톤이나 로열티는 이와 다릅니다. 이 단계까지 가는 것도 너무나 불확실하지만, 금액의 변동성도 아주 큽니다.

앞서 언급한 이 코스닥 기업은 세일즈마일스톤과 로열티 예상액을 다 집어넣어 2조원대 기술수출이라고 홍보했습니다. 로열티 규모를 1조8000억원 정도로 추정한 것 같습니다. 정당한 것일까요? 계약금은 70억원에 불과합니다. 디벨럽먼트에다 세일즈 마일스톤까지 다 더해 1900억원입니다. 공시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별도 보도자료를 만들고 로열티까지 합해 2조원 기술수출을 했다고 공표했습니다. 이처럼 바이오기업 기술수출이 ‘잭팟’으로 포장되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 코스닥 기업의 주가는 기술수출 공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투자자들도 이제 기술수출의 허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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